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 챔버 제작으로 폐의 호흡 상태 유지하며 고해상도로 관찰 가능해…염증 반응으로 모세혈관에 호중구가 응집하여 사강 형성돼

 의과학대학원 김필한 교수 연구팀이 3차원 생체 현미경 기술로 살아있는 생물의 폐를 고해상도로 촬영하고, 이를 바탕으로 패혈증 환자에게서 나타나는 저산소증의 원인을 규명하는 데 성공했다. 이번 연구는 지난 3월 28일 <유럽호흡기학회지(European Respiratory Journal)>에 게재됐다.


사강, 패혈증 환자의 저산소증 원인

 패혈증은 세균에 의한 감염으로 전신에 염증 반응이 일어나는 질병으로, 치사율이 40%에 육박하는 치명적인 질환이다. 보통 신장, 폐 등 여러 장기의 손상을 동반하며 체내 순환을 방해해 혈압이 낮아지고, 따라서 체내 산소 포화도도 떨어진다. 혈압과 산소 포화도의 저하는 생명에 심각한 위협이 되어 이를 빠른 시간 안에 정상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것은 중요하다. 하지만 혈압이 정상 수준으로 회복되었음에도 산소 포화도가 상승하지 않는 경우가 있다. 이는 체내 순환이 정상적임에도 폐포의 모세혈관이 막혀서 기체 교환이 원활하게 이루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이렇게 막혀있는 모세혈관 부위를 사강(Dead Space)이라고 부른다. 하지만 살아있는 생물의 폐포를 높은 해상도로 관찰할 수 없었기 때문에 사강이 어떻게 형성되고, 이를 어떻게 해소할 수 있는지의 여부는 밝혀지지 않았다.


호중구의 응집이 폐의 모세혈관 막아

 폐는 호흡 과정에서 계속해서 움직이므로 현미경으로 관찰하기 쉽지 않다. 연구팀은 이를 극복하기 위해 감압 장치로 폐의 일부분을 장시간 고정하면서도 전체적인 폐의 호흡 상태를 유지할 수 있는 영상 챔버를 개발했다. 또한, 이전에 개발한 초고속 생체현미경을 사용하여 실험동물의 폐 조직을 모세혈관 수준까지 관찰할 수 있었다. 그 결과, 사강이 형성되는 원인은 염증 반응으로 인해 호중구*가 폐의 모세혈관에서 응집하기 때문임을 밝혔다. 호중구가 혈류가 순환할 수 있는 통로를 막으면 더 이상 그 사이의 구간에서는 혈류가 통하지 않기 때문이다. 연구팀은 모세혈관이 막힌 정도를 정량적으로 나타낼 수 있는 지표로, 전체 모세혈관이 차지하는 영역 중 정상적인 순환이 이루어지는 모세혈관 영역의 비율인 FCR(Functional Capillary Ratio, 기능적 모세혈관 분율)을 제시하고, 이를 통해 패혈증에 걸린 실험 모델에서 사강의 형성 정도를 정밀하게 측정하였다. 연구팀은 생체 현미경으로 확보한 동영상을 통해 패혈증으로 나타나는 사강의 위치가 호중구가 응집한 구역의 위치와 일치한다는 점도 보일 수 있었다.

 

▲ 대조군(왼쪽)과 패혈증에 걸린 실험동물의 폐(가운데)를 생체 현미경 영상으로 분석한 모습, 그리고 그 둘을 합친 모습(오른쪽). (ⓒ김필한 교수 제공)


사강의 형성 저해하는 치료법 제시해

 나아가 연구팀은 폐의 모세혈관에 응집한 호중구는 일반적인 체내의 호중구에 비해 Mac-1이라는 물질을 더 많이 발현함을 밝혔다. Mac-1은 CD11b과 CD18 두 종류의 단백질로 구성되는데, 실제로 CD11b를 저해하는 항체를 주입해서 농도를 낮추자 적혈구의 흐름이 원래대로 회복됨을 알 수 있었다. 더불어 항혈전제**로 쓰이는 압식시맙(Abciximab)도 호중구의 뭉침을 완화하는 데 기여함을 관찰했다.


 의학계에서는 염증 반응에 따른 혈관 수축 등을 패혈증 환자의 미세 순환을 방해하는 주된 요인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이번 연구는 이러한 가설과는 달리 호중구의 응집으로 혈류가 순환하지 못하는 것이 가장 유력한 원인임을 밝혀내고, 이를 바탕으로 패혈증 환자의 저산소증을 치료할 수 있는 방안도 제시하였다는 의의가 있다. 김 교수는 “이번 연구 결과는 패혈증의 경우뿐 아니라 미세 순환이 방해되는 다른 질병에도 응용할 수 있다”며, “개발한 생체현미경을 이용해 여러 폐 질환에 대한 심층적인 연구도 수행할 수 있다”고 전했다.


호중구*

중성의 염료에 염색되는 세포질 입자를 가진 다형 핵 백혈구.

항혈전제**

혈액 응고에 관여하는 혈소판의 작용을 억제하는 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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