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은 일상에서 당신이 이미 가진 것들에 대해 감사함을 느끼고 있나요? 저는 작년까지만 해도 ‘당연히 있는 건데 어떻게 그것에 대해 감사함을 느낄 수 있는가?’라는 생각을 가지고 저 말을 인스타그램 감성의 힐링 도서에 나오는 그냥 그런 구절로 치부했습니다. 그러나, 저건 정말 중요한 것이고, 저 감사함을 지금은 절실하게 느끼고 있습니다. 두 팔의 자유를 빼앗기면서 말이죠.

저는 작년 겨울 다리 수술로 인해 거의 두 달째 목발을 짚고 생활하고 있고, 앞으로 한 달 정도 더 목발을 짚고 다녀야 할 예정입니다. 고작 한 달 정도인데, 휴학하기에는 나머지 시간이 아깝고 별 기간도 짧으니까 괜찮지 않을까? 라고 생각한 저는 목발과 함께하는 카이스트 한 달 살기를 해보기로 결심했습니다. 그러나, 생활한 지 하루 만에 앞으로 굉장히 힘들겠다는 어떠한 직감을 느꼈습니다.

목발을 짚어보셨거나 주변 사람이 목발을 짚은 걸 보신적 있으시다면 공감하시겠지만, 목발을 짚으면 손을 쓸 수 없습니다! 다리와 팔을 동시에 쓸 수 없다고 하면 ‘음 그렇겠네….’라는 느낌만 들고 실감은 되지 않으실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 말은 기숙사 1층에 있는 택배를 혼자서 방에 가져올 수 없다는 말이기도 하고, 학식이 쟁반에 담겨 나오면 그 쟁반을 들고 자리로 움직일 수 없다는 말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모든 문을 열 때 먼저 손으로 당겨서 열고 어깨로 잡은 다음에 문을 몸으로 밀면서 굉장히 힘겹게 들어가야 한다는 말이기도 합니다.불편한 점은 그뿐만이 아닙니다. 제가 하는 모든 활동에서 자세를 바꿀 때, 목발을 짚어야 해서 5초라는 딜레이가 발생합니다. 자세를 바꿀 때마다 먼저 옆에 놔둔 목발을 잡아서 겨드랑이에 끼우고 몸을 지탱하며 목발을 짚어서 몸을 옮겨서 자세를 바꾸고 목발을 손에 잡아서 다시 주변에 놔둬야 합니다. 물론 저는 책상에서 침대에 누울 때 10초 정도 늦는다고 해서 크게 화가 나진 않지만, 택시 탈 때 뒤에 있는 차들은 10초 늦게 사는 걸 기다릴 수 있는 것 같아 보이진 않았습니다. 좁은 통로를 지나갈 때 움직이는 속도가 느려지고, 편의점에서 음료수 캔을 샀는데 주머니가 없으면 힘겹게 손에 목발과 같이 쥐어야 하고…. 일상에서 목발을 짚고 다닌다는 건 크진 않지만 작고 빈번한 불편함이었습니다.

저는 이렇게 다리를 다치기 전까지는 다리와 팔을 동시에 사용할 수 있다는 것에 대해서 감사하기는커녕 그게 가능하다는 사실에 대해 미처 생각도 해본 적이 없었습니다. 그냥 아주 엄청나게도 당연한 거니까요. 그리고 다친 후에야 저 능력이 사실은 인간이 사족보행에서 이족보행으로 진화하면서 얻었던 엄청난 이점이라는 것을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뭔갈 들고 있으면서 동시에 걸을 수 있다는 것은 정말, 사실은 당연하지 않은 것이었습니다! 제가 느낀 건 건강 관련이었지만, 이걸 다른 것에도 확장해서 생각해 볼 수 있겠지요. 불편함 없이 생활할 수 있는 건강, 나를 지지해주는 가족과 친구들, ... 이런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것들이 사실은 그렇지 않다는 것을 느끼고, 그것에 대해 감사하는 마음을 잠시 가져 보는 것은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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