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식 전 과학기술혁신본부장 (ⓒ정유환 기자)

2017년 9월부터 올해 5월까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소속 과학기술혁신본부장으로 재직한 생명과학과 임대식 교수를 인터뷰했다. 과학기술혁신본부장은 우리나라의 과학기술 정책을 조율하는 직책이다. 2년여의 기간 동안 과학기술 정책 혁신을 주도해온 임 교수에게 과학기술 현안과 과학기술 정책의 장기적인 방향에 대한 견해를 물었다. 인터뷰 내용은 이번 호와 다음 호에 걸쳐 다룰 예정이다.

 

국내 연구 현장에 어떤 문제점이 있다고 느꼈나

연구자로 살아왔기에 연구 현장의 문제점을 잘 알고 있었다. 먼저, 연구자의 자율성을 제한하는 규제가 많았다. 규제 혁신이 필요하다고 느껴왔다. 또한, 연구의 지속성, 다양성, 전문성이 중요하지만, 연구 정책을 결정할 때 이러한 것들이 잘 반영되지 않고 있다고 생각했다. 정책 결정이나 연구비 투입 등이 일부에 의해 편향되어 운영되기도 했다. 이러한 부분을 지속성, 다양성, 전문성의 관점에서 고쳐 나가고자 노력했다.

지금까지 너무 급격히 발전해 오다 보니 첨단 연구만 중요하게 여겼지만, 기초과학 분야도 중요하다. 이러한 점들이 정부 정책에 반영되어야 한다.

 

교수 혹은 연구자로서 연구 현장을 바라볼 때와 정부 관계자로서 바라볼 때 차이가 있었나

정부 입장에서는 문제가 터지면 규제하고 관리하려고 한다. 이런 역할을 하기보다는 현장의 의견을 그대로 전달하고 피드백하는 역할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따라서 정부에 들어가서도 연구자의 시선을 유지하려고 노력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느껴지는 차이가 있었다. 정부 입장에서 볼 때 소통의 문제와 문화의 문제를 더 강하게 느낄 수 있었다. 지금까지 정부와 현장 사이에 소통의 창구가 부족했다. 연구 현장에서 문제가 발생했을 때 일부의 문제로 전체를 규제해서는 안 된다. 그러나 이런 부분에서 그동안 소통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또한, 연구 현장의 문화 문제도 있었다. 연구 규모가 급속히 발전하며 문화도 같이 발전해야 했지만 부족한 부분이 있었다. 예를 들어 연구비와 관련하여 ‘먼저 가져가는 사람이 임자다’라는 말이 있다. 그러나 연구비는 전문가에 의해 우수한 연구자에게 지급되는 것이 옳다. 이러한 점에서 연구 문화가 개선되어야 한다고 느꼈다.

 

과학기술혁신본부장으로서 우리나라의 과학기술 정책을 바라볼 때 개선되어야 할 점은 무엇이 있었나

첫째로, 정보의 투명성을 갖출 필요가 있다. 국가 차원에서 진행되는 과제는 투명하게 진행되어야 하고, 중복되어서는 안 된다. 예를 들어 교수마다 어떤 연구를 진행하고 있는지, 어떤 부서에서 지원받고 있는지를 실시간으로 공개해야 한다. 이를 통해 연구 지원 등에서 정부 부처 간 협력도 가능해질 것이고, 여러 부처에서 같은 연구 주제를 중복해서 지원하는 일도 방지할 수 있을 것이다.

둘째로, 기초과학 연구를 꾸준하게, 지속적으로 지원해야 한다. 또한, 연구자에 대한 믿음이 필요하다. 연구자가 ‘연구를 위한 연구’를 하는 것이 아니라 본인이 좋아하는 연구를 할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해 주어야 한다.

셋째로, 각 지역에 특화된 ‘지역 연구’가 진행되어야 한다. 일본의 예를 들자면, 지역마다 지역 산업에 대한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는 과학 연구의 지역 쏠림 현상이 심하다. 각 지역에 뛰어난 연구 교수들이 있음에도 지역 연구가 활성화되지 않았다. 이는 지역 균형의 관점에서도 중요하다. 세계적 경쟁력을 갖추는 연구를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지역에 맞는 연구를 하는 것도 중요하다. 

더불어, 모든 것을 정책적 혹은 제도적으로 해결할 수는 없다. 따라서 연구 문화와 연구자들의 의식 역시 발전해야만 한다. 교수 등 연구 현장의 사람이 변해야만 문화와 의식이 발전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실패하더라도 다시 도전할 수 있는 연구 환경을 만들기 위해 모두가 노력해야 한다.

 

R&D 예비타당성 조사에 대한 견해는

예비타당성 조사는 SOC(사회간접자본)에서 시작되어 R&D에도 적용되고 있는 제도이다. 국가 예산이 많이 들어가는 사업에 대해 조사하는 것은 필요할 수 있다. 그러나 전 세계적으로는 존재하지 않는 제도이다. 예산을 사용하는 문화가 발전한다면 필요가 없어질 제도이다. 

이전에는 예비타당성 조사를 기획재정부에서 실시했다. 그렇다 보니 연구에 대한 전문성을 확보하기 어려웠다. 그래서 R&D에 대한 예비타당성 조사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소관으로 가져왔다. 기획재정부 입장에서는 우려도 컸지만 필요한 일이라고 생각했다. 

예비타당성 조사 방법에도 혁신이 필요하다. 관리자 입장에서 경제성에 집중하고, 정량적 평가를 하다 보면 연구자들이 새로운 것에 도전하지 못하게 된다. 연구를 평가하는 방법이나 연구자들이 자료를 작성하는 방법이 바뀌어야 한다. 그래서 경제성을 강조하는 현행 평가 방식을 바꾸려는 시도가 진행되고 있다. 과학적 난제를 해결하는 연구가 활성화될 수 있도록 혁신적인 평가 방법이 올해 안에 만들어져야 할 것이다.

 

연구자의 자율성과 타당한 예산 운용의 필요성은 어떻게 균형을 이룰 수 있다고 보는가

중요한 문제다. 연구자의 자율성 보장은 분명히 필요하지만, 세금을 낭비해서는 안 된다. 예산을 합리적으로 집행해야 한다. 이를 위해 투명한 시스템이 구축되어야 한다.

연구비를 유용하거나 착복하는 일은 개인적인 문제이다. 이러한 경우는 일벌백계하면 된다. 이 경우를 제외한 일반적인 경우에 적용될 수 있는 시스템이 만들어져야 한다. 현행 제도에서는 모든 행정적 절차를 교수가 처리해야 한다. 그러나 물건을 사는 일은 학교 혹은 기관이 처리하는 것이 옳다. 학교나 기관이 해야 할 문제를 연구자에게 넘기고 있는 것이다.

예산 운용이 개인의 책임에 기대는 상황에서 벗어나 기관이 책임지는 투명한 시스템이 만들어져야 한다. 지금은 이러한 시스템이 부족하다. 특히 대학의 경우 이 문제가 두드러진다. 정부가 시스템 구축을 뒷받침해야 한다. 정부, 학교, 연구소가 함께 해결해 나가야 할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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