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6일 열린 2024년도 KAIST 학위수여식은 모두의 예상과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흘렀다. 대통령 축사 도중 R&D 예산 복원을 요구하는 내용의 플래카드를을 들었던 학생이 사지가 붙들려 끌려나간 것으로 알려지자, 즉각 모든 학내 구성원의 이목이 이 사건에 쏠렸다. 금세 일파만파 커진 사건의 파장은 교문 밖을 넘어 여의도에도 전해졌다. 플래카드를을 든 당사자가 녹색정의당 대전시당 대변인이었다는 사실을 들어 졸업식을 정치의 장으로 만들었다고 비판하는 측과, ‘R&D 예산 삭감도 문제였으며 경호처의 대응은 더욱 잘못되었다’라는 측이 강하게 맞붙었다. 어느 쪽의 입장을 지지하는지와 관계없이 이 사건은 국무총리, 야당 대표 등 정치인의 입에 오르내리는 사이에 정쟁화되었고, 조금씩 관심이 식는 와중에도 이슈의 중심에서 한동안 머무르고 있다. 그런데 이 사건에서 빠져서는 안 될 사람이 있다. 바로 이 모든 사태의 시작점이 된 플래카드, 바로 그 플래카드를을 든 우리 학교 졸업생이다. 사건이 지난 후 약 2주가 흐른 이 시점에서, 그는 사건을 반추하며 어떤 생각을 하고 있으며, 또 어떤 대응을 준비하고 있을까.  

그의 의견을 들어보고자 지난달 29일 학교 근처의 한 카페에서 사건의 당사자였던 신민기 졸업생(전산학부 석사)을 만났다. 동문 신민기씨와의 인터뷰를 하기에 일문일답으로 정리했다.  

사건이 있은 후로 2주가 흘렀다. 사건이 있고 나서 어떻게 지냈나? 

제가 겪은 사건을 대응하고, 인터뷰 요청에 응하기도 하고, 저녁에는 사건과 관련하여 나중에 법적으로 도움이 될 만한 자료를 모으면서 생활하고 있다. 사건이 있고 나서 며칠 정도는 언론 인터뷰가 아주 많이 왔지만 그 뒤에는 조금 잦아들었다. 그래도 아직 R&D 예산에는 관심을 가져주는 분이 있어 연락을 주시기도 한다. 사실 물리적으로 바쁜지, 아니면 한가한지보다도 경찰, 언론 등 어디서 어떤 연락이 올지 모른다는 부분이 가장 일상에서 긴장되는 부분이다.  

우선 본인이 기억하는 사건 당일의 상황에 관해 물어보고 싶다. 동문 신민기씨는 본인의 엑스에 사건 당일 오후 1시 10분경 여러 지역 언론사에 보냈던 취재 요청 메일을 캡처해 공개한 바 있다. 당일 그렇게 언론에 시위를 알린 것은 즉흥적인 결정이었는가? 

즉흥적인 결정이었다. 당일 플래카드를 들고 온 시점에서도 생각을 하지 못했다. 그런데 현장에서 ‘내가 플래카드를 보여주더라도, 전혀 사전에 준비한 것도 없고 같이 준비한 사람도 없어서 사진도 찍히지 않고, 전혀 알려지지 않은 채 플래카드만 뺏기고 끝나는 게 아닌가’ 생각이 들었다. 제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던 건 플래카드를 든 취지, 즉 ‘부자 감세를 중단하고 R&D 예산을 확보해야 한다’라는 목소리를 전달하는 거였다. 그런 생각에서 ‘이미 늦었고 어떤 연락을 할 수 있는지 잘 모르겠지만, 누군가 사진이라도 찍어주지 않을까’ 하는 마음으로 메일을 보냈다.  

그런데 알고 보니 졸업식에 입장할 수 있는 기자는 이미 정해져 있었고, 대통령을 취재할 수 있는 방송국도 정해져 있었기에 연락을 받아도 들어올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래서 그걸 알린 게 큰 영향을 주지도 않았다.  

혹시 언론사를 선택한 기준이 있었나? 

구체적인 기준이 있던 건 아니었다. 인터넷에 검색해서 ‘대전에서 취재를 하는 것 같다’, ‘R&D 관련 취재를 하는 것 같다’, ‘대통령실 취재를 하는 것 같다’ 싶은 기사를 몇 개 찾아 나와있는 기자의 메일로 보냈다.  

플래카드를 만들어서 항의해야겠다는 생각은 언제 하셨나? 

졸업식 이틀 전인 14일에 문자가 왔고, 해당 문자에서 ‘한덕수 국무총리를 비롯한 내빈이 온다’라는 내용을 알게 되었다. 그걸 보고 ‘이를 그냥 지나칠 수 없고, 플래카드를 만들어서 항의해야겠다’라는 마음을 갖게 되었다. 직후에 플래카드를 제작했고, 전날에 인쇄소에 가서 수령했다. 

당일 보안 검색에 대해 묻고 싶다. 학위수여식 입장 전 보안 검색이 평소보다 높은 강도로 진행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동문 신민기씨도 다른 졸업생과 똑같은 절차로 금속 탐지 등 절차를 받았나? 기억나는 대로 답변을 부탁한다.  

우선 사전에 금속, 물, 흉기, 라이터 등 인화성 물질을 갖고 들어갈 수 없다는 공지가 와서 이를 지켰다. 또 신분증을 보고 졸업식 참가자라는 걸 확인했고, 공항 검색대와 비슷한 금속 탐지기를 통과했다. 당시 휴대폰, 지갑, 그리고 플래카드 정도를 갖고 왔는데, 소지품을 바구니에 넣으라고 하여 휴대폰과 지갑을 넣었다. 휴대용 금속 탐지기로 신체 검사를 받기도 했다. 

그럼 혹시 문제의 플래카드는 검사를 받은 것이었는가? 

당시 플래카드는 안주머니에 넣고 있었고, 당시에 인쇄물을 검사할 거라는 공지가 아예 없었다. 그게 대상이라는 생각을 하지 않았기에 소지품으로 제출하지는 않았다. 그대로 통과했다. 

졸업식 전에도 ‘대통령이 온다’라는 소문이 있긴 했다. 물론 확인된 바는 없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통령이 올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했는지, 혹은 그럴 가능성을 아예 배제했는지 궁금하다. 

당일까지도 대통령이 올 거라고 믿지 않았다. “이렇게까지 사전 점검을 철저히 하냐”고 말하는 친구들이 있었지만 저는 안 믿는 쪽이었다. 졸업식장에 들어갈 때까지 최고위 인사로 한덕수 국무총리가 온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언론에 보낸 취재 요청 메일에 드러난 바도 그렇다. 
 
다음으로 사건 당시 상황에 대해 묻고 싶다. 여러 언론 인터뷰를 통해 사전에 구두로 경고한 바가 없었고, 플래카드를 들자마자 바로 끌려나갔다고 이야기했다. 본인의 당시 위치에 대해 설명해줄 수 있나? 

예전부터 졸업식에서는 단상을 바라볼 때 박사가 맨 앞줄에, 석사가 그 다음에, 학사가 그 뒤였다. 전산학부 석사는 단상을 바라볼 때 우측에 위치했고, 저는 당일 우연히 받은 번호를 보니 맨 끝자리에서 바로 옆 칸, 체육관의 변두리에 앉게 되었다. 중앙 통로에서 가장 먼 자리인 변두리 자리에 배치가 되었고, 석사 안에서는 앞뒤에 몇 줄이 있는 중간 정도의 자리였다. 

학우들은 잘 알겠지만 류근철스포츠컴플렉스가 매우 넓기에 물리적으로 대통령이 있던 단상에 가기 위해서 사람들을 헤치고 나가는 것이 불가능했다. 또 플래카드를 두 손으로 잡고 있었기 때문에 다른 행동을 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니었다. 그걸로 충분히 설명이 될 것 같다. 

당시 끌려나가는 과정에서 어떤 말을 외쳤는지 의견이 분분하다. ‘R&D 예산을 복원하라’고 들은 사람도 있고, 다르게 들은 사람도 있다. 당시 무엇이라 이야기했는지 기억이 나는가? 

물러나라는 사람도 있었고 욕했다는 사람도 있었다. 정확하게는 플래카드를 펼치면서 일어나는 동시에 “윤석열 대통령은 R&D 예산 복원하라”라고 외치려고 했다. 다만 이 말을 할 때쯤 이미 경호원이 플래카드를 뺏고 입을 막으려고 하는 도중이었다. 그래서 겁을 조금 먹고 “윤석열 대통령님 R&D 예산 복원하십시오”라고 외쳤다. 그다음 “생색내지 말고 R&D 예산 복원하십시오”라고 했다. 다만 그 시점에서 사지가 붙들려서 끌려 나가던 중이었기에 그래서 “이게 뭐하는 짓입니까?”라고도 말했다. 끌려 나가는 와중에 저항을 할 수도 없었고, 말하고 싶은 것을 소리친다고 해서 더 들리지 않을 것 같았다.  

그러다 행사장에서 퇴장을 당하기 직전에는 탄성을 질렀던 것 같다. 생전 처음으로 겪어보는 상황이라 당황한 것도 있었고, 당시에 엄청나게 긴장하기도 했다. 사실 끌려 나가면서 ‘28살에 다른 사람들이 내 팔다리를 잡고 옮겨주는 경험을 몇 번이나 해볼까’라는 생각을 문득 했다. 정말 예상치 못한 상황이었고, 너무 놀랐기에 그런 탄성을 질렀던 것 같다.  

한편 퇴장 당한 후 방을 세 번 옮겨다녔다고 했다. 어떤 절차에 의해서 방을 세 차례 옮긴 것인가? 

끌려 나간 직후에는 스포츠컴플렉스 복도에 있었고, 경호원들이 ‘안정이 된 것 같으니 놓자’라고 이야기를 했다. 그래서 복도에서 풀려났고, 다친 곳이 있는지 물어보는 과정이 있었다. 그 다음에는 경호원이 ‘저를 어딘가에 이동시켜야 한다’라는 취지로 말했다. 이에 떨어진 안경을 받고 저를 방에 들여보내려고 하는데, 처음 간 방은 “VIP께서 계실 곳이라 안 될 것 같다”라고 하기에 다른 곳으로 갔다. 또 그곳은 “내빈 분들이 오실 자리라 안 될 것 같다”고 해 세 번째 방으로 가니 제복 입은 분이 계셨는데, 경호원이 나가 달라고 요청하여 저랑 경호원 몇 분 그리고 교수님 한 분이 남아 있었다. 

그렇게 들어가게 된 세 번째 방에 감금이 되었다. 동행한 교원은 계속 함께 있었는가? 

방에 들어갈 당시 경호원들이 ‘교수님 이해했고, 절차 때문에 나가주셔야 합니다’라고 요청을 하던 상황이었다. 그럼에도 계속 자리를 지키며 ‘졸업생의 무사를 확인하고 경호원의 책임 있는 사과가 나올 때까지 있겠다’라고 이야기를 하셨다. 이에 제가 “신체적으로 다친 곳은 없고, 이 일에 대해 책임을 묻는 거는 나중에 절차에 따라 해야 될 것 같다”라고 말했다. 그 후에 나가셨다. 

그 분이 법적으로 대응하는 데에도 굉장히 중요한 분이라 찾고 싶은 마음이 있고, 지면을 빌어서라도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린다. 현재 연락이 닿지는 않고 있다.  

방에 갇히고 경찰에 인계되는 과정에서도 문제를 제기한 바 있다. 

적절하지 않은 방식으로 감금이 이루어졌다. 제가 위해를 가할 수 있는 가능성도 없었고, 졸업생 참가자이기에 신원도 금방 파악할 수 있었다. 그런데 문을 닫고 앞에서 나가지 못하게 했다는 점에서 신체의 자유를 침해하는 일이었다.  
미란다 원칙의 고지도 늦었다. 체포를 위해서는 늦어도 상황이 해결된 시점에서는 미란다 원칙을 고지해야 하는데, 경호원이 있는 방에서 30분 정도 대기를 하던 중 도착한 경찰이 이를 고지했다.  

경찰에 인계된 이후에는 대전유성경찰서에 이동했다 풀려났다. 더불어민주당조승래 국회의원이 경찰서로 왔다는 말도 있는데, 당시 상황을 설명해줄 수 있는가? 

가장 처음에는 우리 학교 직원 분들이 학교에서 경찰서로 따라왔고, 경찰서에 옮겨진 다음에 저를 먼저 보러 온 게 녹색정의당 분들이었다. 다만 녹색정의당 분들과의 면담은 이루어지지 못했고, 경찰에서는 변호사만 만날 수 있다고 전달했다. 이후 조승래 의원이 경찰서에 도착했다. 조 의원의 경우 경찰서로 온 줄도 몰랐는데, 들어오셔서 ‘본인이 조승래 의원이고, 나중에 조사를 받는 게 나올 것 같다. 지금 나가고 싶으면 나가고 된다’라고 말했다. 그렇게 기타 절차를 거친 후 당일 풀려났고 귀가했다. 

녹색정의당 대전시당과는 어떻게 연락이 이어진 것인가? 

여러 언론에서 이야기했지만 녹색정의당과는 플래카드 시위와 관련된 이야기를 일체 하지 않았다. ‘졸업식이 있다’ 정도의 이야기만 했다. 제가 끌려나가고 나서 제 친구가 그 사실을 알게 되었고, 다시 제 친구가 또다른 친구에게, 그리고 그분이 지역 시민사회에 연락을 해서 다시 저한테 연락이 닿게 되었다. 당시에 시당 분들은 다른 일정 때문에 시외에 있다가 소식을 듣고 우선 경찰서로 향한 것으로 알고 있다.  

사건 당시의 상황에 대해서는 많은 이야기를 나눈 것 같다. 이제 사건 이후의 상황에 대해 여쭙겠다. 사실 사건이 일어나기 전, 그리고 사건이 일어난 직후에도 현장에 있던 대부분의 사람이 이 사건이 이렇게까지 커지리라고는 예상치 못했다. 동문 신민기씨의 경우에는 어땠는가? 

전혀 예상을 못 했다. 여러 언론에서 이야기했는데, 이 사건을 키운 것은 경호처의 대처라고 생각한다. 만약 플래카드를 뺏고 “자리에 앉으십시오”라고 했으면, 저는 달리 할 수 있는 방법이 없었기에 자리에 앉았을 것이다. 그런데 플래카드를 뺏고 끌어내서 입을 막고 끌고 갔기에 그럴 수 밖에 없지 않았나 싶다.  

사건 전에는 가장 크게 알려지더라도 언론에 짧은 기사 몇 줄 나오는 것 정도라 생각했다. 해봤자 “누가 플래카드를 들었는데 그게 제재를 당했더라”, 혹은 “카이스트 졸업식에서 플래카드를 든 사람이 있었는데 내용이 이렇다더라” 정도일 거라고 생각했다. 끌고 가지 않았다면 이렇게까지 일이 커지지는 않았을 것 같다. 

이 사건을 두고 학내에서도 여론이 뜨거웠다. 설문 결과 대부분의 구성원이 잘못된 대처였다고 보고 있다. 다만 이 사건이 ‘의도된 정치된 기획이다’라고 보는 일부 구성원도 존재했다. ‘동문 신민기씨가 현재 정당에 몸을 담고 있는데, 이 사건을 정치적 자산으로 쓰려는 것이 아니냐’라고 생각하는 분들을 어떻게 설득할 수 있겠는가? 

어려운 질문이다. 가장 단순하게 반박을 하자면, ‘소속 정당하고 사전에 꾸미지 않았고, 일절 이야기하지 않았다. 정당이나 정치 자산을 위한 거라면 그렇게 일을 했겠나’ 하는 생각이 든다. 

아울러 저는 대통령이 올 것도 예상을 못했고, 저를 끌어낼 것도 예상하지 못했다. 찾아보면 알겠지만 대전시당 대변인을 한다고 어느 곳에도 홍보하고 다닌 바 없다. (신민기 대변인은 2023년 11월 28일부터 녹색정의당 대전시당 대변인직을 맡았다.) 한 번도 얼굴을 드러내고 활동한 바 없다. 제가 만약 정치 진출을 노렸다면, 그 반대로 행동했을 것이다. 오히려 얼굴과 이름을 드러내고 내가 진보정당에서 무언가를 하고 있다는 걸 알리는 게 두렵기도 했다. 그런데도 이름을 알리려고 그런 기획을 했겠는가 묻고 싶다. 

'정치적 기획’이 아니냐고 묻는다면, 어떤 맥락에서 정치라는 말을 쓰느냐에 따라 다르겠지만 정치적 기획이 맞다. 정치적으로 R&D 예산을 복원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사람들에게 알리기 위해 기획한 것이다. 다만 그것이 저의 정치적 자산을 얻기 위한 기획이었냐 묻는다면, 그러고 싶지도 않았고 그렇게 될 것이라고 예상하지도 못했다고 답하겠다.

그렇다면 사건 발생 후에는 얼굴과 이름을 최대한 가리고자 했는가? 

맞다. 사실 제 이름이 알려졌다는 것도 경찰서에 연행되고 나서 대기하던 와중에, 굉장히 늦게 알았다. (사건이 발생한 당일 오후 4시 10분에 녹색정의당 김민정 대변인이 국회에서 학위수여식 사건 관련 브리핑을 진행하며 동문 신민기씨가 대전시당 대변인이었음이 알려졌다.) 직전 질문에 답변을 덧붙이자면, 만약 제가 이름과 얼굴을 알리고 싶었으면 그 전에 미리 공개적으로 신원을 밝혔을 것이다. 

이름과 당적을 알린 것은 본인의 의사가 아니었나? 

처음에 이름이 알려졌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는 당황했지만, 녹색정의당으로서는 저를 보호하기 위해서, 또 어쨌든 제가 대변인 직함을 달고 있었기에 그렇게 판단했던 것 같다.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어느 정도 현명한 판단이었다고 생각한다. 오히려 얼굴과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개인으로서 대응해 나가기에는 너무 힘들었을 것 같다.  

그럼에도 당적과 이름을 공개하면 정치적으로 이용될 수 있겠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는지 궁금하다. 

사건 이후 이틀 정도 고민했는데, 오히려 제가 했던 행동을 너무 정파적으로 본다는 생각이 들어서 공개하겠다고 마음먹었다. 물론 정권에 반대하는 쪽이나 지지하는 쪽 양쪽에서 이용하기 좋은 이미지이지만, 그 상황에서 ‘R&D 예산을 복원해달라’고 외쳤던 제 목소리가 지워지는 게 너무 아쉬웠다. 그 메시지를 되살리기 위해서는 제가 나서서 이야기하는 수밖에는 없다고 생각했다. 

사건 이후 학교의 대응도 도마에 올랐다. 학교-학생 간담회가 열린 월요일(지난달 26일)날 학교 간담회에 참석을 요청했으나, 결국 입장하지 못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맞나? 

다른 사람을 통하여 학부 총학생회에 물어보았는데, 참석이 어려울 것 같다는 답변을 전해들었다. 월요일에 간담회장에 가서 재요청했으나, 졸업생이라 입장은 어려울 것 같다는 답변을 들었다. 학부 총학생회의 판단에 대해서는 전적으로 이해하고, 오히려 제가 들어가는 것이 더 불편한 상황을 초래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든다. 강제적으로 들어가려고 했던 것은 아니고, 확인차 부탁을 드린 것이다.  

그래도 간담회 참석했던 학우를 통해 학교 측의 입장을 간접적으로 전해들었을 것 같다. 당시 간담회에서 학교는 공식 입장이 없다는 말을 반복했다. 직접 참석하지는 못했더라도, 혹 전해들은 내용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하다. 

우선 학교가 ‘제가 업무방해를 하지 않았다’라는 의견을 경찰에 전달했다고 전해 들었고, 이에 관해서는 조금 안도가 된다. 

하지만 여러 측면에서 부정적이다. 첫째로 학부와 대학원 총학생회에서 요구한 것이 재발 방지를 위해 ‘학교 측이 학생을 보호하겠다’라는 약속을 해달라는 거였는데, 그게 이루어지지 않았다. 이에 관해 구두 약속도 없었던 것이 실망이다. 공권력이 부당하게 학생을 잡아간 사건이지 않은가. 또 학교 입장이 문서로 남지 않고, 학생에게 공식적으로 의견이 전달되지 않는다면 언제든 입장을 뒤집을 수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우려가 크다.  

또 최소한의 사건 파악도 안 되고 있었다. 사건 당시 자료를 열심히 모으고 있었던 입장에서 최소한의 사건 파악도 되지 않았다는 점이 화가 났다. 오히려 학교는 공식 기관이니 저보다 더 발빠르게 정리할 수 있었을 텐데, 그게 어렵다면 총학과 원총에 협력하겠다는 의사 전달 정도는 가능했다고 생각하는데, 그마저 없었다. 

그러면 만일 학교에서 입장을 낸다고 했을 때, 동문 신민기씨가 생각하는 최소한의 기준선은 무엇일까? 

학생에 대한 보호가 가장 우선시되어야 한다. R&D 예산의 경우 가치관이 달라서 그렇게 생각할 수 있다고 보는데, 학생을 보호하겠다는 입장을 내지 않는다면 학생이 학교에 신뢰를 가지지 못할 것이라고 본다. 이는 단순히 예산을 깎이는 것 이상으로 큰 타격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월요일 간담회에서 학교 측이 동문 신민기씨에게 연락을 해서 사건의 사실관계를 파악하고 개요를 잡겠다는 이야기를 했다. 그 이후로 연락을 받은 바 있나? 

아직 (답변을 하고 있던 시점은 목요일 오후 5시였다.) 학교 측으로부터 연락받은 바는 없다. 아마 그 약속은 지켜지지 않을 것 같다. 실망스럽고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미궁에 빠진 느낌이다. 만약 학교가 목소리를 내지 않는다면, 학교 대신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사람들만이라도 뭉치자고 이야기해야 될 것 같다. (인터뷰 이후에도 본지는 신민기 졸업생에게 학교 측에서 온 연락이 있는지 질의하였다. 이에 관해 신민기 졸업생은 이번 달 3일 19시를 기준으로 아직 학교 측으로부터 연락을 받지 못했다고 추가로 답변했다.)

학부나 대학원 총학생회에서 연락이 온 건 없는가? 

밀접하게 소통하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꼭 필요한 경우에 연락을 취하고 있다. 양측 모두 임기 전환기이기에 시기적으로 어려운 부분이 있다. 그렇다 하더라도 이 문제가 비판 없이 넘어갈 수 있는 문제라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다만, 학교 구성원이 결정한 바에는 저는 우선 최대한 따라가겠다. 

동문 신민기씨는 지난달 26일 오후 6시 반경에 학내 커뮤니티 <ARA>에 ‘학위수여식 강제퇴장 사건 졸업생이 학생 여러분께 드리는 입장문’이라는 글을 업로드한 바 있다. 이 입장문에서 "제가 가진 생각의 차이를 미뤄두고 (중략) 적어도 학교 구성원분들과 연대하는 부분에서는, 앞으로 특정 정당이나 정치적 입장을 내려놓고 합리적인 내용으로 구성원들의 공익을 우선시하겠다”고 했는데, 같은 맥락인가? 

맞다. 동일한 이야기이다.  

그렇다면 여기서 동문 신민기씨가 말하는 ‘합리적인 내용’이란, R&D 예산 복원에 대한 내용을 빼고 학생 보호와 인권 침해 문제에 집중하는 것인가? 

그렇게 볼 수 있다. 권리 침해에 관한 내용이 중심이 될 것이다. 다만 학교 구성원들이 R&D 예산을 복원해야 한다는 문제에까지 목소리를 내주신다면 저로서는 환영할 만한 일이다. 사실 저 개인적으로는 두 문제가 별개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R&D 예산 삭감에 관해 구성원들이 함께 목소리를 내주었으면 좋겠다고 했지만, 만약 총학생회에서 ‘R&D 예산을 이유로 들어 행동하는 건 과하고, 권리 침해에 중점을 두어서 대응하자’라고 결정하면, 이러한 대응 방향에 따라가겠는가? 나아가 예산 삭감에 대한 의견을 개진하는 것을 줄여 나갈 생각인가? 

분리를 하게 될 것 같다. 학교 측에 책임 있는 대처를 요구할 때는 R&D 예산에 관한 이야기를 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다시 한 번 R&D 예산 복원을 위한 이야기를 시작해야 한다고 말하시는 분이 대학원생, 연구자 등 다수 있다. 그런 자리에 가서는 그 부분에 대해 이야기하겠지만, 단적으로 그런 곳에서 ‘총학생회가 본인을 지지했다’와 같은 말을 해서는 안 된다.  

지난달 19일에는 첫 기자회견을 열었고, 23일에는 우리 학교 동문, 교수 등 1136명이 참여한 국가인권위원회 진정에 대표 진정인으로 발언하는 등 대응을 이어갔다. 혹시 앞으로 추가 대응 계획이 있는지 궁금하다. 

현재 저를 도와주시는 분들과 좀 더 조사를 거치고 증거를 모아 헌법소원을 제기하고자 준비 중에 있다. 또 이번 달 6일에는 첫 번째 경찰 조사가 예정되어 있다. 그렇게 두 개가 예정이 되어 있고, 큰일이 생기지 않는 이상 다른 대응은 없지 않을까 싶다. 

졸업을 하고 난 후 반년이 지난 시점에 이런 사건이 발생한 건데, 혹 앞으로의 진로나 계획에 영향을 끼치지는 않았나? 

취업 준비를 하면서 대변인직도 2월이나 3월에 그만둘 생각이었다. 그만둔 후에는 다시 취업 준비에 전념하고자 했다. 저는 NLP(자연언어처리)와 AI 윤리, 그중에서도 챗봇 AI와 사람 간의 의사소통에 관해 석사 연구를 진행했다. 그래서 챗봇 AI를 다루는 회사에서 전공을 살려 사람에게 도움이 되는 시스템을 만들면 좋겠다 생각했는데, 이 사건으로 인해 그런 계획이 좀 미뤄졌다.  

또 혹시나 하는 불이익에 대한 걱정도 있다. 이 사건으로 인해 좋지 않은 이미지가 덧입혀지지 않을지, 혹은 기업에서는 부담으로 받아들이지 않을지 걱정도 된다. 하지만 석사 연구도 어떻게 하면 약자나 소외받는 계층에게 차별적이지 않은 시스템을 만들 수 있을지 고민했던 것이고, 그런 가치관의 연장선에서 한 행동이었기에 그 방향성 자체는 틀리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정치 쪽으로 나아갈 생각은 없는 건가? 

정치인은 되고 싶지 않다. 저는 연구를 계속하고 싶고, 기술 동향을 보는 게 좋다. 과학인으로서 제 관심 분야에 있으면서 제가 할 수 있는 것들을 하고 싶다.
 
마지막으로 학내 구성원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무엇인가? 

예상치 못한 일 때문에 모든 구성원이 갈등하는 힘든 시기라고 생각한다. 입장문에서 밝히기도 했지만, 즐거워야 할 새학기의 시작에 어떻든 그 단초를 제공한 것에 대해서는 저도 책임감을 느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학교의 공식 입장이 없는 상황이라면 학생 등 학교 구성원의 행동이 중요하지 않을까 싶다. 힘들고 두려운 일이 될 수도 있겠지만, 적어도 구성원이 먼저 움직이면 함께 따라오는 분이 많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나아가 우리가 지금 이 순간에 어떤 결정을 내리느냐가 향후 과학기술계의 궤적을 정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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