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어트 보조제의 의혹과 진실
상태바
다이어트 보조제의 의혹과 진실
  • 오현창
  • 승인 2019.09.10 00:2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최근 다이어트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면서 다이어트 보조 식품에 대한 수요도 급증하고 있다. 지방을 연소시키는 촉매라는 포스콜린, 탄수화물이 지방으로 합성되는 것을 억제한다는 가르시니아 추출물, 체지방을 감소시키고 지방 축적을 억제할 뿐 아니라 노화와 암도 막을 수 있다는 카테킨 등 다양한 성분이 다이어트에 효과가 있는 물질로 대두되고 있다. 이들을 주성분으로 하는 다이어트 보조 식품은 그 효과가 전문 연구로 뒷받침되었고, 자원한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 확실한 효과를 보였다고 광고한다. 그러나 이들 식품의 효과를 과신해서는 안 될 것으로 보인다. 식품의약품안전처(이하 식약처)가 지난 7월 한 달 동안 단속을 벌여 다이어트와 관련해 허위, 과대광고를 해온 인터넷 사이트 356곳을 적발했기 때문이다. 본 기사에서는 가장 널리 사용되는 다이어트 보조 식품 중 가르시니아 캄보지아와 카테킨을 설명하고, 온라인상에서 논란이 된 유효성과 부작용을 신뢰할 수 있는 연구를 참조해 검증할 것이다. 

 

건강기능식품의 분류 기준

소비자들이 다이어트 보조 식품을 비롯한 건강기능식품을 구매할 때 가장 중요시하는 기준 중 하나가 바로 식약처의 인정 여부이다. 식약처는 건강기능식품을 허가함과 동시에 이를 4개의 등급으로 분류하며, 분류 등급은 가장 높은 질병 발생위험 감소 등급부터 생리활성기능 1~3등급으로 나뉜다. 질병 발생위험 감소 등급으로 분류된 건강기능식품으로는 충치 예방에 효과가 있다고 알려진 자일리톨이 대표적이다. 생리활성기능 1등급은 인체를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 논문이 다수 발표되어 학계에서 인정받는 경우, 2등급은 임상시험 결과가 있지만, 그 수가 적고 과학적으로 효과가 완전히 입증되지 않은 경우, 그리고 3등급은 인체를 대상으로 임상시험을 하지 않은 경우를 뜻한다. 여기서 중요한 사실은 효과를 주장하는 임상 시험 논문이 단 한 개라도 있다면 생리활성기능 2등급으로 분류될 수 있고, 이는 그 효과를 부정하는 임상 시험 논문이 더 많은 경우에도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식약처의 허가를 받은 건강기능식품이 허가를 받지 못한 성분보다 유효할 가능성이 높은 것은 사실이지만, 생리활성기능 등급이 그 효과를 보장하는 것은 결코 아니라는 사실에 유의해야 한다.  

 

지방 생성 억제하는 가르시니아

가르시니아 캄보지아 추출물은 ‘분홍이’라는 애칭으로 불리는 유명 제품을 비롯해 다이어트 보조 식품의 주원료로 널리 사용되는 성분이다. 가르시니아 캄보지아는 동남아시아, 아프리카 등지에 널리 분포한 물레나무과의 관목이며, 그 껍질에서 분리된 HCA(Hydroxicitric Acid, 하이드록시시트릭산)이 체내에서 탄수화물이 지방으로 축적되는 것을 막는다는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다이어트 기능 식품으로 주목받기 시작했다. HCA의 작용 기작을 살펴보기 위해선, 먼저 탄수화물의 체내 대사 과정을 알아야 한다.

탄수화물은 당으로 이루어져 있다. 하나의 당으로 이루어진 분자는 단당류라 불리며 포도당과 과당이 여기에 속한다. 훨씬 많은 개수의 당으로 이루어진 분자는 다당류라 불리며 녹말이 여기에 속한다. 체내에 흡수된 탄수화물은 소화 효소에 의해 그를 구성하는 당 단위로 쪼개지고, 이렇게 얻어진 단당류는 세포 내로 흡수되어 더 작은 단위로 분해된다. 탄소 원자를 6개 가지고 있는 포도당은 세포질에서 해당 과정(Glycolysis)을 통해 탄소 원자를 3개 가지는 피루브산 분자 2개로 쪼개진다. 그리고 피루브산은 에너지 대사와 관련된 세포 내 소기관인 미토콘드리아로 이동해 시트르산 회로로 들어가게 된다. 시트르산 회로의 결과물은 크게 두 경로로 나뉠 수 있다. 첫째는 체내에 에너지가 필요한 상황으로, 이때 시트르산 회로에 들어간 피루브산은 회로를 유지하기 위한 중간물질을 제외하고는 모두 이산화탄소로 전환되며 에너지를 생산한다. 둘째는 체내에 필요한 에너지보다 과한 영양이 공급된 상황으로, 이때 시트르산 회로는 불완전한 상태가 되어 중간 단계인 시트르산에서 멈추고 시트르산을 미토콘드리아 바깥으로 보낸다. 이 시트르산은 또다시 일련의 대사과정을 거쳐 콜레스테롤 혹은 지방산으로 전환된다. 우리가 살이 찌는 것은 바로 이 상황에 해당한다. 

가르시니아 추출물의 유효 성분인 HCA는 미토콘드리아 바깥으로 보내진 시트르산의 다음 대사 과정을 방해한다. 탄소 원자를 6개 가지는 시트르산은 ATP 시트르산 분해효소에 의해 탄소 원자를 2개 가지는 아세틸-CoA 분자 3개로 분해된다. 그리고 아세틸-CoA는 길게 자라나는 지방산에 탄소를 전달하며 지방으로 에너지를 변환한다. ATP 시트르산 분해효소는 체내의 여러 호르몬의 작용으로 활성도가 조정된다. 한 예시로, 혈당을 낮추는 호르몬인 인슐린은 이 효소의 활성을 높여 당의 대사를 촉진함과 동시에 지방 생성 반응을 촉진시켜 혈액 속의 당분이 에너지로 소모되거나 지방으로 축적되도록 해 혈당을 낮추게 된다. 가르시니아의 HCA는 바로 ATP 시트르산 분해효소에 작용해 그 활성을 낮춘다. 따라서 가르시니아의 유효성을 주장하는 연구는 가르시니아의 HCA에 의한 ATP 시트르산 분해효소 억제 및 지방합성 감소를 주요 작용기전으로 제안하고 있다.

 

가르시니아의 효능을 둘러싼 의혹

HCA가 ATP 시트르산 분해효소의 활성을 억제하는 것은 사실이나, 복용했을 때 체중 감량에 효과가 있는지는 논란이다. 1998년, 미국의학협회 저널에 실린 한 임상 연구에서는 가르시니아 캄보지아를 12주 동안 섭취했으나 대조군과 의미 있는 차이가 나타나지 않았다. 이후 조금씩 다른 조건에 대해 비슷한 연구가 여럿 보고되었으나, 대부분은 위 연구와 마찬가지로 HCA의 체중 감소 효과를 확인하지 못했다.

가르시니아 캄보지아 추출물은 최초 인증 시에는 식약처에서 체지방 감소에 생리활성기능 1등급으로 분류되었으나, 지난 5월 생리활성기능 2등급으로 인정 수준이 격하되었다. 

가르시니아 캄보지아 추출물과 관련한 부작용 역시 보고되고 있다. 2009년, 미국식품의약국은 가르시니아 캄보지아를 주 유효 성분으로 하는 다이어트 보조 식품 하이드록시컷의 판매 중단을 명령했다. 심각한 간 손상을 유발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더불어 간 이식 수술을 받은 환자들이 가르시니아 캄보지아를 복용할 경우 이식된 간의 기능이 완전히 상실될 수 있다는 연구가 잇따랐고, 간 손상은 여전히 가르시니아 캄보지아의 주요 부작용으로 논란의 중심에 서 있다. 이와 관련해 한국보건의료연구원은 가르시니아 캄보지아가 급성 간염, 간부전 등 간 손상과 급성 심근염, 심장잦은맥박과 같은 심장질환을 야기할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그러나 하이드록시컷은 가르시니아 캄보지아 외에도 다른 여러 성분을 포함하고 있으며 확실한 부작용이 보고되지 않았기에, 이 사실만으로 가르시니아 캄보지아가 간에 유해하다고 단정 지을 수는 없다.

 

녹차 마시면 살 빠질까

카테킨 성분은 녹차의 쓰고 떫은맛의 원인이 되는 성분으로, 포도주의 떫은맛을 야기하는 타닌과 유사한 성질을 가진다. 카테킨이 다이어트에 효과가 있다고 주장하는 한 광고는 중국인들이 기름진 음식을 많이 먹음에도 비만이 많지 않은 이유가 바로 카테킨이 함유된 녹차를 즐겨 마시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카테킨이 어떤 작용을 통해 다이어트에 기여하는 것으로 여겨지는지, 그리고 부작용은 없는지 알아보자.

카테킨은 크게 두 작용을 통해 다이어트에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알려져 있다. 첫째는 카테콜아민 계열의 호르몬을 통해서다. 에피네프린과 노르에피네프린은 산소와 포도당의 공급을 뇌와 근육에 촉진하고 소화 속도를 늦추는 작용을 하는 호르몬이다. 특히 노르에피네프린은 교감신경절후신경세포의 신경전달물질로 사용되어 교감신경을 활성화시키는 역할도 가진다. 교감신경이란 우리 몸이 흥분 상태에 있을 때 에너지를 사용해 근육 등을 외부 위협에 대비하도록 하는 신경이다. 자연히 이들 호르몬이 자주 분비될수록 우리 몸이 많은 에너지를 사용할 것이라 기대할 수 있다.

혈액으로 분비된 에피네프린과 노르에피네프린은 카테콜-오-메틸기전달효소의 작용으로 시작되는 분해 과정을 거친다. 카테킨은 바로 이 효소의 작용을 억제함으로써 에피네프린과 노르에피네프린이 혈액에 오래 잔류하도록 하고, 결과적으로 체열 생산과 이에 필요한 지방 분해를 촉진하는 것이다.

카테킨이 다이어트에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여겨지는 두 번째 기작은 앞서 살펴본 가르시니아 캄보지아의 작용과 흡사하다. ATP 시트르산 분해효소의 작용으로 시트르산이 3개의 아세틸-CoA로 분해되면, 아세틸-CoA 카르복실화 효소가 작용해 이를 말로닐-CoA로 변환한다. 이후 말로닐-CoA는 지방산 생성에 사용된다. ATP 시트르산 분해효소가 지방 생성을 향한 첫 번째 관문이라면, 아세틸-CoA 카르복실화 효소는 두 번째 관문이라 할 수 있다. 카테킨은 아세틸-CoA 카르복실화 효소의 활성을 억제해 지방 생성을 막는다. 

1999년 제네바 대학의 압둘 덜루 교수 연구팀의 임상 연구에서는 녹차 추출물을 투여하면 인체의 에너지 소모가 증가하고 호흡지수가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호흡지수란 단위시간 당 배출한 이산화탄소의 양을 소모한 산소의 양으로 나눈 값으로, 높을수록 에너지가 지방의 형태로 더 많이 축적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카테킨은 가르시니아 캄보지아 추출물과 마찬가지로 식약처에서 ‘도움을 줄 수 있는’ 성분으로 허가받은 생리활성기능 2등급의 건강기능식품이다. 하지만 가르시니아 캄보지아에 비해 긍정적인 효과를 뒷받침하는 임상 연구의 비율이 높고, 보고된 부작용 역시 적다. 녹차 카테킨은 하루 1,600mg, 즉 티백 기준 16잔 정도를 섭취해도 임상시험에서는 부작용이 발견되지 않았다. 그러나 녹차를 과다 섭취할 경우 녹차의 기타 타닌 성분이 철분과 결합해 장에서의 철분 흡수를 방해할 수 있기에, 임산부 등 빈혈에 취약한 사람에게는 식사 전후에 마시지 않는 것을 권한다. 

 

다이어트 보조 식품의 효과를 확실히 알아보기 위해 기자가 직접 섭취해보았다. 가르시니아 캄보지아 성분과 카테킨 성분을 주원료로 하는 제품이었다. 용법과 용량을 지켜서 복용한 결과, 복용 기간 내내 극심한 설사에 시달렸다. 복용 후 2주 동안 약 2kg의 체중이 줄었으나, 3주 차 이후로는 체중이 줄지 않았으며, 1달 후 복용을 중단하자 다시 원래의 체중으로 돌아왔다. 건강기능식품의 효과는 개인마다 편차가 크기에 실제로 이들 성분으로 효과를 보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다이어트 보조 식품의 성분이 앞서 살펴본 것처럼 체중 감소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작용을 하는 것은 사실이나, 하나의 생화학 반응은 다른 수많은 반응과 연결되어 있기에 단순히 하나의 요인이 바뀐 것으로 그 효과가 드러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바른 식단과 적절한 운동으로 확실하고 지속 가능한 건강을 노려보는 것은 어떨까.  

 

감수 | 의과학대학원 서재명 교수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