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적이던 캠퍼스가 갑작스레 조용해졌다. 원래 조용하던 캠퍼스였으니, ‘평정을 되찾았다’.

중간고사를 전후해 짧게는 2주, 길게는 한 달 동안 우리 학교는 하루도 빠짐없이 지상파 방송 3사의 9시 뉴스와 주요 일간지 지면에 등장했다. 학교 곳곳에서 취재하는 기자들을 볼 수 있었고, 서남표 총장은 국회에 소환되어 국회의원들의 까다로운 질의와 사퇴 요구를 받았다. 학내에서는 현 상황의 원인을 분석하는 글이 ARA를 가득 메우고, 벽에는 대자보가 나붙었다. ‘총장과의 대화’ 간담회로 학교와 학우가 소통하는 자리도 마련되었다.

그러던 중, 학부총학생회 비상학생총회가 열렸다. 체육대회, 축제 등을 막론하고 입학식, 졸업식 등 꼭 참여해야 하는 행사를 빼면 학우들이 ‘자발적으로’ 이렇게 많이 모인 일은 개교 이래 처음일 것이다. 그 과정상의 작은 잡음이나 어떤 안건이 가결되고, 부결되는 것에 관계없이 우리 학교 학생사회의 ‘역사적인 순간’이었던 점에는 이견이 없을 듯하다.

그리고 서 총장의 등장과 함께 비교적 훈훈하게 마무리된 비상학생총회 종료 이후, 사태는 공공연히 ‘수습국면’으로 접어들었다. 빠르게 돌아가는 상황 탓에 늘 움직이던 학교가 별안간 조용해지고, 벌집을 들쑤신 듯했던 외부 보도도 일부 지역 언론을 제외하고는 사라졌다. 학우들은 아무 일도 없었던 듯 원래의 일상으로 돌아갔고, 오늘도 퀴즈를 보고, 과제를 한다. 학내 상황에 대해 계속 촉각을 곤두세워 온 필자조차, 학교가 들썩이던 지난주의 일이 아주 오래전의 일처럼 아련하게 느껴진다.

우리 학생사회는 비교적 참여의식이 높은 다른 학교에서도 성립되기 어려운 비상학생총회를 성사시켰으며, 교수, 학우가 포함된 혁신비상위원회를 조직해 논란이 되었던 학사 정책을 바꿔 나가겠다는 약속을 받았다. 우리는 바랐던 모든 것을 이룬 것만 같다. 그러나 아직 끝난 것이 아니다. 아직 확정적으로 ‘바뀐 것’은 아무것도 없기 때문이다.

혁신비상위원회는 3개월 동안 논의해 그 결과를 내기로 했다. 3개월 동안 우리는 축제, 40주년 기념행사, 기말고사를 거쳐 방학을 맞게 된다. 자연스레 학내 상황에서는 눈을 떼게 될 것이다. ‘학교의 주인’을 자처하는 우리가 관심이 없는데, 학내 상황이 개선될 것을 기대할 수 있을까. 고요하고 ‘평화’로운 이 시간이 중요한 이유가 바로 거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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