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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때는 시간이 무한하다고 느꼈다. 실제로는 아니라는 걸 알면서도 은연중에 그렇게 생각했던 것 같다. 풍족함 속에서는 쉽게 익숙해진다. 앞으로 내가 살날이 아주 많다고 생각하니 극도로 여유로웠다. 억만장자들이 돈을 쉽게 쓰듯이 나는 시간을 쉽게 썼다. 오늘 못 한 일은 내일 마저 하면 그만이었다. 누가 뭐래도 나는 언제나 잠재력으로 가득 찬 어린이였고, 지금껏 딱히 이뤄낸 게 없어도 조급하지 않았다. 모든 행동은 어린 날의 경험이라고 주장할 수 있었다. 충동적으로 굴다가 실수를 하거나 할 일을 엉망으로 해버려도, 거기에는 뭔가 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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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지 학우 (새내기과정학부 21)
2021.03.04 0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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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이 여행이라면, 우리는 어디를 향해 여행하고 있을까? 삶이 여행이라는 말을 참 좋아하는 나는, 미래나 진로에 대해 고민을 할 때 머릿속에 가상의 지구를 그려보곤 한다. 이 가상의 지구는 산과 계곡, 드넓은 평지 등으로 이루어진 곳이다. 삶에 대한 만족감이 곧 높이로 정의된 곳이라, 나는 더 나은 삶을 찾아가기 위해 이 가상의 지구를 탐험한다. 나는 삶이라는 여행의 목적지는 이 가상의 지구에서 나를 가장 행복하게 만드는 가장 높은 곳, 즉 “세상의 꼭대기”라고 생각한다. 행복과 만족감의 요소는 다양하기에 높낮이로 단순하게 정의하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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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석훈 학우 (전산학부 18학번)
2021.02.10 0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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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강과 함께 연말이 다가왔다. 방학, 그리고 내년에는 어떤 일을 할지, 진로는 어떻게 할지 등을 고민하는 시기가 왔다. 이때, 내년을 준비하며 함께 인기가 상승하는 아이템이 있다. 그것은 바로 다이어리다. 일기 숙제가 나올 나이는 한참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올해부터는 꼭 꼬박꼬박 일기를 써 보겠다고 다짐하곤 한다. 나 또한 마찬가지다. 하루를 되돌아보고, 일상에서 느끼는 소소한 행복들을 기록해 보겠답시고 여러 사이트를 기웃거리고 고민한 끝에 다이어리를 구매한 적이 있다. 몇 차례 꾸준히 쓰려 한 노력은 몇 해 동안 자리만 차지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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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윤 학우
2020.03.17 1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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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교 시절 수학과 과학 시간에는 친구들과 자주 떠들고 놀아도 점수가 잘 나왔었던 걸 보면, 중학교 시절에는 나름대로 수학과 과학을 잘했던 거 같다. 잘해서 좋아했던 건 아니었고, 세상에 대해 탐구한다는 사실이 마냥 좋았던 거 같다, 궁금한 것이 있으면 학교 실험실에서 실험을 하거나 증명을 하며 해결할 수 있었다. 이런 과정을 거치면 내 마음 한편에 뛰어난 과학자가 되겠다는 꿈이 어렴풋이 생기고 있었다. 중학교 동안 이렇게 공부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영재고에 관심을 가지고 지원하게 되었다. 운이 좋게도 2차 필기시험을 붙어 면접을 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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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민 학우 (새내기과정학부 19)
2020.02.25 2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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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 2학년이 끝나갈 무렵이었다. 토요일이 되면 광화문 입구에서부터 저 멀리 조선일보 사옥까지 펼쳐진 그 넓은 세종대로를 촛불이 가득 메웠다. 온 세상이 떠들썩했고 모두 저마다의 촛불을 들며 분노했지만, 곧 고3이 되는 학생은 토요일 저녁마다 가방을 축 늘어뜨린 채 서울의 지하를 달리고 있었다. 북적이는 광화문 광장은 남의 나라, 거기에서 부대꼈을 수많은 사람의 구호와 외침은 남의 말이었다. 고요하고 풀 죽은 지하철 안이 내가 살아가는 대한민국이었다.하루는 역사적 투쟁에 작은 목소리라도 내고자 하는 소심한 시민 의식의 발로가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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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건 학우 (전기및전자공학부 18)
2019.12.03 2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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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글 쓰는 일을 참 좋아한다. 그것이 하루의 기록이든, 여러 사람에게 정보를 전달하기 위한 공지이든, 연모하는 사람에게 전하는 애틋한 편지든 그 종류와 내용에 상관없이 말이다. 사실, 으레 평범한 학생들이 대부분 그러하듯, 나는 글을 쓰는 일에 대해 별로 관심이 없었다. 수행평가나 과제 혹은 서술형 문항에 대한 답을 적는 일처럼 글을 수단으로써 다루었을 뿐 언제나 글 쓰는 것 그 자체가 목적인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몸도 마음도 열심히 크고 있던 고2의 봄, 글쓰기에 대한 나의 인식이 바뀌는 작은 일 하나가 있었다. 국어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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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승의 학우 (산업디자인학과 18)
2019.11.19 2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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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시간이 훌쩍 지나서 잎이 떨어지는 가을이 됐다. 나도 점점 이 학교의 일원으로 적응하기 시작한 것 같다. 하지만 처음부터 그게 쉬운 것은 아니었다. 나에게 카이스트는 꿈같은 학교였다. 공부에 큰 비중을 두지 않는 일반고를 나온 탓에 똑똑한 사람들의 모임에 대한 동경이 컸던 나에게 창글리에서 처음 본 카이스트는 낭만 그 자체였다. 그때는 카이스트를 다니는 사람들은 전부 다 의욕적이고 학구적이며 완벽할 것으로 생각했던 것 같다. 어쩌면 이게 대부분의 카이스트 외부의 사람들이 보는 카이스트이다.나는 공부를 하다가 잠이 와도 카이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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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혜진 학우 (새내기과정학부 19)
2019.11.04 2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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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화점 시계 코너에서 명품시계를 유심하게 본 적이 있는가? 아마 시계에 별로 관심이 없는 사람이 유심하게 봤다면, 그 시계들의 가격을 보고 기겁했을 수도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손목에서 시간만을 알려주는 기계장치가 적게는 십만 원에서, 많게는 천만 원이 넘어가는 것들도 있으니, 또한 그들 중에는 귀금속을 쓰지 않고, 스틸만을 이용한 모델도 있다고 하니 가히 손목 위의 중고차라고 말해도 과언이 아닐 듯하다. 어찌 되었건 일반인의 입장에서 확실히 비싼 물건임에는 분명하다. 혹자는 말한다, 이렇게 값비싼 시계는 얼마나 시간을 정확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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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선호 학우 (새내기과정학부 19)
2019.10.08 1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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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빵보다는 밥을 좋아한다. 내가 어릴 때부터 밥과 국, 반찬으로 이루어진 밥을 계속 먹어왔고 아직까지도 서브웨이나 롯데리아에서 식사를 해결하는 것이 어색할 정도이다. 아마 오랜 세월 유지해온 식습관이 반영되어 나온 결과인 것 같다. 가족들 또한 마찬가지로 빵으로 한 끼를 때우고 다음 식사에 밥을 먹지 않는다면 아마 “속 쓰려서 못 먹겠다.”라며 투정을 부릴 사람들이다. 그래서 우리 집은 가끔 어머니가 퇴근하시면서 사 오는 빵을 제외하면 집에서 빵을 먹을 일이 없었다. 항상 생글생글 웃던 사람이 그날따라 유난히 기분이 더 좋아 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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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수 학우(전기및전자공학부 18)
2019.09.24 1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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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고향은 경상남도 창원시에 있는 조그만 동네이다. 시내에서 차를 타고 가다 산을 하나둘 넘어가다 보면 이제 무엇 하나 안 나올 것 같을 때 불현듯 나타났던 동네, 도시 끝자락의 사람 냄새 나는 그런 동네 말이다.“아이고 언니야 조금만 깎아주이소.”요즘 뜸하더니 직거래 장터가 아파트 단지 앞에 또 들어섰다. 밖에서 너무 많이 놀았나, 하늘이 어둑어둑해지고 배에선 꼬르륵 소리가 진동했다. 오이가 한가득 쌓인 트럭에 침을 꼴깍 삼키며 집에 뛰어 들어가면 아니나 다를까, 고소한 참기름 냄새에 시원한 오이 냄새가 코를 찔렀다. 어머니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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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서영 학우 (전기및전자공학부 18)
2019.09.11 0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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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있어 서점과 도서관은 훌륭한 디저트 카페에 온 듯한 기분을 준다. 수많은 책이 진열된 곳에서 먼저 눈으로 책을 음미하고, 그 내용물이 무슨 맛인가 상상하며, 때로는 그것을 뒤적거리며 미리 문장들을 맛보기도 한다. 그렇게 마음에 드는 책을 찾으면 뼈다귀를 문 강아지처럼 신나게 실컷 물고 빨고 하면서 문장을 읽어 내린다.근데 이 취미가 요즘 들어 녹록지 않다. 중학교 때만 해도 하루에 책 한 권 읽는 건 꽤나 쉬웠는데 요즘에는 아무리 재미있는 책이라도 앉은 자리에서 완독해내기가 힘들다. 그도 그럴 것이, 책을 읽는 동안 주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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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성범 학우 (새내기과정학부 19)
2019.09.10 0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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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련소에서 받았던 훈련 중에 가장 힘들었던 훈련은 행군이었습니다. 무장 무게와 병기의 무게가 무거워서 몸이 힘들었던 것도 있지만 더 큰 고통은 정신적인 부분이었습니다. 한 시간 두 시간 계속 걸어가는데 이게 언제 끝나는지 얼마나 왔는지 알 수도 없고 그저 훈련장이 나올 때까지 다리만 움직일 뿐이었습니다. 같이 행군을 하는 동기끼리 대화를 하는 것도 금지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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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열 학우 (전기및전자공학부 16)
2019.05.28 1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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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카이스트 전산학부에 다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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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원 학우 (전산학부 18)
2019.05.15 1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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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 시절 했던 한 국사 수행평가는 나에게 인상 깊은 기억으로 남아있다. 두만강 북부에 있는 간도의 영유권과 관련하여 자신의 주장을 쓰는 논설문 수행평가였는데, 사실 자신의 의견을 자유롭게 개진하는 ‘논설문’ 수행평가보다는 국사 선생님이 주입한 의견을 외워서 풀어놓는 ‘암기’ 수행평가에 가까웠다. 당시 나의 국사 선생님은 한국의 간도 영유권을 아주 강력하게 주장하시던 분이었고, 간도가 우리 땅이라는 근거는 교과서와 인터넷에서 찾아보면 많이 나올 것이라 말씀하셨다. 그런 국사 선생님의 논설문 출제 의도는 뻔했다. 내 생각은 국사 선생님과 달라서 많이 고민했지만, 국사 선생님이 원하시던 것은 나의 의견과 반대였기에 어쩔 수 없이 국사 선생님의 의견을 따라서 글을 써서 제출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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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규민 학우 (전기및전자공학부 18)
2019.04.30 2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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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상에 앉아 무언가를 하려던 룸메이트는 침대에 누웠다. 이 친구는 아까 갈배가 곧 상할 것 같다 하더니 나에게 권한다. 딱 봐도 해장하려고 샀던 듯하여 언제 샀냐고 물어봤더니, 그게 기억이 나지 않는단다. 침대와 책상. 우리들의 몇 평 남짓한 기숙사 방에는 공존할 수 없는 이것들이 서로 붙어있다. 일과 여가는 분리되어 있다. 어릴 적에 ‘넌 공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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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창현 학우 (전산학부 17)
2019.03.26 1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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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세상의 온 뜨락이 봄내로 물들고 있습니다. 개강일에는 옷깃을 여미고 강의실에 들어갔던 기억밖에 없는데, 올해는 웬일인지 따스한 기운이 첫 등교를 반기어 주니 기분이 좋습니다. 올 한 해를 밝고 힘차게 정진하라는 격려가 아닐까요. 학우 여러분 모두 보람찬 새해를 보내셨으면 좋겠습니다. 개강을 앞두고 이번 방학에는 무얼 했는지 한번 돌이켜 봤습니다. 그 중에서도 특별히 기억에 남는 것이 있는데요, 바로 과학기술전문사관 후보생 현장실습교육을 다녀온 일입니다. 그 이름이 다소 생소하기도 합니다만, 저도 이 제도에 대해 아주 자세히 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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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다원 학우 (전기및전자공학부 17)
2019.02.26 2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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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 '클 대'에 '밭 전'. 정말 쓰기도 간단하고 뜻도 쉬운 한자로 만든 이름 아닐까 싶습니다. 큰 밭이라는 뜻. 지금의 대전을 보면 전혀 연관성이 없어 보이는 이름입니다. 조금만 길을 걸어 나가도 쫙 깔린 다차선 도로들과 구석구석 박혀 있는 지하도로, 수많은 아파트와 건물들로 이루어진 빌딩 숲은 그저 하나의 대도시의 모습일 뿐입니다. 그 어느 곳에도 흔히들 생각하는 밭의 풍경은 보기 힘듭니다. 오히려 이 뜻을 잘 나타내는 곳은 대한민국의 남단으로 갈수록 나타나기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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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인 학우(새내기과정학부 18)
2019.02.13 0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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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하루를 총 6개의 화장품으로 얼굴과 목을 덮는 것으로 시작한다. 토너, 에센스, 수분크림, 선크림, 비비크림, 화이트닝 크림. 일단 필자는 남자다. 색조화장까지 하는 여자들에게는 위와 같은 것이 아주 기초적인 화장이겠지만, 필자의 친구들 사이에서는 꽤나 유별난 행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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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민우 새내기과정학부 18
2018.11.28 21: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