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졸업식 축사 중 일어난 졸업생 피켓시위에 학위수여식, 강경대응 논란으로 끝맺어

지난 16일, 우리 학교 류근철스포츠컴플렉스(N3)에서 2024년도 학위수여식이 개최되었다. 이날 열린 학위수여식에서는 박사과정 졸업생 756명, 석사과정 졸업생 1,564명, 학사과정 졸업생 694명으로 구성된 총 3,014명의 졸업생이 학위를 받았다. 특히 이번 학위수여식의 경우, 윤석열 대통령의 축사가 예고되며 더욱 귀추가 주목되었다. 그러나 졸업생들에 대한 축하와 격려, 응원으로 가득해야 할 학위수여식은 예기치 못한 소동을 겪으며 그 의미가 퇴색되었다. 우리 학교 신민기 학우(전산학부 석사과정 졸업)가 윤 대통령의 축사 중 착석했던 자리에서 일어나 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치자 대통령경호처 경호원들이 강제로 끌고 나가며, 강경대응에 관한 논란이 이어졌기 때문이다.

 

우리 학교 신민기 학우가 윤석열 대통령 축사 중 피켓을 들고 R&D 예산 복구를 요구하며 항의하고 있다.       대학생 커뮤니티 서비스 "에브리타임" 유저 제공
우리 학교 신민기 학우가 윤석열 대통령 축사 중 피켓을 들고 R&D 예산 복구를 요구하며 항의하고 있다.        대학생 커뮤니티 서비스 "에브리타임" 유저 제공

윤석열 대통령 축사 와중 피켓 든 우리 학교 졸업생 끌려 나가

이번 방문으로 3번째로 KAIST를 찾은 윤 대통령은 축사를 통해 우리 학교 졸업생들을 격려하며 R&D 예산을 강화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윤 대통령은 “대한민국의 자랑 카이스티안(KAISTian) 여러분, 여러분이 이뤄낸 값진 성취와 새로운 출발을 진심으로 축하한다”라며 축사의 포문을 열었다. 6분 정도 이어진 축사에서 윤 대통령은 KAIST의 역사와 성과를 소개한 뒤, 졸업생들에게 조언의 메시지를 남겼다. 그는 “여러분이 나아가는 길에 분명 어려움도 있을 것”이라며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고 과감하게 도전하라”라고 충고했다. 이어 윤 대통령은 “마음껏 도전을 이어갈 수 있도록 저와 정부가 힘껏 지원할 것”이라며 “과학 강국으로의 퀀텀 점프를 위해 R&D 예산을 대폭 확대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이때, 객석에서 소란이 일었다. 신 학우가 ‘부자감세 중단하고 R&D 예산 복원하라’라고 쓰인 피켓을 들며 “R&D 예산 복원하십시오. 생색내지 말고”라고 외친 것이다. 그와 동시에 대통령경호처 경호원으로 추정되는 사람들이 달려들어 신 학우의 입을 막고 그를 행사장 밖으로 끌어냈다. 윤 대통령은 소동에도 불구하고 약 1분 정도의 시간을 더 들여 축사를 마무리한 뒤, 단상에서 내려가 일부 졸업생들과 인사를 나눈 후 행사장을 바로 떠났다. 익명을 요구한 학사과정 졸업생 A 학우는 “(피켓 든) 당사자가 발언할 때, 식장의 여기저기에서 (윤 대통령의) 연설에 항의하는 외침이 있었다”라고 설명하며 “이후 졸업생 자리에 앉아있던 학위복을 입은 경호원이 즉각적으로 일어나 발언자를 제압했다”라고 당시의 상황을 밝히기도 했다. 신 학우는 이후 대전유성경찰서로 인계된 뒤, 풀려났다고 알려졌다.

해당 소식은 졸업생 및 참석자를 통해 곧바로 학내에 알려졌다. 특히 신 학우의 입을 막으며 강제로 연행하는 모습이 우리 학교 대학생 커뮤니티 서비스 <에브리타임>(이하 에타) 및 각종 소셜미디어를 통해 확산되며 사건의 파장은 더욱 커졌다. 대통령경호처의 경호 행위가 과잉이다 아니다를 두고 소셜미디어는 물론, 정치권에서도 공방이 이어진 것이다. 특히 녹색정의당에서 신 학우를 녹색정의당 대전시당 대변인이라 밝히며 공방은 한층 심화되었다. 졸업생들의 앞날을 축하하고 응원해야 할 학위수여식에 때아닌 강경대응 논란이 자리한 것이다.

본지는 우리 학교에서 일어난 사건의 정쟁화가 시작되는 상황에서, 발행을 앞두고 있는 지금, 당장의 심층 취재 및 학내 여론의 구체적인 확인은 어려울 것이라 판단했다. 이에 이번 기사에서는 과잉대응 논란에 앞서, 사전 보안 절차 및 참석자들이 밝힌 분위기를 먼저 다루고자 한다. 강화된 보안 절차에 따라 우리 학교 졸업생들이 느꼈던 분위기가 어땠는지 우선 전달해보았다.

정정된 공지, 보안 관련 안내 계속돼

이날 개최된 학위수여식의 경우, 지난달 9일 우리 학교 포털 사이트를 통해 최종 안내가 올라왔다. 우리 학교 학생지원팀을 통해 공고된 최종 행사 안내문에 따르면 우리 학교 졸업생은 당일 12시 20분에서부터 12시 50분까지 학사·석사·박사과정에 따라 나누어진 대기 장소에서 집합할 예정이었다. 공고에 따르면 학위수여식에는 학위복 대여 기간에 학위복을 대여하며 대여 신청서 양식에 참석 의사를 밝힌 졸업생만 참석이 가능했다. 마찬가지로 졸업생 동반 가족 역시 학위복 대여 기간 중 배부된 입장권을 통해 최대 2인의 입장만 허용한다고 안내됐다. 

지난 7일, 학생지원팀은 새로운 공지를 통해 행사장 입장을 위해서는 “반드시 신분증을 소지해야 한다”라고 안내하며, 대기 장소 입장 역시 기존보다 40분 앞당겨진 11시 40분에서부터 12시 10분까지로 조정했다는 내용을 전달했다. 이어진 지난 13일의 안내에서는 국무총리, 장관을 비롯한 내빈 참석을 이유로 행사 입장을 비롯한 절차에서 철저한 보안 검색 절차를 예고하며 양해를 구했다. 실제로 본 행사에는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을 비롯한 행정 고위직, 이상민 국민의힘 의원(유성 을), 조승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유성 갑) 등 지역구 국회의원, 이장우 대전광역시장 등 각계 인사가 참석했다. 해당 공고는 “다수의 내빈이 참석할 예정으로 최근 발생한 정치인 피습 사건 등을 고려해 행사 안전관리 대책이 특별히 강화”했다는 내용과 함께 다시 한번 입장 시간의 조정을 강조했다. 

이와 관해 에타에 글을 남긴 한 학우는 “졸업식 불과 이틀 전, 갑작스럽게 학위수여식 관련 안내문이 문자로 날아왔다”라고 상황을 밝히기도 했다. 윤영주 학우(생명과학과 박사과정 졸업) 역시 “집결시간 안내도 종전보다 30분 당겨졌고, 계속 추가적으로 보안 관련 안내가 문자로 왔었다”라고 상황을 설명했다. 다만 해당 공고를 비롯한 여러 안내에서 사전에 윤 대통령의 참석을 언급한 안내는 없는 것으로 파악되었다. 윤 학우는 “소문으로는 3일 정도 전부터 (대통령 참석 가능성을) 들었다”라며 “당일 행사장 입장 이후에야 대통령 참석을 확실히 알게 되었다”라고 설명했다.

 

지난 16일, 학위수여식 행사장으로 이동하기에 앞서 졸업생들이 보안 검색을 받고 있다.                                 윤영주 학우 제공
지난 16일, 학위수여식 행사장으로 이동하기에 앞서 졸업생들이 보안 검색을 받고 있다.                                윤영주 학우 제공

이례적으로 강화된 보안 조치, “위압감 느꼈다”는 의견도

해당 조치에 따라 우리 학교 졸업생들은 실제로 본 행사 시작 약 2시간 전의 입실 시간에만 신분증 확인 절차를 거쳐 학위수여식 대기장소에 입장할 수 있었다. 이와 더불어 모든 행사장 출입자들의 금속류 소지품, 방화성/인화성 물질, 기타 위험물질 반입은 제한되었다. 행사 당일 근로학생으로 근무하던 B 학우는 “지정된 대기 장소로 가기 위해서는 공항의 검색대와 같은 시설을 거쳐야만 했다”라고 설명했다. 해당 학우는 “소지품 검사를 위한 장치도 있었다”라며 “검색대 통과 후, 금속탐지기로 몸 수색도 거쳤다”라고 밝혔다. 실제로 본지에 제보한 복수의 참석자는 신분 확인 후 대통령경호처 로고의 스티커를 부착한 뒤, 보안 절차가 시작되었다고 설명했다. 복수의 참석자는 검색대를 통해 가방 확인과 함께 금속탐지기를 통한 몸 수색, 개별적 가방 내부 확인 등이 진행되었다고 증언했다. 윤 학우는 “비슷한 과정을 스포츠컴플렉스 입구에서 부모님도 겪으신 것으로 알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학사과정 졸업생 C 학우는 가방 수색 과정에 관해서 위험 물품 외의 검사도 있었다고 제보했다. C 학우는 “짐이 검색대를 통과한 이후, 보안요원이 (가방) 안에 있던 물건을 다 꺼내더니 책의 포장을 뜯었다”라고 밝히며 “책은 성소수자 동아리 발간물이었는데 내용이 퀴어에 관련된 것만으로 문제가 된다는 것처럼 (보안요원들이) 서로 논의를 했다”라고 제보했다. C 학우는 “행사장에서 포장을 뜯지 않을 것이라는 약속을 하고 돌려받았다”라고 밝혔다.

 

윤 학우의 경우, “3단 우산이 적발되어 물품보관소에 맡겨야 했다”라며 “텀블러 물에 대해서 직원이 마실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라고 설명했다. 노희윤 학우(수리과학과 학사과정 졸업) 역시 “물을 반입하는 경우 직접 조금 마셔보라는 요청, 미스트를 반입하는 경우 얼굴에 뿌려 보라는 요청이 있었다”라며 “다만 옷 속을 뒤져보거나 하는 등의 무리한 요구는 없었다”라고 증언했다. 공연을 위해 학위수여식에 참석했던 D 학우는 “보조배터리 및 스마트워치 등 전자기기의 작동을 확인했다”라는 한편, “다만 가방 검사의 경우, 커터칼이 있는 필통을 열어보지 않는 등 비교적 허술했던 것 같다”라고 회상하기도 했다. B 학우는 이러한 과정에서 다소 위압감이 느껴졌다고 이야기했다. B 학우는 “당시 현장의 경호인력과 보안 검색이 어마어마했다”라고 소회하며 “졸업생 사이 위장한 이(경호원)들이나 어마어마한 숫자의 경호인력만으로 충분한 위압감이 있었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노 학우의 경우, “대통령 방문 및 실내라는 환경을 고려하면 (납득) 가능한 수준의 보안 검색 절차라고 느껴졌다”라 밝힘과 동시에 “경찰과 경호 인력이 많이 배치되어 있었기에 위화감이 느껴지긴 했다”라고 소회하기도 했다.

학우들의 증언을 통해, 소동이 있기 전부터 삼엄한 보안 검색 및 경호 절차로 학위수여식이 진행되었음을 확인했다. 졸업생 역시 급작스러운 공지의 변경 및 다소 위압적인 분위기에 불편했음도 분명해 보인다. 대통령경호처의 이러한 조처는 신 학우 저지 과정에서 극대화됨에 따라 현재의 강경대응 논란으로 이어졌다. 앞서 보안 검색을 진행한 상황에서 신 학우를 끌고 나간 대통령경호처 조처의 부적절성 여부가 도마에 오른 것이다. 본지는 추후 이어질 다음호를 통해, 구체적인 취재와 더불어 논란을 둘러싼 학내외 여론, 해당 조처에 관한 적절성을 본격적으로 다룰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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