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가은 - '우리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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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는 가족 여행을 가고 싶지만, 사이가 좋지 않은 부모님 때문에 고민이다. 잦은 다툼이 이혼으로 이어지게 되면 엄마 혹은 아빠와 함께 살지 못하게 될까 걱정한다. 부모와 떨어져 생활하는 유미, 유진 자매는 경제적인 문제로 이사를 자주 다녔다. 이번 집은 떠나고 싶지 않기에, 사람들이 집을 보러 올 때마다 훼방을 놓는다. 아직 어린 아이지만 무거운 짐을 진 세 아이는 서로의 고민에 공감하며 빠르게 친해진다. 고민거리만 안겨주는 집이지만, 무슨 일이 있어도 지키고 싶은 가족이기에 세 아이는 힘을 모은다.

유미는 상자 수집이 취미이다. 친구를 위로하기 위해 상자 안에 응원의 메시지를 넣어 선물하고, 정성껏 상자를 꾸미기도 한다. 머지않아 하나와 유진도 상자 수집에 동참한다. 아이들은 집을 지킬 방법을 의논하면서 상자를 모아 집 모형을 만든다. 종이집을 이루는 상자 하나하나마다 그들 앞에 놓인 문제가 해결되기를 바라는 마음이 담겨있다. 상자가 쌓여 종이집이 만들어지는 동안, 셋의 관계도 조금씩 발전해 나간다.

이들을 둘러싼 모든 상황이 마법처럼 해결되지는 않는다. 아이들이 내놓는 다소 엉뚱한 방안이 실패하는 것은 당연하다. 영화는 현실을 어린이들의 시선으로 바라보고, 갈등이 있음을 제기하는 데에 의의를 둔다. 나아가 문제가 있는 가족 그대로를 받아들이고 새롭게 형성된 셋의 관계를 단단히 하는 하나, 유미, 유진의 모습을 통해 아이들의 성장을 조명한다.

윤가은 감독은 전작 <우리들>에서도 아이들의 이야기를 풀어냈다. 그는 두 영화 모두 개인적인 경험에서 나왔다고 밝히며, 아이들이 겪는 사건이 결국 관계의 문제를 붙들고 있는 한 사람의 이야기라 덧붙였다. 영화는 많은 사람이 품고 있을 문제를 발언의 기회가 거의 없는 아이의 목소리를 통해 드러냈다. 부부간의 다툼을 보여주는 장면에서는 당사자가 아닌 그 싸움을 바라보는 아이를 화면에 담았다.

두 가정의 이야기를 매끄럽게 연결한 세 아역 배우의 호흡이 인상적이다. 일부 장면에서는 대본 없이 배우와의 대화를 통해 감정선을 구축해 배역이 배우의 연기와 조화롭게 맞물리는 효과를 이뤄냈다.

하나와 유미, 유진에게는 각자의 집이 있었지만, 그 집을 지키기 위한 여정에서 아이들은 그들만의 집을 만들었다. 아이들이 겪었던 사건을 통해, 그들은 어떤 일이 있더라도 가족이라는 관계는 남는다는 것을 깨닫는다. 종이집이 부서져도 하나는 유미와 유진의 언니로 남아 함께 고민하고 성장할 것이다. 영화는 극장을 나서는 관객에게 확신에 찬 미소를 지어 보인다. 세 아이는 자신의 집을, 가족을 지켜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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