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15일 다리를 다쳤습니다. 정형외과를 방문하니 인대가 많이 다쳤다고 6주 동안 깁스를 하라고 합니다. 약 2주가량 아픈 다리로 생활하니 당연했던 일상이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이 이야기를 조금 풀어볼까 합니다.

매일 아침 수업을 듣기 위하여 기숙사에서 창의학습관까지 가는 길, 평소라면 길어야 10분이 걸릴 짧은 이동이지만, 목발을 짚고 창의학습관까지 가는 길은 생각보다 험난합니다. 내리막과 오르막에서는 넘어지지 않기 위하여 조심해야 하고, 계단을 오르내릴 때는 조심하여 넘어지지 않도록 이동해야 합니다. 건널목에서는 괜히 눈치 보여 차가 하나도 없을 때까지 기다린 후 최대한 빨리 건너가기도 합니다.

하지만 가장 힘든 것은 건물을 출입하는 것입니다. 양손은 목발을 잡는 데 사용하기 때문에 학생증을 사용하여 출입문을 여는 것은 굉장히 힘듭니다. 설령 문이 열렸다고 할지언정, 문을 밀고 들어가는 과정은 몹시 어려운 과정이 됩니다.

또한 음식을 주문하는 것도 매우 어렵게 느껴집니다. 교내에 있는 학생 식당은 목발을 짚거나 휠체어를 탄 상태로 먹을 자리가 충분하지 않으며, 롯데리아나 써브웨이는 주문 과정부터 어렵게 느껴집니다.

지난주 정책특강 마지막 수업 시간에 노정혜 교수님께서 저에게 말씀해 주셨습니다. “일시적인 결핍이 꼭 불필요한 대상이 아니에요. 오히려 잠깐 세상을 다른 시각으로 살 기회가 될 수도 있지요. 다리를 다친 것은 슬프지만, 이 기회에 이동이 불편한 사람들의 시점에서 일상을 바라본다면, 앞으로 인생을 살아감에 있어서 수업 시간에 배울 수 없는 경험이 될 거예요.”

당연하게 생각했던 학교의 구조부터 편리하게 이용했던 학교의 시설까지 하나의 결핍으로 누리기가 어려워졌습니다. 그런데도 버틸 수 있는 이유는 주위 사람들 덕분이 아닌가 싶습니다. 이동이 불편한 저에게 음식을 가져다주는 선배, 수업을 직접 오기 힘든 저에게 대체 출석 방식을 알려주시는 교수님, 그리고 대신 휠체어를 빌려다 주는 친구 등 이 짧은 기간 동안 과분한 도움을 받고 있습니다.

더위를 잘 타는 저로서는 여름이 찾아오기 전에 다친 것이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또한 다치고 나니 아프지 않았을 때는 배울 수 없었던 것, 알지 못했던 것에 대하여 배울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런데도 다치지 않는 것, 건강하게 사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느끼게 되는 경험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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