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내 생일을 맞아 본가가 있는 서울로 올라갔다. 생일을 맞아 오랜만에 대전에서 서울로 올라간 김에 초등학교와 중학교를 같이 다닌 동네 친구들을 만나 저녁을 먹었는데 한 친구는 군대에서 휴가를 나왔고 한 친구는 군대에 들어간단다. 친구들과 저녁을 먹을 때는 시답잖은 농담하며 즐겁게 시간을 보냈는데 이후 집에 돌아오며 동네를 산책하다 보니 학교에서는 들지 않던 생각들이 하나둘 떠오르더라. 내 이름이 나오는 글이기에 이해를 돕기 위해 나에 대한 것을 한 가지 말해보자면 내 나이는 22이다. 그렇기에 조금 더 군대라는 주제에 대해 떠올릴 때 고민과 혼란, 불안의 감정이 드는 것 같고 조급함의 감정들도 들었던 것 같다. 하여튼, 군대에 있는, 군대에 가는 내 친구들을 보고 난 후 어둠 속에서 밤공기를 맞으며 걸으니 ‘나는 군대를 언제 가야 할까?’ 이 생각부터 시작해 ‘나는 내 미래를 어떻게 그려 나가야 할까?’ 이런 생각들이 샘솟았던 것 같다. 그리고 추가로 들었던 생각이 이번 글의 주제이기도 한데 대전 캠퍼스에서는 이런 장르의 생각들이 머릿속을 채운 적이 없다는 것이었다.

 대전 캠퍼스에서는 매일매일 새로운 내용의 수업을 듣고, 매주 일정하게 나오는 과제들을 하며 남는 시간에는 동아리 활동을 하거나 친한 친구의 방에 가서 시간을 보낸다. 즉, 일상을 바쁘게 보내다 보니 나의 현재, 나의 미래에 관해 깊게 고민하게 되지 않는 것 같다. 다만, 오늘 마주치는 나의 하루는 최선을 다해서 보내는 것이다. 또한, 개인적으로는 아주 운이 좋게도 흔히 ‘텐션이 높다’라고 표현하는 에너지가 넘치는 사람들과 친해질 수 있어 그들과 함께 어울리다 보면 심각한 생각이나 깊은 고민을 하기보다는 즐거움, 신남과 같은 감정들이 나를 가득 채우게 된다.

 나는 이런 것이 공간이 가진 고유의 특성, 힘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비단 집과 대전 캠퍼스뿐만 아니라 서로 다른 나를 만들어주는 서로 다른 공간들이 있다는 것을 자각하게 되었다. 예를 들어, 내 방의 침대에 누워있으면 나는 굉장히 게을러지고 교양분관 열람실에 앉으면 공부가 하기 싫어도 책을 펴고 들여다보려는 마음이 조금은 생기는 사람이 나다.

 이러한 나와 공간과의 상호작용을 느끼게 되니, 이를 바탕으로 나의 하루를 나의 의도에 맞게 조절하고 조율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예를 들어, 오늘 하루는 ‘갓생’을 살고자 한다면 어서 빨리 침대를 벗어나 도서관이나 교양분관을 가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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