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일 혁신비상위원회(이하 혁신위)가 처음으로 의결안을 발표했다. 혁신위가 출범한 지 20여 일 만이다. 이번 안건은 등록금심의위원회 설립, 연차초과자 수업료 부과 제도 등 서남표 총장의 개혁 이후 학우들이 제기해온 문제를 부분적으로 개선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번 의결안은 그동안 학교의 여러 정책에서 대립을 반복하던 학교와 학생, 교수가 학생 사회를 위해 한목소리를 냈다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


이러한 성과에 박수를 보낼 수도 있겠지만, 기뻐하기는 아직 이르다. 혁신위에서 도출한 이번 안건이 실질적으로 학우들에게 돌아가기까지는 이사회라는 큰 ‘관문’이 남아 있다. 혁신위의 안건은 이사회에 상정되어 승인을 받아야만 최종적으로 실행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13일 교수협의회(이하 교수협)가 서 총장에게 혁신위를 구성할 것을 요구했을 때, 교수협의 제안에는 “총장은 위원회의 결정을 반드시 수용하고, 즉시 실행해야만 한다”라는 조항을 포함하고 있었고, 서 총장은 이를 받아들여 혁신위의 구성을 수락했다. 그러나 서 총장은 본지와의 단독 인터뷰에서 혁신위에서 의결된 안건이라도 이사회의 승인을 얻은 후에야 시행할 것이라는 의사를 밝힌 바 있다(관련 기사 카이스트신문 제348호 “21세기형 교육은 스스로 배우는 시스템”).


이와 같은 태도는 해석에 따라서는 기존의 협의 내용 중 ‘즉시 시행한다’라는 부분에서 다소 차이가 있다고 볼 수 있다. 교수협의 혁신위 구성을 받아들였을 당시에는 이사회에 관련한 언급이 전혀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실제로, 한국과학기술원 원규관리규정은 학칙을 개정할 때 이사회 승인을 얻은 후 교육과학기술부장관의 승인을 얻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또한, 이사회에서 이 안건을 받아들일 지의 여부도 불투명하다. 일각에서는 지금까지 이사들 중 일부 또는 상당수가 서 총장의 기존 개혁 정책을 지지하는 입장을 보인 것을 고려하면, 이번 안건이 승인되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한다.


혁신위가 학내 구성원들의 의견을 수렴해 공통된 목소리를 내기까지 수많은 고민과 회의, 그리고 소통을 거쳤을 것이다. 교내 모든 구성원을 대표해 만장일치로 의결한 ‘KAIST의 목소리’는 이제 ‘최종 결정권’을 지닌 이사회로 넘어갔다. 이사회는 우리의 한목소리를 외면하지 않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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