인체 조직의 3차원 게놈 지도 해독해 복합 질환 관련 유전변이 규명

생명과학과 정인경 교수와 미국 루드윅 암 연구소 빙 렌(Bing Ren) 교수 공동연구팀이 인체 조직의 3차원 게놈 지도를 해독하고, 이를 분석해 2만 7천여 개 이상의 복합 질환 관련 유전변이*의 영향을 예측했다. 이번 연구는 지난 9월 10일 <네이처 제네틱스(Nature Genetics)> 온라인판에 게재됐다.

 

3차원 게놈 구조의 복잡한 상호작용

지금까지 여러 연구에서 알츠하이머병, 파킨슨병, 자가면역질환 등 복합 질환의 원인을 탐구했고, 각 질환과 연관된 중요 유전변이가 다수 발견됐다. 그러나 1차원적인 DNA 서열 분석을 통한 유전체 연구로 이들 유전변이의 모든 기능을 규명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염색체가 3차원 구조를 형성해 1차원 서열에서는 멀리 떨어진 부분도 상호작용할 수 있고, 질환 관련 유전변이의 95% 이상은 단백질로 번역되지 않는 비전사 지역에 존재하며 위와 같은 상호작용을 통해 유전자의 발현 양상을 바꾸기 때문이다. 특히 염색질 고리 구조(Chromatin Loop)에서는 비전사 지역 유전변이가 멀리 떨어진 유전자를 조절할 수 있기에 많은 연구가 이루어졌지만, 기존 연구는 몇 가지 세포주를 대상으로만 국한되어 있어 질환과 직접적 연관이 있는 각 인체 조직을 표적으로 한 게놈 3차원 구조는 거의 알려진 바 없었다.

 

PC Hi-C 방식으로 게놈 구조 규명

이번 연구에서는 몇 개의 세포주만 대상으로 연구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인체 내 27개 조직을 대상으로 게놈의 3차원 구조를 규명하기 위해 프로모터**(Promoter) 부위를 선택적으로 분석하는 PC Hi-C(Promoter-Capture Hi-C, 표적 염색질 3차 구조 포착법) 실험 기법을 활용했다. PC Hi-C 방식을 통해 전체적인 게놈 구조를 일일이 분석하는 것보다 훨씬 적은 비용으로 고해상도의 3차원 게놈 참조 지도를 작성할 수 있었다. 그 결과 인간 게놈에 존재하는 약 90만 개의 3차원 염색질 고리 구조를 찾아냄과 동시에 이들 중 상당수가 각 인체 조직에 특이적으로 존재한다는 사실을 규명했다. 또한, 7만여 가지 조절인자가 각각 상호작용하는 표적 유전자를 발견했다.

프로모터와 인핸서의 상호작용 이끄는 3차원 고리 구조
염기서열 상 멀리 떨어져 있는 프로모터와 인핸서도 3차원 고리 구조에서는 공간적으로 가까워 상호작용할 수 있다. (ⓒ정인경 교수 제공)

 

표적 유전자로 질환 간 연관성 조사

연구팀은 3차원 게놈 지도를 해독해 지금껏 명확하게 파악되지 않았던 2만 7천여 개 이상의 질환 연관 유전변이의 표적 유전자를 찾고 특정 질환 유전변이의 기능을 예측했다. 또한, 연구팀은 앞서 발견한 표적 유전자끼리의 유사도에 따라 상관관계 히트맵을 만들어 다양한 질환들을 분류했으며, 나아가 서로 다른 질환이 공유하는 유전자를 찾았다. 이러한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특정 질환에 관여하는 표적 유전자 사이의 관계를 파악해 새로운 가설 창출의 가능성과 여러 질환에 공통으로 관여하는 신규 분자 기전을 제시했다.

 정 교수는 “복합 질환 기전 규명을 위해 비전사 게놈의 중요성과 다수의 중요 유전변이를 3차원 게놈 구조 해독을 통해 규명 가능함을 보였다”며 “퇴행성 뇌 질환을 포함해 다양한 복합 질환의 신규 기전 규명 및 표적 발굴에 활용 가능하다”고 이번 연구의 의의를 전했다. 이어 “현재까지는 정상적인 조직에 관해서만 연구를 진행했지만, 앞으로는 실제 질환 조직을 이용해 실험을 계획 중이다”며 “앞서 진행한 연구를 알츠하이머와 파킨슨병, 대장암 등 다양한 질환으로 확장하겠다”고 추후 연구 계획을 밝혔다.

 

유전변이*
유전자의 변화, 유전자의 조합 변화, 염색체의 변화 등 유전조성의 변화에 의해 생기는 형질의 변이.

프로모터**
유전자의 앞에서 전사를 조절하는 DNA의 부위. 전사촉진자라고도 불리며, 일반적으로 RNA 중합효소 복합체의 전사인자가 프로모터를 인식하면서 전사가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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