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카이스트 문학상 시 부문에는 23명의 학생들이 총 75편의 작품을 투고해 주었다. 시를 본격적으로 접하거나 창작하기에는 녹록하지 않았을 여러 여건 속에서도 충실히 언어를 벼리고 그 안에 진심을 드러내 보인 작품들이 꾸준히 출품되고 있다는 점은 기쁜 일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다만 시작(詩作)은 자신이 발견한 어떤 진실을 응축된 언어로 표현한다는 점에서 남다른 끈기가 필요한 작업이다. 이러한 조건 앞에서 아직은 장황한 일상어의 수준에 머문 시들도, 간결하지만 사유의 경험이나 깊이가 아쉬운 시들도 있었다. 전자의 경우 리듬이나 이미지와 같은 시의 주요 형식을 빌려 좀 더 간결하고 압축적으로 쓸 필요가 있고, 후자의 경우 시적 대상에 대한 사유의 흔적을 언어에 담을 나름의 방안을 고안해야 할 것이다. 

당선작인 양우현의 <끝, 말, 잇기>는 놀이의 형식을 빌렸는데, 대화의 사이사이를 예민한 감각으로 짚어 내는 화자의 인도를 통해 ‘말해진 것’과 ‘전해진 것’ 사이에 놓인 여러 가능성에 주목한다. 언제든 몇 번이고 흘러갔을 ‘말’의 ‘끝’을 거슬러 올라가는 화자의 놀이는 ‘말해진 것’ 이면에 놓인 ‘말해지지 않은 것’을 길어 올리며 일견 끊어져 있는 듯한 말과 말 사이에도 이어 붙일 계기가 남겨져 있다는 ‘잘 알려지지 않은 사실’을 발굴해 독자에게 내보인다. 그런 가운데 어쩌면 ‘전하지 못했거나 전할 수 없었던 것’들도 가늠할 속도를 모른 채 가닿는다는 점, 그러다가 영영 사라져 버린 말들의 존재까지 떠올려 살뜰히 보듬는 것 또한 화자가 행하는 ‘끝, 말, 잇기’ 놀이의 성과이다. 익숙한 것에서도 평범하지만 ‘잘 알려지지 않은’ 진실을 찾아낼 수 있는 다정한 관점을 지녔기에 소박한 언어로도 일정한 세공의 수준에 이르렀다는 점은 이 작품이 지닌 미덕일 것이다. 그러나 엄격하게 보면 기성 시인의 기교나 어투가 떠오르는 지점도 있었으며, 그로 인해 애써 찾은 나름의 ‘진실’이 충분히 담금질되지 못한 인상을 주어 아쉬움이 남았다. 창작자로서의 언어적 재능에 더하여 본인만의 시적 사유를 깊이 있게 펼칠 수 있는 방안을 계발한다면 더 훌륭한 시를 만나게 것이라 생각된다.

박성후의 출품작 다섯 편은 작품 수준이 일관되지는 않지만 일상의 공간에 낯선 것(예컨대 반딧불, 햄스터 등)을 배치하여 그 공간의 의미를 새롭게 덧씌우는 접근을 흥미롭게 읽었다. 특히 <나는 기념할 것이 못 됩니다>에서와 같이 ‘빛’의 농도와 색감을 조정해 이미지들을 형성하고 이들을 충돌시키면서 시적 대상을 독특한 방식으로 표현한 점이 인상적이었는데, 일부 시편의 경우 생소한 것, 기괴한 것으로 경도되어 사유의 깊이를 놓치는 길로 빠지는 듯하여 아쉬움이 남았다. 또한 리듬을 상당히 의식하기는 하였으나, 결과적으로 장황한 나열의 성격을 벗어나지 못한 경우도 있었다. 그런 점에서 다섯 편 중 가장 짧은 소품 같은 시인 <나는 기념할 것이 못 됩니다>가 오히려 가장 담백하다는 느낌을 주어 가작으로 선정하였다. 

끝내 터져 나오고야 마는 그런 말들이 있다. 아직까지 문학은, 특히 시는 언어가 지닌 독특한 물성을 나름의 방식으로 다듬어 그 말들을 내어놓을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무기가 아닐까 한다. 시를 즐겨 읽고 쓰는 모두에게 이 취향이 가져다줄, 삶에서 빛나는 순간들이 있으리라 믿으며 정성스레 쓴 작품을 출품해 준 모든 학생들에게 감사의 말을, 더불어 수상자들에게 축하의 마음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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