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제 삶을 데이터화합니다. 분석합니다. 그리고 다시 삶에 반영합니다”. 언젠가부터 나를 나타내는 요소이자, 나라는 사람을 구성하는 많은 이야기 중 하나가 되었다. 

시작은 바야흐로 코로나가 한창 기세를 부리던 2020년이었다. 나는 집에 있는 겸사겸사 다이어트를 하기로 마음먹었고, 아침 식사를 하는 것이 총체적으로 나의 하루 다이어트 퍼포먼스에 도움이 되는지를 알아보고 싶었다. 군것질을 얼마나 했는지, 운동은 했는지, 식사는 건강하게 했는지, 감정 상태는 어떠하였는지, 등 나의 하루 다이어트 퍼포먼스를 향상시키는 요소들을 리스트업 해보았고 이 요소들을 점수화하고 가중치를 부여하여 나의 하루 다이어트 퍼포먼스 점수 계산법을 만들었다. 그리고는 구글 스프레드시트를 활용하여 각각의 요소들에 대한 데이터를 구글 스프레드시트에 기록하고 점수가 계산되도록 하고, 그 점수의 추이를 시각화하여 확인하는 체계를 구성하여 아침 식사 여부와 나의 하루 다이어트 퍼포먼스의 상관관계를 확인하고자 했다. 하지만, 원초적인 나의 목적보다는 이 일련의 과정에서 기대하지도 않았던 다른 도움을 받게 되었다. 

회복탄력성이 높아졌다는 점이다. 나의 하루 퍼포먼스를 나타내는 점수가 매우 낮은 날이 있다면 점수가 매우 높은 날도 있고 그럭저럭 잔잔한 하루도 있다는 점을 그래프를 통한 점수의 추이를 통해 눈으로 직접 확인하게 되니, 점수 추이 그래프를 도구 삼아 하루하루에 일희일비 하지 않게 되는 힘을 길러나갈 수 있게 되었다. 이것이 없었다면, 이것도 저것도 지키지 못해낸 날, 즉 점수로 쳤을 때는 퍼포먼스가 매우 낮은 어떤 날에는, 나는 한없이 추락해 목표를 이루는 과정에서 중도 탈락 하거나 한동안 특정 목표를 달성해나가는데 있어 리듬이 깨진 일상들을 보내게 되었을지도 모르겠다. 

나는 이러한 의외의 수확을 높게 샀고, 이 체계를 확장해 나의 일상에 총체적으로 적용해보기로 했다. 예전 시도에는 다이어트라는 분명한 목표가 있었다면, 이제는 나의 소중한 하루하루를 잘 살아내기 위한 것이다. “잘” 이라는 단어가 참 모호하며 주관적이긴 하나, 내가 거쳤던 과정은 다음과 같다. 첫번째로, 나의 하루를 구성하는 상위 요소들을 나열해보았다. 건강, 몰입, 루틴, 사랑이었다. 두번째로는, 이 소중한 요소들을 내 일상 속에서 지켜내기 위해 내가 측정할 수 있는 것들 혹은 액션아이템을 나열해보았다. 이를테면 건강의 하위 아이템으로는 기상 및 취침 시각, 사랑의 하위 아이템으로는 부모님께 연락을 드렸는지 여부, 등이다. 이러한 하위 아이템들을 반영하여 나만의 기준들을 적용해 항목별 점수화하고, 내 현재 가치관을 반영한 요소별 중요도에 따라 가중치를 부여하여 최종 점수를 산정하는 알고리즘을 구축하였다. 

흔히 Gamification(게임화)라고 불리는 원리가 이 체계 속 나에게도 잘 적용 되었는지, 내 가치관을 반영한 요소들과 알고리즘이 산출하는 점수를 높이는 것은 하루를 살아나가는데 있어 나에게 작은 동기 요소로 작용하기도 한다. 사는 대로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생각하는대로 살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시간이 흐르며 내가 삶에서 중요하게 여기는 요소 및 그 중요도가 변화함에 따라, 이 시스템에서 가중치 및 항목을 조율 해나가기도 한다. 현재는 가치관을 담은 이 요소들과 가중치의 변화를 시각화하는 작업 또한 진행 중이다. 

하지만 여기서 중요한 것은, 나는 매일 이 모든 것들을 지켜야 한다는 부담 내지는 압박을 받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하루가 점수라는 1차원적인 수치로 표현되며, 이를 작은 동기로 삼는 것은 맞지만, 이 점수를 나를 평가하는 엄격한 잣대로 삼지 않는다는 것이다. 

오늘 하루 점수에 갇혀 나를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여러 하루가 구성하는 점수 추이 그래프의 x축으로 내 시야의 범위를 확장함으로 인해 하루의 점수가 낮다고 좌절하지 않고, 점수가 높다고 들뜨지 않는다. 자기 돌봄이 핵심 취지가 되는 “갓생” 트렌드가 자기 착취라는 결과를 낳는 모순을 조금이나마 해소할 수 있는 하나의 방법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나만의 이러한 시스템을 가까운 누군가에게 공유하면 괴짜 소리를 듣기도 한다. 하지만 나는 이 체계를 구축하고 발전해나가는 일련의 과정(데이터를 수집하고, 기술적으로 자동화하고, 시각화하고, 이 세팅을 내 삶 속에 자리 잡고, 데이터 속에서 인사이트를 얻고, 삶에 반영하는 것)에 엄청난 재미와 소소한 성취를 느낀다. 놀랍게도, 자아를 정량화하고자 하는 시도는 세계 각국 각 지역에서 많은 사람들에게서 일어나고 있었다. 누군가는 혈당을, 누군가는 수면 시간을, 누군가는 기분을 정량화하여 추적하고 시각화해나간다. 나는 Quantified Self라는 국제 비영리 단체를 우연한 기회로 찾아 가입하게 되었고, 외국 브랜치 속에서 활동하며 Quantified Self 한국의 대전 브랜치를 구축하게 되었다.

이러한 나의 체계는 점차 삶 속에 스며들었고, 우연하게도 나를 소개하는 하나의 요소로 사용하게 되었다. 인생을 피봇(Pivot) 하는 것이 중요해진 이 시대에서 이 이야기는 나라는 사람을 소개하고 설명하는데, 즉 라이프 피봇팅을 하는 데 큰 역할을 하게 되었고, 이는 예상치도 못한 기회들을 끌어들였다. 이를 주제로 국제적인 청중들 앞에서 강연을 하게 되었고, 이러한 행위와 노력에 감명을 받은 기업 대표님으로부터 잡 오퍼를 받기도 하는 등, 나를 소개하는 이야기로써의 영향력에 과분함을 느끼고 신기해하기도 했다.

내가 정말 좋아하는 김영하 작가님께서 “알쓸인잡”이라는 프로그램에서 하신 말씀 중 특히나 인상 깊던 것이 있다. 지구는 태양 중심으로 돌고 사람은 이야기를 중심으로 돈다(a.k.a 설동설). 삶은 그 자체로 이야기를 만들어내고, 언어로 탄생한 이야기들은 언어의 위력으로 다시 내게 영향을 미치고 삶에 뿌리를 내려가며 이렇게 삶은 굴러가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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