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쉬지를 못한다, 아니 쉬는게 어렵다.

분명 시간이 생겼는데도 쉬지를 못한다.

왜일까

무엇이 나를 계속 달리게 하는 걸까

난 바쁘다. 항상 바쁘다

아니 바쁘고 싶은 것일지도 모른다.

나는 이번 학기에 22학점 2AU를 듣는다. 이마저도 사실 잉프디, 어드리, 일물실을 다 이번 학기에 듣고 있기에 실제 로드는 22학점이 아니다. 그리고 난 동아리도 한다. ‘일루젼’이라는 춤 동아리를 한다. 이번에 무대 욕심이 나서 락킹 장르 공연도 하며, 코레오 공연까지 두 무대를 선다. 그리고 난 자치단체도 한다. 난 카이스트 행사 준비위원회 상상효과 소속이다. 이번 학기에 이미 카포전을 준비하여 진행하였고, 이제 11월 학생문화제를 준비할 예정이다.

나보다 훨씬 바쁜 사람들도 있겠지만 주변 사람들은 내가 너무 바쁘겠다고 한다.

사실이다. 바쁠 때는 하루에 평균 4시간도 못 자면서 모든 업무와 활동을 쳐낸다.

하지만 나에게도 비는 시간이 있다.

축제 또는 공연이 끝난 후이다.

하지만 난 그럴 때 쉬지 못한다.

공허하다.

축제나 공연이 끝나고 마음의 자유가 생기면 내 마음 속에는 공허함이 다시 그 자리를 꿰찬다.

갑자기 모든게 공허해지고 우울해지며 무기력해진다.

그럼 누워서 가만히 천장을 보다, 생각하고 생각한다.

오늘 하루의 계획을 세운다.

할 거를 찾는다.

밀린 빨래를 하기도, 밀린 과제를 하기도 한다.

보고 싶었지만 바빠 미룬 드라마들을 볼 수도 있다.

하지만 끝내 거의 보지 않는다.

몰아보기가 적성에 안 맞는 탓인가

바쁜 와중에 틈틈이 보는 것이 더 좋다.

바쁜 나 자신을 좋아하는 건가

흔히 말하는 갓생을 사는 나 자신을 좋아하는 건가

일을 계획적으로 처리하면서 스트레스를 받지만

결국 해내는 나 자신을 좋아하는 것 같다.

그래서 그런지 일이 없으면 무기력해지지만

하지만 일이 많으면 스트레스를 받는다

근데 그게 오히려 속 편하다

아닌가 오히려 독인가

난 제대로 된 휴식이 뭔지 모르겠다.

정말 모르는 걸까

그냥 모르는 척 하는 걸까

쉬는게 효율적일까

아님 그냥 시간 낭비일 뿐일까

나는 요즘에 이 주제로 생각을 많이 한다.

카포전이 끝나서 오는 공허함인 것 같다.

하지만 난 또 이 생각의 답을 찾기 전에

새로운 일을 하러 떠난다.

중간고사 준비.

중간고사가 끝나면 또 날 기다리는 것이 있다

공연 준비와 행사 준비.

공연과 행사가 끝나면 또 날 기다리는 것이 있다.

기말고사 준비.

이번 학기가 끝나면 내게 다시 이 답을 생각해볼 시간이 찾아올까

아님 다시 새로운 일이 날 기다릴까

찾아오는게 두려워 새로운 일을 찾는 건 아닐까

과연 나는 답을 찾을 수 있을까

눈을 감았다 떴을 때,

날 이해하기도 전에,

내 대학 생활이 다 지나가 있을까봐 겁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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