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따른 학우들의 자살로 촉발된 우리 학교의 개혁을 둘러싼 진통은 지난 13일 비상학생총회가 개최되고, 지난 19일 첫 회의를 가진 혁신비상위원회가 출범함으로써 진정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지난 4월 우리는 서남표 총장 부임 이후 5년 간 쌓여왔던 여러 가지 문제가 일제히 분출되는 대혼란을 경험했다. 서남표 총장의 개혁은 우리 학교의 경쟁력을 향상시키고, 대학평가 순위를 올려놓은 것은 사실이지만, 개혁을 추진하는 방식에는 새로운 리더십이 필요함이 드러난 것이다.


지금까지 우리 학교의 개혁이 서남표 총장의 일방적인 리더십에 의해 추진되었다면, 앞으로의 개혁은 구성원 모두의 동의와 지지를 바탕으로 민주적인 의사결정 방식으로 추진되어야 할 것이다. 그러한 의미에서 지난 19일 첫 회의를 가지고 공식 출범한 혁신비상위원회에 거는 기대가 크다. 혁신비상위원회는 우리 학교의 위기 상황을 극복하기 위한 교수협의회의 건의를 서남표 총장이 수용함으로써 출범했다. 혁신비상위원회에는 교학부총장, 대외부총장, 연구부총장을 포함한 총장 지명 보직교수 5명과 교수협의회에서 지명한 평교수 대표 5명, 학부총학생회장과 학부부총학생회장, 대학원총학생회장 등 학생 대표 3명 등 도합 13명으로 구성되었다.
 

혁신비상위원회는 교수협의회와 총장이 구성에 합의했을 뿐, 학생 대표가 위원회의 구성 논의에서 배제되었고, 학생 대표의 숫자도 학교와 평교수 대표에 비해 적게 할당되었다는 것 등 구성 과정에서 문제점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학생 대표가 위원회의 구성에 합의했고, 위원회가 출범한 이상 학내 구성원 모두는 혁신비상위원회의 성공을 위해 다시 한 번 힘을 모아야 할 것이다.
 

혁신비상위원회는 이달부터 3개월 동안 활동하며 한 달가량 활동을 연장할 수 있다. 늦어도 가을학기 개강 이전에는 이후 우리 학교의 개혁 안이 혁신비상위원회에서 결정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월 수 금 사흘 동안 오전 7시부터 2시간 동안 회의를 계속하는 살인적인 일정을 소화해야 한다. 서남표 총장은 혁신비상위원회에서 결정된 사항을 즉각적으로 시행하겠다고 약속했으므로 혁신비상위원회가 마련한 안에 따라 우리 학교의 미래가 결정된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혁신비상위원회는 총장 추천, 교수협의회 추천, 학생 대표 등으로 구성되었지만, 출범 이후에는 우리 학교를 위한 바람직한 개혁 모델을 제시하겠다는 하나의 목적만이 존재해야 할 것이다. 구체적인 제도에 대해 위원 간의 의견이 대립될 경우 표결로 의사결정하기 이전 충분히 상대방 의견에 귀를 기울이고 모두가 수용할 수 있는 대안을 찾아야 할 것이다. 그리고 학내 구성원 모두는 혁신비상위원회가 바람직한 개혁 안을 도출할 수 있도록 다양한 창구를 통해 자신의 의견을 개진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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