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IST 비상총회 성사 보며 ‘우리도 할 수 있다’ 확신 생겨
법인화가 이득 되는 공대이지만, 대학공공성 위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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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IST 비상총회 성사 보며 ‘우리도 할 수 있다’ 확신 생겨
법인화가 이득 되는 공대이지만, 대학공공성 위해 나왔다”
  • 손하늘 기자
  • 승인 2011.06.07 05:04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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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비상총회 이어 본부 점거 돌입한 서울대의 밤… “KAIST 의사결정 구조 보며 느낀 점은”

▲ 서울대 학생들이 법인화설립준비위원회 해체를 요구하며 대학본부 점거에 나선 가운데, 대학본부 건물에 설준위 해체와 법인화 철회를 요구하는 대형 현수막이 걸려 있다 /손하늘 기자

세미나와 취업설명회를 알리는 현수막, 공모전과 인턴모집을 홍보하는 포스터. 5일 밤 찾은 서울시 관악구 서울대학교의 교정은 여느 대학의 그것과 다를 것이 없었다.

시험기간을 맞아 중앙도서관은 늦게까지 환하게 불을 밝혔고, 자정의 시각에도 편의점은 허기진 배를 채우려는 학생들로 북적였다. 공대 건물에 남은 학생들은 남은 숙제들을 처리하느라 열심이었고, 초여름밤의 교정을 거닐며 담소를 나누는 학생들의 모습도 곳곳에서 보였다.

하지만 대학본부가 위치한 자연과학대학 쪽으로 향하자, 분위기는 급변했다. 벽면에는 성명서와 호소문이 나붙었다. 총학생회(총학)를 필두로, 단과대학생회 과학생회 대학원학생회를 거쳐 일반 학생들과 타 대학 총학까지 다양한 주체가 작성한 대자보가 버스정류장을 가득 메웠다.

학생회관을 지나 본관에 이르니 벽면의 손자보는 절정에 달했다. 건물 입구에는 학생들이 직원의 출입을 통제하기 위해 신분을 확인하고 있었다. 총학과 공동대책위원회(공대위)의 기자회견 때마다 배경으로 등장해 어느새 낯익은 문구가 눈에 들어왔다.

“들어올 땐 국립대였겠지만, 졸업할 땐 아니란다”

▲ 서울대 학생들이 법인화설립준비위원회 해체를 요구하며 대학본부 점거에 나선 가운데, 학생들이 건물 입구에서 출입자의 신원을 확인하고 있다 /손하늘 기자

본부에서 만난 학생들의 생각은 모두 제각각이었지만, 대체로 ‘법인설립준비위원회(설준위) 해체’, ‘법인화 전면 재검토’, ‘학생의견 수렴 및 반영’을 바란다는 데 의견이 모아졌다. 학생들은 소통하지 않는 대학본부에 대한 불만을 쏟아냈으며, 법인화법을 직권상정으로 기습처리한 여당과 점거가 합법인지 불법인지에만 초점을 맞춰 보도하는 일부 언론에 대한 강한 불신도 드러냈다.

서울대 총학이 비상총회를 소집해 94.8%의 압도적 찬성으로 설준위 해체를 요구하는 안건이 통과되고, 83.6%의 지지로 본부 점거가 이루어진 그날 밤, 트위터와 ARA에는 “서울대 학생사회의 추진력이 부럽다”라는 내용의 글들이 올라와 학우들의 많은 공감과 추천을 받았다. 학우들은 댓글을 이어가며 우리 학교와 서울대의 다른 점이 무엇이었는지를 분석했고, 우리 학교 학우들의 당시 대응은 어느 정도 성공한 것인지를 서울대의 사례와 비교하며 되돌아보기도 했다.

그렇다면, 서울대 학생들은 이에 대해 어떠한 생각을 가지고 있을까. 본부에서 만난 학생들은 이에 대해 자신만의 견해를 들려주었다. 솔직한 인터뷰를 위해 현직 직위가 있는 학생을 제외하고는 익명을 전제로 진행했다.

▲ 서울대 학생들이 법인화설립준비위원회 해체를 요구하며 대학본부 점거에 나선 가운데, 4층의 총장실에서 한 학생이 기말고사 공부에 열중하고 있다 /손하늘 기자

[오전 0시] 총장실 앞 - “교과부와 CJ가 장악하는 이사회, 대학 자율성은 오히려 후퇴”

먼저 본부 측의 ‘방화셔터 설치’로 논란이 된 4층을 찾았다. 좌측으로는 ‘본부 4열(제4열람실)’이 있다. 서울대 도서관에는 3개의 열람실만이 있는데, ‘4열’과 ‘5열(본부 5층)’이 등장한 것이다.

이곳에는 건축학과 학생들이 특별히 제작한 책상을 포함해 10여석의 열람석이 있다. 본부 4열 앞에서 만난 한 학생은 “공부와 점거를 병행하는 모습이 사람들에게 좋은 인상을 주고 있는 것 같은데, 우리는 기말고사를 앞두고 해야 하는 공부를 점거 현장에서 하는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중도에서 공부하는 것보다는 이곳에서 공부하는 것이 뜻깊다고 생각했다”라고 덧붙였다.

본부 4열 건너편으로는 총장실이 위치하고 있다. 본부 점거에는 참여하고 있지 않은 학생들도 총장실 내부가 궁금해 찾은 곳이다. 총장실 문을 열고 들어가면 전용 비상구가 있어 논란이 되기도 했다.

총장실 앞에서 자리를 잡고 있던 A씨(물리천문학부 11)에게 학교 분위기를 물었다. A씨는 “비상총회의 절차적 정당성을 가지고 한때 ‘스누라이프(우리 학교의 ARA에 해당)’에서 논란이 되기도 했지만, 관련 규정과 당시 정황상 절차상의 하자가 없다는 쪽으로 결론이 나서 학생사회의 여론이 더욱 결집되는 계기가 되었다”라고 전했다.

“자신과 반대되는 의견에도 박수로 호응해주는 비상총회의 분위기, 소수의견을 가진 학생들도 분위기와 관계없이 의견을 말할 수 있도록 비상총회에서 소수의견을 대신 읽어주는 제도를 도입한 것, 법인화에 찬성하는 학생들도 현재의 설준위는 문제가 있다는 생각에 본부 점거를 함께하는 것 등등… 너무나도 감격스러웠다. 투표율이 낮아 총학 선거가 연장되는 것을 보며 우리 학교에 대해 절망적이었는데, 이처럼 성숙한 민주주의를 보여주는 학생사회가 자랑스럽다. 우리의 요구가 결국에는 관철될 것으로 확신한다”

▲ 대학본부측이 임시 사무실로 사용 중인 중앙전산실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이 셔터가 굳게 닫힌 채 잠겨 있다 /손하늘 기자

학교의 상황을 둘러보기 위해, A씨와 옆에 있던 B씨(전기공학부 10)의 도움을 받아 중앙전산실과 CJ국제관으로 향했다. 중앙전산실에서는 2층과 3층의 출입을 통제한 채 본부의 일부 부서가 업무를 보고 있으며, CJ국제관은 총장과 일부 직원의 접견 및 업무공간으로 이용되고 있는 것이 유력한 곳이다.

중앙전산실은 1층에서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에 셔터를 쳐 놓아 더 이상의 접근이 불가능했다. CJ국제관은 1층 출입문이 보안장치로 잠겨있지만, 2층에는 불이 환하게 켜져 있어 누군가 업무를 보고 있음을 짐작케 했다. B씨는 “총장의 접견실은 CJ국제관에서 사회과학관으로 옮겨갔다는 전언이 있다”라고 말했다.

▲ 서울대학교 오연천 총장과 일부 직원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고 알려진 CJ국제관의 불이 환하게 켜져 있다 /손하늘 기자

이공계 학문을 전공하고 있는 A씨와 B씨로부터 각각 서울대 자연대와 공대의 분위기를 전해들을 수 있었다. “한마디로, 관심이 없다”라고 했다.

“공대는 관심이 없는 것 같다. 인과관계는 모르겠지만, 대자보와 현수막도 인문․사회대 중심으로 붙어 있다. 본부 1층에서 열리는 전체학생토론에서 공대는 10명 남짓이다. KAIST도 이와 비슷하지 않을까”

“자연대 역시 그렇다. 특히, 자연대 학생회는 비상총회 결과에만 찬성할 뿐 본부 점거를 지지하지 않고 있으며, 점거에 참여하지도 않고 있다. 이에 대해 자연대 내부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자연대 밖으로 나가면 비판은 훨씬 더하다. 하지만, 자연대 나름의 대의민주주의를 거쳐 결정한 것이기 때문에 내가 이에 대해 반기를 들 입장은 아니다”

가장 우려하는 것을 묻자 ‘설준위 주도의 졸속 법인화’와 ‘법인화된 서울대의 이사회’를 꼽았다. A씨는 “CJ국제관과 CJ어학관이 들어서고 CJ가 학내 매장 운영을 잠식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사회에 CJ측 인사가 몇 명이나 참여할지도 파악되지 않고 있다”라며 “일개 기업이 공공성이 강한 서울대를 지나치게 좌지우지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B씨는 “법인화가 되면 정부로부터의 개입이 줄어드는 것이 상식인데, 날치기 처리된 법인화법을 보면 이사회 구성과 의사결정 구조에서 오히려 교과부의 개입이 더 커진 것을 확인할 수 있다”라며 “이상해도 너무 이상한 방향으로 가고 있다”라고 말했다.

▲ 학생들이 대학본부 로비를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손하늘 기자

[오전 2시] 2층 - “설준위의 졸속 추진 반대… 법인화에는 찬성하지만 본부로 나왔다”

2층 계단 앞에서 열띤 논쟁을 하고 있는 두 학생의 대화에 끼어들었다. 철학과 선후배 사이로 함께 점거에 참가한 이들은 자신을 “현안에 대해 뭘 모르는 일개 인문학도”라며 겸손히 소개했다. C씨(철학과 09)는 “법인화에는 부정적이지 않다”라면서도, “법인화 찬반을 떠나 지금의 졸속 추진을 막아내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경쟁력 제고를 위한 건강한 법인화에 동의한다. 그런데, 지금의 초고속 설준위에서는 도저히 그러한 법인화가 가능할 것 같지가 않다. 법인화에 동의하는 학생들까지 문제를 제기하고 점거를 하고 있을 정도면, 현 상황이 얼마나 심각한 것인지 본부는 알아야 한다”

D씨(철학과 08)는 “KAIST에서 경쟁에만 초점을 맞춘, 공공성이 결여된 정책이 시행될 줄은 몰랐다”라면서 “서울대도 법인화가 되면 얼마든지 이러한 학사제도가 도입되는 것 아니겠나”라고 전망했다. KAIST에 비해 언론과 정치권의 관심이 덜한 것에 대해 C씨는 “저조한 관심은 답답하지만, 반값 등록금 의제를 등에 업고 점차 관심이 높아질 것으로 예상한다”라고 말했다.

가장 선행되어야 하는 것을 묻자 C씨는 “본부의 입장이 ‘지금의 법인화에 찬성한다’인 만큼, 우선은 본부와 총장부터 설득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C씨는 “총장이 학생들의 거센 반대를 수용해 ‘지금의 법인화에 반대한다’로 돌아서면, 비로소 국회를 설득할 강력한 명분이 생기는 것”이라고 말했다. D씨는 “아무래도 인문대 소속인지라 재정지원 중단과 학과 통폐합이 가장 우려된다”라며, “본부는 대학의 경쟁력과 공공성을 서로 대립하는 관념으로 두고 있는데 이 둘은 얼마든지 양립 가능하다”라고 말했다.

▲ 서울대 학생들이 법인화설립준비위원회 해체를 요구하며 대학본부 점거에 나선 가운데, 1층 로비에 학생들의 주장을 지지하는 입장의 대자보들이 붙어 있다 /손하늘 기자

[오전 3시] 1층 로비 - “KAIST 비상총회 성사 장면 보며, ‘서울대도 된다’ 자신감 얻어”

총운영위원회(우리 학교의 중앙운영위원회에 해당)가 끝난 단과대 학생회장들이 본부로 돌아왔다. 허기진 배를 채우는 것도 잠깐, 이내 1층 로비에 둘러앉아 다시 얘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하루에 한 시간 남짓 취침하는 강행군 속에서도 이들은 웃음을 잃지 않았다. 이들의 대화에 참여했다.

미술대 학생회장은 “아직 본부의 태도가 변화한 것은 없지만, 과정상으로는 아주 좋다”라며 “본부와의 협상에서 주도권을 학생사회가 쥐고 있는 만큼, 끝까지 가 봐야 알 수 있을 것 같다”라고 말했다.

일행 사이에서 낯익은 얼굴이 보였다. 서울대 총학생회장 이지윤(인류학과 07)씨. 기자회견과 본부와의 대화에서 보여준 강경한 모습과는 달리, 카메라 뒤의 지윤 회장은 인터뷰 도중 웃음도 보이고 고민도 하는 여느 학생과 다르지 않았다. 하지만, 법인화의 문제점을 설명하는 대목에서는 목소리에 힘이 느껴졌다. 지윤 회장에게 KAIST의 현 상황에 대한 견해를 물었다.

“KAIST의 경우 이미 법인화된 구조이고, KAIST에 고착화된 의사소통의 부재 속에서 ‘우리가 행동한다고 달라지는 게 있을까’라는 의구심을 갖는 학생들이 있는 것 같다. 하지만 오히려, KAIST에서 비상총회가 정족수를 훨씬 넘겨 성사되는 장면을 보면서, 우리도 비상총회를 성사할 수 있다는 희망을 가지게 되었고 더욱 최선을 다해 총회를 준비했다”

▲ 서울대학교 학보 <대학신문>과 교지 <관악>은 호외를 발간해 사태를 시시각각 보도했다 /<대학신문> 및 <관악> 호외 촬영

지윤 회장은 “KAIST의 의사결정 구조는, 우리가 서울대도 법인화 이후 비슷한 체제로 굳어지지 않을까 우려하는 대목이다”라고 말했다. KAIST에 비해 저조한 언론 보도에 대해서는 “국민들께서 많이 관심을 가져 주시면 물론 좋겠지만, 지금 현재도 많이 보도되고 있다고 생각한다”라고 했다. 점거의 불법성을 따지자, “왜 이러한 상황까지 오게 되었는지에 주목해 달라”라고 말했다.

“왜 공부하는 학생들이 본부 점거까지 나서게 되었는지를 생각해야 한다. 너무나도 답답했다. 본부는 의견수렴을 하겠다면서도 거의 의견을 듣지 않았고, 의견을 듣는다고 하더라도 실행하지 않으면 그만이었다. 학생사회가 어떠한 관건을 전혀 쥐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본부 점거는 학생들에게 협상력을 부여하는 굉장히 중요한 카드다.”

“재정 문제가 가장 큰 걱정이다. 물론 정부에서는 지원을 계속할 것이라고 말하지만, 정권이 바뀔 때마다 얼마나 국가의 지원을 받을 수 있을 것인지 확실치 않다. 재정은 불안정해지고 등록금은 올라가며 노동자는 해고될 것이다. 연구비를 많이 끌어오지 못하는 기초학문은 도태되고, 이들 학과에는 투자를 줄이거나 통폐합이 이루어지는 등 학문이 위축될 것이다”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를 물었다. 지윤 회장은 “설준위는 해체하고, 법인화법 폐기법안을 국회 본회의에 상정하는 것을 총장이 요구해야 한다. 오연천 총장의 결단을 촉구한다”라고 말했다.

▲ 서울대 학생들이 법인화설립준비위원회 해체를 요구하며 대학본부 점거에 나선 가운데, 출입문의 학교 로고 뒤로 많은 현수막이 걸려 있다 /손하늘 기자

[오전 4시] 출입문 앞 - “대학은 학생 찍어내는 공장 아닌데… 꼭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깊어가는 밤중에도 출입문 앞에서 노트북으로 문서 작업을 하고 있는 학생을 만났다. 자연대 학생회장을 역임한 E씨는 총운영위원회의 업무를 돕기 위해 정리 문건을 작성하고 있었다. 자연대 학생회가 유독 본관 점거에 지지의사를 밝히지 않은 까닭을 물었다. 그는 “대의체계에는 문제가 없었던 만큼, 어쩔 수 없다”라고 말했다.

“수리통계학부, 물리천문학부, 화학부, 생명과학부, 지구환경과학부, 의예과, 수의예과로 구성된 단과대 운영위원회에서 본관 점거에 참여하고 지지하는 안건을 부결시켰기 때문에 절차적 문제는 없다. 다만, 그 과정에서 얼마나 운영위원들에게 단과대 학생회 차원의 참여를 설득했는지는 별개의 문제이다. 단과대 학생회장의 의지가 필요하다. 이에 대해 긴급히 다시 논의할 예정이라고 들었다. 한편, 생명과학부는 단과대 의결과는 상관없이 독립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자연대와 공대의 참여가 유독 낮은 것에 대한 견해를 묻자, “이공계가 이러한 상황에 특히 취약한 것 같다”라고 말했다. 그는 “학업에 치이고, 중도에서 공부에만 매달리니 소통도 안 되고, 그렇다고 학과의 인터넷 커뮤니티에도 좀처럼 방문하지 않는 상황에서 해결하기 쉽지 않은 문제다”라며, “학생회 등이 더 노력해 홍보하고 설득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E씨는 KAIST 사태 당시의 분위기도 전했다. 그는 “서울대에서도 강의를 들어오신 교수님들이 사태에 대해 굉장히 안타까워하는 말씀을 많이 하셨다”라고 했다. 그는 “서남표식 개혁은 KAIST가 어느 정도 받아들일 수 있는 것으로 보인다”라면서도, “다만 적절하게 균형을 맞췄어야 하는데 이 부분이 없었다. 대학은 연구기관이기 이전에 교육기관이므로, 대학순위보다는 개별 학생의 고통을 배려하는 것에 주안점을 두어야 한다”라고 말했다.

“대학생들을 찍어내는 컨베이어벨트가 대학의 역할인 것은 아니잖나” E씨는 덧붙였다.

▲ 서울대 학생들이 법인화설립준비위원회 해체를 요구하며 대학본부 점거에 나선 가운데, 건물 1층에 본부 내부의 상황을 알리는 지도가 붙어 있다 /손하늘 기자

[오전 5시] 앞마당 - “법인화되면 득 보는 공대이지만 나온 이유? 이곳은 ‘서울공대’ 아니다”

본부 앞에서는 두 명의 학생이 새벽부터 현수막을 만들고 있었다. 공대 출신인 이들은 현수막에 ‘CJ 서울대 싫어요’라는 문구를 적었다. 그들은 “CJ가 얼마나 학교를 좌지우지하게 될지 아무도 모르는 상황이다. 이미 설준위에도 CJ가 참여하고 있다. 게다가, 법인화 이후 큰 영향력을 행사할 것으로 예상되는데도, 본부와 정치권은 이 문제에 대한 뚜렷한 답을 내지 못하고 있다”라고 주장했다.

“공대는 사실 법인화에 찬성하는 측면이 많다. 성균관대와 중앙대 등의 사례에서 보듯이 공대에는 돈이 되니까 더 많은 투자가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가 있는 이곳은 결코 ‘서울공대’가 아니다. 서울공대가 아니라 ‘서울대’이기 때문에 나왔다. 인문학을 비롯한 기초학문의 질식이 우려된다”

앞마당은 이들의 현수막 외에도 페인트칠을 말리려 깔아놓은 수많은 현수막들로 가득했다. 현수막들 사이에서 ‘관철’이나 ‘투쟁’과 같은 구호는 볼 수 없었다. 그 대신, 저마다 자신만의 풍자와 해학을 담은 문구와 그림을 넣어 형형색색으로 꾸몄다. 그 구호와 재치에서 농성이 아닌 축제를 위한 현수막을 보는 듯했다.

밤사이 만난 많은 학생들은 KAIST의 학내 갈등이 계속되고 있는 것에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학생들은 “봉합된 줄로만 알았던 KAIST의 갈등이 다시 터졌다니 놀랍다”라면서도, “지금 당장은 서울대도, KAIST도 해결의 실마리가 보이지 않지만 결국에는 잘 풀리지 않겠나”라는 덕담을 건넸다. KAIST 학생들의 대응이 서울대와 비교해 어느 정도 성공했다고 보는지에 대해서는 “평가하기 조심스럽다”라면서도, 의견이 엇갈리는 양상이었다.

얼마 전까지도 “우리 학생사회에는 희망이 없다”던 서울대 학생들은 이제 “서울대 학생사회의 일원인 것이 자랑스럽다”라며 감격 속에서 힘을 모으고 있다. 평행선을 달리고 있는 학생과 대학본부가 접점을 찾을 수 있을 것인지, 오 총장은 8일로 예정된 출국일정을 조정해 학생들과의 대화에 나설 것인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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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성혁 2011-06-07 18:37:09
기사 잘 보았습니다. 정말 열심히 취재하셨다는게 느껴집니다. 앞으로도 좋은 기사 기대하겠습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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