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은 알코올이 함유되어 마시면 취하게 되는 음료를 말한다. 곡식이나 과일과 같은 탄수화물을 누룩이나 박테리아에 붙어 있는 효모를 이용해 발효시켜 만든 에탄올(Ethanol, C2H5OH)이 주성분이며, 이 외에도 물, 맛과 향을 내는 소량의 아미노산과 미네랄 등이 있다. 알코올은 체내에서 연소될 뿐, 영양적인 가치가 없으므로, 과한 음주는 영양 불균형을 낳기 쉽다. 또한, 알코올은 세포의 원형질에 침전과 탈수를 일으키는데, 이는 갈증과 위염 증세로 이어질 수 있다. 이 외에도, 알코올은 인체가 흡수한 발암 물질을 녹여 점막이나 인체 조직 등에 쉽게 침투하도록 돕기도 한다.

 

알코올 흡수

    알코올은 위장관을 통해 흡수된다. 음식물이 없으면, 알코올은 위장보다 표면적이 큰 소장으로 이동한다. 음식물이 있으면, 위와 소장을 잇는 유문 괄약근(pyloric sphincter)이 닫혀 위산으로 소화된다. 이 경우, 알코올이 소장으로 바로 이동하지 않아 혈류의 알코올 흡수가 느려진다. 이에 따라 지방이 많은 음식과 같이 술을 마시면 공복에 섭취할 때 발생하는 최고 혈중알코올농도(blood alcohol concentration, BAC)를 최대 50%까지 낮출 수 있다.

    이후 알코올은 모세혈관으로 이동하는데, 이때 세포막을 가로지르는 것이 가능한 이유는 세포막이 지질 이중층이기 때문이다. 지질 이중층 안의 큰 단백질은 물과 작은 분자나 용질이 이동할 수 있는 구멍을 형성하는데, 에탄올은 작고 극성이므로 통과할 수 있게 된다. 알코올이 모세혈관으로 유입되면 혈류를 통해 정맥으로 전달되어 전체 순환에 걸쳐 분배될 수 있다.

    알코올은 혈류 전체를 순환하다 뇌를 포함한 조직으로 들어간다. 뇌에는 모세혈관에 내피세포가 촘촘히 모여 있어 다른 분자들이 전하나 극성을 띠는 것을 막아주어 뇌로 들어가는 것을 방지한다. 하지만 친수성인 알코올은 뇌 내피 세포막을 통해 확산할 수 있으며, 뇌로 들어가거나 나올 수 있는 농도 구배를 가지고 있다. 알코올은 뇌세포의 기능을 방해하여 숙취를 유발하기도 한다.

 

알코올의 신진대사

    알코올은 위장관을 벗어난 후 가장 먼저 간으로 이동한다. 간세포에서 에탄올 일부가 효소에 의해 대사가 진행된다.

    첫 번째 단계에서는 에탄올에서 아세트알데하이드(acetaldehyde)로 산화한다. 신진대사는 대부분 간에서 진행되는데, 간세포의 세포질은 에탄올을 아세트알데하이드로 산화시키는 알코올탈수소효소(Alcohol dehydrogenase, ADH)라는 효소를 포함하고 있다. 약 80%의 알코올이 물과 탄산가스, 아세트알데하이드로 분해된다. 이는 독성이 강하며 알코올 관련 홍조, 두통, 메스꺼움, 심박수 증가를 일으키며, 숙취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다음 단계에서는 아세트알데하이드 탈수소효소(Acetaldehyde dehydrogenase, ALDH)가 아세트알데하이드를 비활성 아세트산으로 대사한다. 아세트산은 결국 세포에서 이산화탄소와 물로 전환된다. 그러나 어떤 사람들은 대사를 잘하지 못하는데, 이들은 술을 마시면 혈액 속에 아세트알데하이드가 축적되어 속이 좋지 않고, 안면홍조, 두통, 구역질, 구토, 빠른 심장 박동수 등의 증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이렇게 잘 대사하지 못하는 이유는 아세트알데하이드를 암호화하는 유전자에 돌연변이가 있기 때문이다.

    사람은 한 잔의 알코올 분자를 약 두 시간 내에 대사할 수 있는 양의 ADH가 있다. 하지만, 술을 계속 마시는 동안 신진대사의 속도는 일정하기에 알코올 섭취가 증가할수록 ADH 분자가 부족하여 나머지 알코올 분자를 효과적으로 대사하기가 힘들다. 이에 따라 혈류에 알코올이 축적되고, 혈중알코올농도가 높아지는 것이다.

 

알코올과 뇌, 블랙 아웃

    알코올이 뇌에 미치는 전반적인 억제 효과는 진정과 마취를 유발하는 다른 약물이 만들어내는 효과와 매우 유사하다. 두 개의 뉴런 사이에 정보가 교환되는 장소인 시냅스에서 의사소통을 방해함으로써 신경 기능을 변화시킨다.

    술을 반복해서 마시면 취하기 위해서 점점 더 많은 술이 필요하게 된다. 즉, 술에도 내성이 생기는데, 알코올의 수용체가 수를 줄여 적응하기 때문이다. 또한 간세포가 알코올을 대사하기 위해 더 많은 효소를 만들어 반응한다. 이로 인해 체내 알코올이 감소하여 알코올을 더 마시게 하는데, 이러한 세포 적응과 내성의 발달은 중독으로 이어진다.

    이렇듯 음주가 반복되면 뇌에 심각한 변화가 생긴다. 도파민에 의해 쾌락 중추가 자극될 때, 이 자극을 지속하기 위해 행동을 반복하는 중독이 진행될 수 있다. 충동을 억제하는 뇌 기능이 마비되고 기능이 떨어진다. 대뇌피질의 부피가 감소하는 등의 문제가 발생하며 한번 중독이 되면 회복이 쉽지 않고 만성적으로 재발할 수 있다. 또한, 장기간의 음주로 인하여 굵은 신경 다발만 남고, 미세한 부분의 신경 다발은 손상될 수 있다.

    흔히 과도한 음주 후 기억이 나지 않는 것을 ‘필름이 끊긴다’라고 하는데, 의학적으로는 ‘블랙 아웃’이라고 한다. 이는 알코올이 해마(hippocampus)에 영향을 미쳐서 일어나는 현상인데, 해마는 뇌의 측두엽에 위치하여 장기 기억과 공간 개념, 감정적인 행동을 조절한다. 해마에 알코올이 도달하고, 뉴런의 막에 내장된 수용체에 결합하여 뉴런의 전기적 활동을 감소시키는데, 이로 인해 해마 세포의 활동이 둔해지며 단기 기억이 장기 기억으로 남기 힘들어진다. 건강한 사람들은 시간이 지나 술이 깨면 기억력이 정상으로 돌아오나, 이러한 블랙 아웃 현상이 지속된다면 뇌에 심각한 손상이 있을 수 있다. 해마 부위 및 전체 뇌의 면적 자체도 줄어들 수 있다.

 

알코올 중독

    알코올 중독의 정확한 원인은 아직 알려지지 않았으나, 다양한 요소들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 추측된다. 알코올 중독을 유발하는 원인에 대한 가설은 크게 유전적 원인, 심리적 요인, 환경적 요인이 있다.

    많은 유전 관련 연구 결과에 따르면, 알코올 중독자의 자녀가 알코올 중독자가 될 확률은 그렇지 않은 자녀에 비하여 4배 정도 높게 나타났다. 실험 대상과 상황에 따라 비율은 조금씩 다르게 나타날 수 있지만, 알코올 사용에 유전적 요인이 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것으로 보인다. 한 연구에서는 유전적 요인과 환경적 요인이 알코올 중독에 미치는 영향을 비교하기 위해 입양아를 대상으로 연구를 진행했다. 그 결과, 친부모의 알코올 중독이 자녀의 알코올 남용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나, 유전적 요인의 영향이 더 크다는 것을 보였다.

    그러나 환경적 요인 또한 중요한데, 폭력적인 가정환경에서 자라오는 등 성장 과정에서 폭력을 당한 경우, 알코올 중독에 걸릴 위험이 커진다. 이는 심리적인 이유이기도 하다. 정신분석이론에서는 알코올 남용과 의존을 심리적 고통과 자기 조절력 결여에 대한 적응적 반응이라고 본다고 한다. 알코올 중독자들은 스트레스를 해소하기 위하여 술을 마시고 싶어 하는 경향이 뚜렷하다. 이렇게 알코올 중독은 여러 요인이 복잡하게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인다.

    사람은 자극받으면 뇌에 도파민이 분비되어 흥분과 쾌감을 유발하는데, 알코올을 섭취하게 되면 알코올이 이 보상회로를 자극한다. 사용량이 증가하면 그에 따라 내성이 생겨 더 많은 알코올을 섭취하고자 한다. 알코올 중독은 핵심 뇌 영역과 전반적인 신체를 공격하고 파괴해 장애로 전환하는 특성이 있다고 보고된다. 나아가, 알코올 중독 환자는 알코올 이외의 영양분을 골고루 섭취하지 못하는데, 알코올이 위에서 비타민이 흡수되는 것을 막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영양 결핍이 발생하기 쉬워진다.

 

참고문헌
<음주문화와 알코올중독의 이해>, 강길현, 한국학술정보
https://sites.duke.edu/apep/, Duke Universit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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