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러스는 과거에도 인간의 생사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치면서 인류사의 아주 큰 부분을 차지했다. 2009년 신종인플루엔자(H1N1)부터 2013년 중증열성혈소판감소증후군, 2014년 에볼라, 2015년 메르스, 2019년의 코로나19까지 최근 들어 발생한 수많은 신종 바이러스 감염병은 사회적으로 큰 혼란을 야기했으며 사람들에게 ‘감염병’에 대한 공포심을 유발하고 있다. 최근 새로 발생하고 있는 바이러스들은 대부분 동물로부터 유래된 인수 공통 바이러스들로, 현대에 들어서 사람들의 활동 범위가 점차 확장되며 교역과 여행이 증가하고, 이로 인해 바이러스의 전 세계적 전파 가능성은 계속 커졌다. 또한, 현대 의학의 발전으로 여러 항바이러스제를 발견했지만, 내성을 지니는 더욱 치명적인 변종 바이러스가 등장했다. 본 기사에서는 눈에 보이지 않지만, 우리 삶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바이러스가 어떤 것인지 알아보고, 바이러스의 위험성과 치료에 대해서도 살펴볼 것이다.

 

생물과 무생물의 중간체, 바이러스

바이러스(Virus)는 다른 유기체의 살아 있는 세포만을 숙주로 삼아 생명 활동을 하는 감염원이다. 핵산 유전체를 가지고 있지만, 세포로 구성되어 있지 않고 물질대사와 항상성 유지 및 증식을 스스로 수행하지 못하기 때문에 생물과 무생물의 중간적 존재이다. 바이러스는 17세기 중반에 존재가 알려졌지만 20세기 들어 전자현미경이 개발된 후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담배모자이크바이러스(Tobacco mosaic virus, TMV)가 처음으로 발견되어 지금까지 4,000가지가 넘는 종류의 바이러스가 연구되었다. 모든 바이러스는 0.01~0.2µm 수준으로 크기가 매우 작고, 캡시드(Capsid)라는 단백질 껍질이 하나 또는 몇 개의 핵산 분자로 구성된 유전체를 둘러싸는 공통적인 구조적 특징을 가진다.

대부분의 바이러스는 단순한 구조와 기본적인 복제 과정 및 증식 주기에 있어 일부 유사한 점이 많지만 숙주의 종류 및 범위, 유전체 조성, 외형 구성 등에 따른 차이점도 존재한다. 우선 바이러스가 감염하는 숙주의 종류에 따라 식물성 바이러스, 동물성 바이러스 그리고 파지(Phage)라고 부르는 세균성 바이러스로 나눌 수 있다. 또한, 바이러스는 각각 다른 숙주 범위를 지닌다. 예를 들면 담배모자이크바이러스는 150여 가지의 식물을 감염시킬 수 있다고 알려져 있다. 반면에 일부 바이러스는 한정적인 숙주 범위를 가져 사람과 같은 한 가지 종이나 대장균과 같은 특정 세포에만 감염하기도 한다. 다음으로 유전체 조성에 따라 DNA 바이러스 혹은 RNA 바이러스로 분류할 수 있다. 이외에도 바이러스가 유전체를 하나만 가지는지 혹은 그 이상을 가지는지, 유전체의 형태가 직선형 또는 원형인지에 따라 나눠진다. 마지막으로 바이러스는 종류에 따라서 나선형 캡시드, 다면체 캡시드 등등 다른 캡시드의 형태를 구성하고, 바이러스 피막과 당단백질 그리고 부속 구조의 유무에 따라서도 구조가 달라진다.

 

지속해서 변이하며 인간 생명 위협해

바이러스는 사람과 다른 숙주에서 질병을 일으킨다. 특히 바이러스의 가장 큰 위험성은 계속해서 자신의 유전자를 변화시켜 수많은 돌연변이를 만든다는 것이다. 후천성면역결핍증(Acquired Immune Deficiency Syndrome, AIDS)을 일으키는 인간면역결핍 바이러스(Human immunodeficiency virus, HIV)나 독감을 일으키는 인플루엔자 바이러스(Influenza Virus)처럼 RNA 핵산을 가진 바이러스는 DNA바이러스에 비해 복제 과정에서 유전자에 변이가 일어날 확률이 매우 높다. 이 때문에 HIV 감염을 예방하는 백신은 아직 개발되지 못했고, 독감을 예방하기 위해 해마다 예방주사를 맞아야 한다.

지난 수십 년 동안 가장 많은 사상자를 기록한 바이러스는 HIV와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이다. HIV는 포유류 면역계의 도움 T세포를 파괴해 인체의 면역 기능을 심각하게 손상시켜 만성 감염을 일으킨다. HIV는 성적 접촉이나 수혈에 쓰이는 주사바늘을 함께 사용해 감염되기도 하고, 드물지만 HIV에 감염된 산모에서 태어난 아기도 감염된다. AIDS는 1981년 발견된 이래 3,000만 명 이상의 사망자를 기록한 인류 역사상 사망자가 가장 많은 질병 중 하나이다. 현재는 치료제를 통해 HIV를 비교적 안정적으로 제어하는 것이 가능해졌다. 다음으로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는 공기를 통해 전염되어 폐렴, 두통, 열과 기침 등을 유발한다.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는 여러 시기에 걸쳐 유행했는데 대표적으로 스페인 독감, 홍콩 독감 그리고 신종플루가 있었다. 1918년에 발생한 스페인 독감과 2009년에 발생한 신종플루는 모두 인플루엔자 A형(H1N1) 바이러스에 의해 발생해 각각 2,000~5,000만 명, 2~3만 명의 사망자를 남겼고, 홍콩 독감은 인플루엔자 A형(H3N2) 바이러스에 의해 발생해 75~100만 명이 사망했다.

코로나바이러스(Coronavirus)는 Coronaviridae에 속하는 RNA 바이러스로 외피에 존재하는 곤봉 모양의 스파이크(Spike) 단백질로 인해 왕관 형태의 모양을 띠기 때문에 태양의 코로나(Corona)에서 바이러스 이름이 유래되었으며, 사람과 동물의 호흡기와 소화기계 감염을 주로 유발한다. 코로나바이러스는 1930년대 닭에서 처음으로 발견된 이후 개, 돼지, 조류 등의 동물에서 발견되었고, 1960년대에는 사람에게도 발견되었다. 동물과 사람 모두 코로나바이러스에 감염되며, 동물 사이에서 유행하던 바이러스가 생존을 위해 돌연변이를 일으켜 사람에게로 넘어오기도 한다. 대표적으로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evere Acute Respiratory Syndrome, SARS)를 일으키는 사스-코로나바이러스(SARS Coronavirus, SARS-CoV), 중동호흡기증후군(Middle East Respiratory Syndrome, MERS)를 일으키는 메르스-코로나바이러스(MERS Coronavirus, MERS-CoV), 그리고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Coronavirus Disease-19, COVID-19)를 일으키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SARS-CoV-2)가 있다.

 

질병 예방과 치료를 위한 인류의 대응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여러 합병증이 유발된다. 다양한 합병증들은 치료가 어렵고, 생명을 위협하기 때문에 몇몇 치명적인 바이러스 감염의 예방은 중요하다. 우리 몸에는 이를 대비한 면역계가 존재하는데, 외부에서 들어오는 병균이나 바이러스 같은 병원체에 저항하는 다양한 작용을 하고 있다. 면역은 크게 선천성 면역과 후천성 면역으로 나뉘는데, 선천성 면역은 병원체 노출 여부에 상관없이 침입과 동시에 작용한다. 이와 달리 후천성 면역은 침입한 병원체를 인식한 후 일어나며, 이전의 경험에 기반해 맞춤형으로 대응한다. 후천성 면역에는 T세포 및 B세포를 포함하는 림프구가 관여하는데, 가장 대표적인 후천성 면역인 항원항체반응은 백혈구의 B세포에서 생성된 항체와 침입한 항원 사이의 화학 상호 작용이다. 항체가 항원에 특이적으로 결합하면 항원이 무력화되어 대식세포나 보체 단백질을 통해 쉽게 분해될 수 있다. 병원균이나 바이러스 같은 새로운 항원에 첫 번째로 노출되면 이를 인식한 B세포가 증식해 항원에 특이적인 항체를 생산하는 형질 세포로 분화한다. 하지만 몇몇은 기억세포로 분화하는데, 나중에 같은 항원에 노출되면 형질세포로 변해 항원에 더 특이적으로 결합하는 항체들을 더 빠르고 많이 생산한다. 기억세포에 의해 일어나는 면역을 2차 면역 반응이라고 하며, 이를 이용하기 위한 백신 접종은 특정 병원체가 감염되었을 때 면역계가 빠르고 강하게 저항하도록 한다.

백신은 크게 독성이 약화된 병원체가 살아있는 상태로 투여되는 생백신과 죽은 상태로 투여되는 사백신으로 나뉜다. 생백신의 면역 효과는 오래 유지되지만, 병원성이 있는 원래 형태로 바뀌어 건강을 위협할 수 있다. 사백신은 이에 비해 감염의 위험성은 없지만, 사백신으로 생성되는 항체가 실제 질병과 무관할 수 있으며, T세포 면역을 제외한 항원항체반응만을 유도한다는 단점이 존재한다. 각 종류의 백신은 병원체의 특성과 위험도에 따라 알맞게 설계되어 사용되고 있으며, 현재에는 방어면역 유도에 중요한 병원체 단백질만을 선택적으로 사용하는 재조합 백신 역시 많이 개발되고 있다.

바이러스에 감염되었을 때, 항바이러스제는 환자를 치료하는 것뿐만 아니라 추가 확산을 막을 수 있어 질병 통제에서 중요한 역할을 수행한다. 또한, 항바이러스제를 통한 선제적인 치료는 증세를 완화해 기저질환이 있거나 면역력이 약한 노약자의 2차 감염을 예방한다. 실제로 흔히 ‘독감’이라고 알려진 인플루엔자 바이러스 감염으로 인한 주요 사망 원인은 호흡기 합병증과 기저 심폐질환의 악화이다. 호흡기 합병증은 바이러스성 폐렴을 일으키고, 기존 폐 질환을 악화시킬 뿐만 아니라 헤모필루스 인플루엔자균(Haemophilus influenzae), 황색포도상구균(Staphylococcus aureus) 같은 세균의 2차 감염으로 인한 세균성 폐렴을 유발한다. 이와 같은 2차 감염의 통제는 매우 중요하며, 그 때문에 치료 과정에서는 세균 감염으로 인한 합병증을 막기 위해 항생제를 사용한다. 또한, 부족한 심폐 능력으로 인해 낮아진 혈액의 산소포화도를 높이기 위한 산소치료도 병행한다.

감염병의 원인체인 바이러스는 진화를 통해 빠르게 변이하고 있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 예측 모델 연구를 통해 급변하는 변이 패턴과 출현 속도를 따라잡고, 숙주에게 피해를 주지 않고 바이러스에 직접 반응하는 항바이러스 제제 개발을 위한 연구가 진행 중이다. 또한, 바이러스 유행에 대비한 백신 개발과 질병에 대한 감시 및 통제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도 중요하며, 항원 선별기술을 개발해 빠른 시간 안에 바이러스의 특성 분석이 가능해야 대유행 상황에 신속히 대처할 수 있다.

 

유전자 치료에 적합한 바이러스 특성

바이러스는 그 특성 때문에 치명적인 질병의 원인이 되기도 하지만, 분자생물학에서는 유용한 도구로서 사용된다. 벡터는 유전 물질의 인위적 운반자로 사용되는 DNA 분자로, 세포 내에서 복제되거나 발현될 수 있다. 다양한 종류의 벡터가 있지만, 바이러스성 벡터는 바이러스의 고유한 세포 내 침투 기전을 이용하기 때문에 비바이러스성 벡터보다 유전자 전달 효율이 높다. 그 이유는 침투 과정에서 리소좀을 거치지 않아 유전자가 분해되지 않고 핵 내로 전달되기 때문에 유전자 손실이 작기 때문이다. 그러나 바이러스성 벡터가 생체 내에서 병원성 바이러스로 변이되거나, 염색체로 유전자를 삽입해 발암 유전자를 활성화할 수 있는 위험성을 가지고 있어 안정성을 확보하는 것이 바이러스성 벡터 개발에서 중요한 문제이다.

바이러스성 벡터를 이용하면 다른 세포로 원하는 DNA를 도입시킬 수 있는데, 이를 이용해 유전자 치료가 가능하다. 유전자 치료는 유전자 수준에서 질환의 원인을 규명해, 질환을 유발하는 유전자를 대체할 유전자나 질환 치료를 도와주는 유전자를 환자의 조직 및 세포 내로 삽입하는 치료 기술이다. 다양한 벡터가 사용될 수 있지만, 현재 임상 연구에서는 유전자 전달 효율이 높고, 발현율 및 지속성이 우수한 바이러스성 벡터를 가장 많이 사용하고 있다. 바이러스 기반의 유전자 치료제는 지속해서 개발되고 있으며, 유전적 질환 및 난치병 극복을 해결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치료 유전자의 개발과 알맞은 벡터의 선정 및 조작이 가능해야 하는데, 현재까지 유전자 기능이 규명되어 치료를 위해 연구되는 유전자는 소수이다. 하지만 인간게놈프로젝트의 완성으로 유전자 기능 연구가 이루어지면 유전자 치료의 범위가 크게 확대될 것이며, 지속적인 바이러스에 대한 연구는 더 안전하고, 효율적인 벡터 개발을 가능하게 할 것이다.

 

최근 코로나19는 많은 사람들의 건강을 위협하고 있다. 현재 다양한 국가에서 확산되는 만큼 범세계적인 협력의 필요성은 커지고 있다. 이처럼 바이러스에 대해 이해하는 것은 지속해서 진화하는 바이러스 대응에 중요하다. 하루빨리 코로나19를 극복해 질병 원인으로서의 바이러스에 대처하는 능력을 보완하는 기회로 삼아야 할 것이다. 뿐만 아니라 바이러스에 대한 이해는 바이러스를 유용한 도구로 사용하는 것을 가능케 하는 만큼, 앞으로 수많은 사람의 생명을 살리고 삶의 질을 높일 바이러스의 새로운 모습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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