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상조회비 예산 삭감에 따른 지급기준 변경(안). ©김지윤 기자
의료상조회비 예산 삭감에 따른 지급기준 변경(안). ©김지윤 기자

지난달 13일, 우리 학교 학부 총학생회 비상대책위원회 <BRIDGE> (이하 총학생회) 명의로 ‘의료상조회비 학교 지원 예산 삭감 및 업무 이관에 대한 설문조사’라는 제목의 메일이 발송됨에 따라 그간 우리 학교의 대표적인 복지로 평가받던 정책이 축소되는 것이 아니냐는 구성원들의 우려가 확산되었다. 의료상조회(이하 상조회)란 학생 의료보조금 지원 및 무료 종합건강검진 등을 통한 의료복지증진과 건강한 학업수행 지원을 위해 조성된 기금이다. 상조회는 교내에 위치한 파팔라도메디컬센터(E21)뿐 아니라 외부 병원에서 진료를 받는 경우에도 정해진 비율로 보조금을 지급하여 많은 가입자들이 혜택을 누릴 수 있게 했다. 그러나 총학생회 측에서 의료상조회비(이하 상조회비) 지원금이 올해 봄학기에 반액, 가을학기에 전액 삭감될 것이라 전해 들었다고 밝힘에 따라 논란이 불거졌다. 나아가 상조회 업무 또한 학생회로 이관될 계획이라 발표함에 따라 정책 유지에 관한 회의적인 전망도 제기되었다. 

설문조사 또한 이 같은 맥락에서 실시되었으며, 총학생회 상조회비 삭감 및 업무 부처 이관에 대한 학우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이를 학교 측에 전달하기 위한 다방면의 조치를 강구하고 있다 밝혔다. 총학생회 측에 따르면 상조회비 정책 변경에 관해 논의가 시작된 것은 지난해 12월이다. 여기서 학교 측에서 KAIST 협동조합으로 상조회 업무를 이관하고 장학복지팀의 기존 인원 지원 없이 자체 인원을 채용하여 운영할 것을 요청하였다. 그러나 KAIST 협동조합에서 인력 채용에 어려움을 표함에 따라 학생회 임원이 상조회를 직접 운영하는 안을 골자로 새로운 독립적 운영안이 본격적으로 논의되기 시작하였다. 구체적으로 상조회의 이사장 및 부이사장이 학교 처장에서 학생회 임원으로 변경되는 등 방안이 제시되었으며, 이에 따라 학교 측에서 관련 업무를 완전히 학생 사회로 이관하려는 것이 아닌가 하는 논란이 일었다. 한편 지난달 말에 이르러 학교 측에서 상조회비를 삭감하고 의료 복지 차원에서 해당 예산을 투입하겠다는 입장을 천명함에 따라, 재원 마련 및 운용에도 적신호가 켜졌다는 것이 학생회의 시각이었다. 

이 같은 정책 변화를 두고 여러 의견이 제시되고 있으나, 비판하는 측은 ‘사실상 정책 폐기로 가는 수순’이라는 점과 ‘학생회에 업무를 이관하려는 부적절한 태도’를 본원적 문제라 바라보고 있다. 한 익명의 학우는 ‘개강을 앞둔 2월이 다 되어서야 학생회 측과 논의를 시작한 것 자체가 학교 측의 의지를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업무 이관에 관한 학교의 안을 거절할 경우, 상조회 정책 자체를 폐기하려는 것 아닌가 저의가 의심된다’라고 답했다. 또한 일부 학우는 ‘예산 삭감 논의에 관해서 총학생회와 충분한 논의가 이루어지지 않았으며, 삭감을 결정한 시점에서 즉각적으로 학생회에 통보를 했는지도 분명치 않다’라며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이에 본지에서는 상조회 정책 변경을 둘러싼 학교와 총학생회 측의 입장을 듣고자 인터뷰를 진행하였으며, 상조회 운영을 둘러싼 여러 쟁점에 관해 사실 여부를 검증하였다.
인터뷰에 응한 임범희 장학복지팀장은 금번 ‘의료상조회’ 변경안이 의료 지원 정책의 축소가 아닌 행정의 정상화라고 개괄했다. 특히 “의료상조회는 학교 산하 기구가 아닌, 가입을 희망하는 학생의 상조회비로 운영되는 학교 본부와는 별개로 독립된 구조의 비영리 기관이다. 우리 대학은 정부 예산으로 운영되는 법인인 만큼 상조회에 가입한 학생만을 위하여 정부 예산을 투입하는 것에는 문제가 있는 바, 상조회 가입 여부와 무관하게 모든 학생이 보편적 의료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개정하는 것이다”라고 부연하며, 결코 정책의 후퇴가 아님을 강조했다. 일례로 학생들이 폐지를 우려하고 있는 일반건강검진 및 특수건강검진은 기존과 동일하게 학교에서 예산을 지원할 예정이고, 이에 관해 임 팀장은 “상조회와 무관하게 당연히 지원해야 하는 기본 항목”이라 밝혔다. 한편, 우리 학교 상조회 가입률은 학기별로 상이하며, 지난해 봄학기와 가을학기에 각각 85%, 80% 수준으로 집계되어 미가입 비율은 15%에서 20% 수준이다.

다만 학교 예산이 의료상조회가 아닌 전체 학생을 위해 사용됨에 따라 의료상조회 운영비 축소는 불가피할 예정이다. 즉 그동안 지원했던 의료비지원 범위는 일부 변경될 수밖에 없으며, 임 팀장은 이에 관해 학생 대표와의 소통의 시간이 필요한 바 2024년 봄학기까지는 기존과 동일하게 예산이 지원되도록 예산팀과 협의했다고 밝혔다. 더불어, “올해 봄학기에 학생 대표와 충분히 소통할 예정이며, 의료상조회의 재정안정성을 고려하여 다소 과대한 지원은 축소하는 등 대안을 마련할 계획”임을 언급했다. 그는 상조회가 국민건강보험 대상에 학생이 포함되지 않았던 시절(1989년 전국민건강보험 실시)인 1985년 9월에 의료 복지 차원에서 설치되어 처음에는 석박사과정 학생을 대상으로 운영하고, 이후 학사과정을 통합하여 38년 이상 학생 의료를 지원해왔음을 언급했다. 이어 “과학기술원 중 유일하게 우리 학교만 의료상조회를 운영하고 있다. 상조회가 있는 어느 대학보다 학생에게 많은 지원을 하고자 노력해 왔다”라고 부연했다.

상조회 지원금의 구체적인 삭감안 또한 도마에 올랐다. 그간 상조회비를 납부하지 않았던 학생 중 일부는 ‘상조회 운영에 따른 적자를 메꾸기 위해 예산을 편성하기보다 차라리 기타 복지 정책이 개선되었으면 좋겠다’라는 의견을 제기하는가 하면, 정반대로 ‘학교 측의 재정상 어려움은 납득하지만 상조회비 현실화에 관한 논의 없이 지원 축소를 결정하는 것은 지나치다’라는 입장도 적잖은 상황이다. 총학생회 정구용 부비상대책위원장은 “물가 인상 등 외생적 요인에 의해 의료상조회비 지급 금액이 해마다 증가했고, 따라서 상조회비 인상이 논의되고 있었던 것으로 안다”면서도 이러한 상황을 고려할 때 갑작스러운 삭감은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는 우려를 표명했다. 그러나 임 팀장은 “통상 연 1억 5,000만 원 규모의 학교 예산을 상조회에 지원하는 비정상적 거래가 이루어지고 있었던 만큼, 이를 해결할 필요성은 분명하다”라고 전했다. 나아가, 학생회와 협의점을 찾기 이전까지는 혜택 축소를 최소화할 것이며, 금년 상반기에 7,500만 원을 확정적으로 지원함으로써 정책 개편을 유예한 상황이라 부연했다. 요약하자면 상조회의 혜택은 가입자만이 누릴 수 있도록 보조금 지급 비율을 일부 조정하는 한편, 반드시 필요한 의료 지원은 학교 예산으로 직접 지원하겠다는 것이 학교 측의 방침이다. 더불어 임 팀장은 “단지 의료 복지 정책의 재원이 상조회와 학교 예산으로 이원화되었을 뿐, 학교가 편성한 예산은 대동소이하다”라면서 “장학복지팀은 학생처로서 복지 혜택의 확대에 최선을 다할 것”임을 명확히 했다.

나아가 학생 단체로 주관 부서를 이전하는 것에 대해서도 양측의 의견이 엇갈렸다. ‘상조회를 학생 자치기구와 동일한 수준으로 학생회 주도로 운영하고, 이사장과 부이사장을 각각 대학원·학부 총학생회장으로 임명, 이사 3인 중 2인에 총학생회 내 복지 담당자를 임명’하는 학교 측의 제안에 관해 총학생회 측은 전문성이나 가용 인력을 고려할 때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임 팀장은 “비록 학생들을 이사로 등기하는 것은 맞으나, 행정 업무는 의료상조회 직원 및 장학복지팀에서 할 것”이라며 개인 정보 유출이나 행정 인력 소요 등 우려는 없을 것이라 강조했다. 또한 이는 어디까지나 하나의 방안에 불과하며 상조회가 협동조합의 형태로 개편되는 경우, 진료 항목별 학생 수요를 고려하여 지급 비율을 조정하는 등 가입자의 의견을 적극 반영하기 위해 학생회를 의사 결정 주체에 포함한 것이라 전했다. 일례로 상조회 제도를 운영 중인 연세대학교에서도 학생을 이사로 선임하고 있으며, 이는 결코 업무 이관이 아닌 자율권 부여의 일환이라 해명했다. 즉 수혜자 스스로가 세부 지원 방안을 조정할 수 있도록 논의의 장을 마련하고, 이를 통해 상조회비 인상에 따른 부담도 근본적으로 해소한다는 것이다. 

별개로 상조회비 소진 시 총학생회비를 재원으로 이를 충당하는 것이 아닌지 정 부위원장에 묻자, 현재로서 명확하게 논의된 바는 없다는 원론적 답변만을 들을 수 있었다. 다만 정 부위원장은 의료상조회의 지속성을 위한 지급 기준 조정과 회비 인상 등을 검토한 바 있고 발전재단 등 새로운 재원 조달 창구의 필요성이 논의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관해 임 팀장은 “학생회비와 의료상조회비는 계정이 완전 다르다. 처음부터 섞일 수 없는 예산이다”라고 가능성을 일축했다. 정 부위원장에게 향후 대응 방안에 관해 묻자, 상조회비 학생 이사 선임에 관한 반대와 더불어 학생 의료 복지 예산 사용처 및 상조회비 지원 요청이 주요한 요구 사항이라며 지속적으로 관련 논의를 이어갈 것이라 밝혔다. 특히 “의료상조회비는 높은 비급여 의료비에 대한 학생의 최소한의 안전망이자, 체감이 큰 복지 정책이기 때문에 KAIST 학생 복지의 중요한 축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라며 지출액이 커져 현행 예산으로도 유지가 힘든 상황에서 삭감은 더욱 치명적일 것이라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또한 상조회의 고유한 특성을 고려하지 않고 일종의 사적 보험으로 취급하는 개편이 복지의 후퇴를 가져올 것이라 주장했다. 특히 대학원생의 경우 임금이 적고 4대보험을 적용 받지 못한다는 점을 고려할 때 사실상 사회보장제도로서 기능하고 있다는 점을 부연했다. 또한 국가로부터의 의료 지원을 받기 어려운 외국인 학생의 경우 앞서 언급한 어려움이 가중된다는 점을 고려하여, 학내 의료 사각지대를 해소하는 데 일조하고 있는 상조회 정책 개편에 관해 더욱 신중한 논의를 진행할 것을 촉구했다. 

이에 임 팀장은 학생을 위해 예산을 투입한다는 데에는 이견이 없다며, “부적절한 관행을 타파함과 동시에 한정된 예산을 효율적으로 배분하기 위한 노력 전반이 의료 복지 축소로 와전되는 것 같아 안타깝다”라는 입장을 전했다. 일례로 전술했듯 정신과 진료 지원 등 상조회 가입 여부와 무관하게 필요한 지원은 학교에서 직접 지원하도록 기획 중이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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