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마크 저커버그가 설립한 페이스북은 메타로 그 명칭을 변경하였다. 여기서 메타는 그리스어에서 유래한 접두어로 “초월한, 넘어서” 등의 의미가 있다. 근래 자주 들리는 메타버스라는 단어는 이 메타에 universe를 합성한 합성어로, 1992년 출간된 소설 “스노 크래시”에서 처음 등장한 개념이다. 즉 메타버스는 현실에서 가능한 상호작용을 가상 공간에 구현한 여러 형태, 콘텐츠들을 포괄적으로 포함하는 단어인 것이다. 많은 이들은 이러한 메타버스를 완벽한 현실 시뮬레이터같이 머나먼 이야기로 생각하기도 하지만, 메타버스는 그리 현실과 동떨어진 것은 아니다. 실제로 필자는 지난해 고등학교 수업 시간에 메타버스에서 발표를 진행하기도 하였다. 처음 발표를 메타버스로 진행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당황했지만, 실제로 발표가 이루어진 메타버스의 예시인 ‘게더 타운’의 모습은 우리가 어릴 때부터 해오던 게임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필자는 어릴 때 ‘Latale’이라는 게임을 한 적이 있는데, 발표에 사용했던 게더 타운은 이와 비슷한 게임과 화상 채팅의 ZOOM이 합쳐진 형태였다. 앞서 이야기한 메타버스의 정의에 따르면, 우리가 어릴 때부터 해오던 ‘Latale’, ‘바람의 나라’, ‘메이플 스토리’와 같은 게임들은 메타버스에 아주 가까운 형태를 보인다. 우리가 멀게만 생각했던 메타버스는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을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2017년 출시된 ‘VR chat’이란 게임을 한 번 보자. VR chat은 기본적으로 게임이지만, 그 자유도가 매우 높아 메타버스에 가장 가까운 게임이라고 할 수 있다. 이 게임의 유저들은 직접 센서를 통해 현실 세계에 자신의 움직임을 가상 현실상에 존재하는 자신의 아바타에게 전송해 아바타를 움직여 가상 현실에 개입할 수 있다. 또한 가상 현실에서 본인이 움직일 아바타를 직접 디자인할 수도 있고, 가상 공간을 자신의 마음대로 만들어 구현할 수 있다. 이는 분명 게임이지만, 가상 공간을 가장 중점적으로 고려하여 게이머가 현실에서 하는 상호작용의 일부(움직임, 대화)를 가상 공간에 구현한 하나의 메타버스라고 볼 수 있는 것이다. 또한 이 VR chat은 단순히 게임을 넘어서 실제 메타버스로 우리를 이끌고 있다. 그 예로, 필자가 즐겨 듣는 버츄얼 아이돌 ‘이세계 아이돌’은 VR chat에서 결성되었다. 버츄얼 아이돌 ‘이세계 아이돌’은 실제로 앨범을 발매하고 첫 음원의 MV는 조회수가 1000만 회를 넘기고, 정규 앨범이 국내 음원 차트에 올라가기도 했으며 교내 방송 동아리 VOK에서 점심시간에 이세계 아이돌의 2집 타이틀 앨범 ‘겨울봄’을 틀어주기도 했다. 이세계 아이돌 외에도 유사한 그룹을 필자의 친구들이 많이 듣기도 한다. SM의 걸그룹 ‘에스파’와 리그 오브 레전드의 걸그룹 ‘K/DA’가 그 대표로 가상의 인물을 아이돌로 내세우며 음원 시장에 큰 영향을 주고 있다.

 이처럼 단순히 게임에만 국한된 것이 아닌, 여러 방면으로 우리는 가상 현실과 영향을 주고받기 시작했다. 또 다른 예시로 버츄얼 스트리머가 있는데, 버츄얼 스트리머란 다른 스트리머들과 다르게 본인의 실제 모습을 카메라로 담는 것이 아닌, 자신만의 가상 아바타를 본인의 모습으로 보이게끔 하여 방송을 하는 스트리머이다. 요즘의 스트리밍 트렌드를 보면 버츄얼 스트리머들이 많이 늘어난 것을 볼 수 있다. 필자는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일본어, 영어로 진행되는 스트리밍을 모두 즐겨 보는데 이는 버츄얼 스트리머 유행이 단순히 우리나라나 일본 외에도 유럽이나 미국 등 여러 국가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하고 있는 현상임을 보여준다. 영어권에서 활동하고 있는 한 버츄얼 스트리머는 월 수익을 23억 원 가까이 내기도 하고, 필자가 즐겨 보는 유럽권 버츄얼 스트리머 ’Shy Lily’는 아바타를 3000만 원에 구입하기도 했다. 이처럼 가상에 기반을 둔 버츄얼 스트리머 관련 시장은 무시할 수 없을 만큼 커져 있고 여기서 발생한 밈이 인터넷 전반으로 퍼지는 등 우리에게 무시할 수 없을 정도의 영향을 주게 되었다.

 우린 아직 제2의 가상 현실에 접속할 수 있을 정도로 발전된 메타버스의 시대에 살고 있지는 않다. 하지만 메타버스와 유사한 성격을 보이는 게임에 언제든지 접속해 모르는 사람과 만나 이야기를 나눌 수 있고, 일부 게임에서는 현재 동작까지도 가상 공간에서 주고받을 수 있다. 또한 메타버스와 유사한 가상의 것들은 단순히 누군가의 여가생활을 책임지는 게임이 아닌, 음원처럼 우리 문화에도 영향을 주고 있으며 스트리머, 아바타 제작자 등 새로운 일자리 창출에도 기여하며 우리에게 알게 모르게 많은 영향을 주고 있다. 이러한 변화를 인지한 많은 사람들과 특히 여러 대학에서는 메타버스와 관련된 학과, 프로그램들을 만들기 시작했다. 비교적 가까운 도쿄대학교만 보더라도 메타버스 공학 수업을 진행하고 있고, 우리 학교 역시 메타융합관을 신설하고 있으며 오는 2023년부터 메타버스학제전공을 신설할 계획이다. 필자는 이처럼 우리 KAIST가 시대의 변화, 흐름에 맞춰가는 모습이야말로 세계적인 대학의 모습에 걸맞은 모습이라고 생각한다.

 만약 당신이 메타버스의 시대가 오지 않으리라 생각한다면, 그건 당신의 착각일지도 모른다. 왜냐하면 필자는 시대의 변화가 실무율을 따르는 뉴런처럼 역치 이상의 변화가 생기면 급변하는 것이 아닌, 호르몬의 작용처럼 연속적으로 변화하는 것으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메타버스의 시대가 오고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린 이미 메타버스의 시대에 살아가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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