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형 교육은 스스로 배우는 시스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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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형 교육은 스스로 배우는 시스템"
  • 손하늘 기자
  • 승인 2011.04.26 19: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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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남표 총장 단독 인터뷰

<편집자 주> 몇 주 동안 우리 학교 뿐 아니라 사회 전체를 뜨겁게 달궜던 우리 학교와 우리 학교의 제도, 그 중심에는 서남표 총장이 있었다. 사태가 수습 국면으로 접어든 지금, 한때 거센 사퇴 요구까지 받았던 서 총장을 지난 23일 아침 총장실에서 만났다. 서 총장의 뜻을 가능한 한 그대로 전달하고자 구어체를 기사체로 바꾸지 않고 실었다. 또한, 대화에 섞인 영어 단어는 한글로 번역한 후 괄호 안에 원래 단어를 넣었다.

일련의 사건에 대한 심경은

생각지도 못했던 사태가 났다. 정말 너무나 기막히고 가슴 아픈 일이다.


사태의 원인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학생들 각각(case)을 다 조사하고 있는 서류를 다 들여다보고 보고를 받아 보니 네 (학생의) 유형이 모두 달랐다. 우리가 이를 미리 해석했으면 이런 일이 생기지 않았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자료(data)가 다 있는데, 우리가 이를 중요하게 여기지 않았다.


일각에서는 ‘경쟁 제도’를 지목하는데

우리 학교에서는 경쟁이 없을 수가 없다. 공부를 해도, 실험을 해도 더 잘하려 한다. 아주 잘하는 학생들인데, 평균(average)이 있으면 어떤 사람은 아래에 있을 수 있다. 사회도 그렇다. 일평생 경쟁은 존재한다. 그리고 우리가, 특히 학생은 학내의 경쟁을 주로 생각할 텐데, 사실 여러분이 학내에서 경쟁하는 것은 아무것도 아니다. 여러분의 경쟁은 세계무대다. 국내에서 과학기술을 제일 잘한다는 것은 의미가 없다. 항상 최첨단(frontier)이 있고, 최첨단에서 일을 하지 않으면 새로운 발견을 할 수 없다. 인류의 문제를 푼다는 것을 포부로 삼는다면, 세계로 나가야만 한다.

 

 / 구건모 기자


고강도의 대학 개혁을 추진한 목적은

우리 학교의 현재 목적은 세계 일류의 과학 기술 대학들과 경쟁해 세계 10위에 드는 것이다. 그런 것에 대해서는 학교 내에 이의가 없다고 본다. 목적은 다 공유하는데 방법을 어떻게 하는지가 (문제였다). 처음 취임해 학교 사정을 살펴봤다. 여러 방법이 나왔다. 그 중 하나가 영어로 교육하는 것과 성적에 따른 수업료다. 당시의 문제를 풀기 위해 그렇게 했다. (당시) 정부 지원금은 학부생 3천 명 기준인데, 훨씬 많은 학생이 있었고 기숙사가 모자라는 등 불평이 많았다.

교육 측면에서는 제때 자기가 해야 할 것을 마치는 (것이) 교육의 큰 중요한 점이다. 인생은 한정되어 있다. 학교 시스템(에서 졸업)을 4년에 하는 것이면, 4년에 마치고 나가는 것이 좋다. 어떻게 계속 기다려주나. 세상은 끊임없이 변한다. 그래서 졸업생들이 리더가 되려면 그때그때 마칠 것은 마치고 넘어가야지, 계속 되풀이하려면 그 시간에 다른 것을 하는 게 낫다.

(영어 강의와 관련해) 우리 학생들이 국제무대에 안 나갈 수가 없다. 나가서 활약하려면 영어를 하지 않을 수 없다. 국제적으로 관계를 맺지 않으면 KAIST가 학문의 전당이 되지 못한다.

(정책을 시행할) 당시 반응이 좋았다. 연차초과자도 확 내려갔다. 지금 (연차초과자가) 굉장히 적다. 정책이 목적을 달성했다.


성과를 거둔 정책을 왜 대폭 수정하나

사회 전체도, 학교도 시스템이다. 모든 시스템은 항상 기능적 주기(functional periodicity)가 있다. 주기적으로 목적을 갖고 돌아간다는 것이다. 1년 전부터 비전(Vi-sion) 2025를 시작했다. 2025년에 우리 학교가 어떤 대학이 되어야 하나, 그러기 위해 각 학과와 대학에서는, 우리 학교 전체로는 무엇을 해야 하나, 고민하는 서류를 작성하는 중이다. 2006년부터 4년 하다 보니 재설정(resetting)할 때가 왔다. 우리가 일반고에서도 많은 입학생을 받기 시작했으니 다시 초기화(reinitialize)를 할 때가 된 것이다. 과거에 수업료를 받던 것이 안 좋은 측면이 있다. 일반고와 과학고 출신 학생의 성적이 전체적으로 차이가 없다. 그런데 끝으로 떨어져 고생하는 몇 사람이 학교에서 불공평(unfair)하다고 생각하는 것이 뭐냐면, 배경이 다른 일반고 학생들을 받아놓고서는 1학년 때 (일반)물리, 미적(분학)을 못한다고 그 학생들에게 수업료를 받는 것이 옳지 않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것은 폐지하는 것이 좋겠다는 논리다. 지금이 좋은 시기라고 본다. 목적은 같지만, 방법은 재초기화(reinitialize)할 때가 되지 않았나.


구체적인 제도 개선안은 어떻게 되나

우선 여러 안을 혁신(비상)위원회에 가져가 들여다보고, 어떤 좋은 의견이 나오나 보자는 것이다. 혁신위가 없었다면 학·처장회의에서 결정하는 절차를 밟을 텐데, 혁신위가 생겼으니 보자는 것이다.


혁신비상위원회 안을 이사회에서 승인하면 바로 시행되나

그렇다. 그런데 그 과정이, 혁신비상위원회에서 안이 나온 것도 아직은 없고, 꽤 시간이 걸릴 것 같은데다, 우리 이사님들과 학생과 교수님이 공유하고 있는 아이디어는 뭔가 개혁은 계속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세계와 경쟁할 수 없다. 그건 다 공유하고 있는 것이다.


언론 인터뷰에서 “혁신위 결과가 나와도 현재의 방향에서 큰 변화는 없을 것이다”라고 말했는데, 교수협은 “총장님이 받아들이기 어려운 부분이 있어도 수용하리라 본다”라고 했다. 견해차가 느껴지는데

교수님들과 나는 우리 학교가 가장 좋은 대학이 되어야 한다는 것은 공유하고 있다고 본다. 목적이 같으므로 혁신위에서 나오는 것이 큰 틀에서 보면 같은 결론이 나오게 된다. 그렇지 않고 우리 학교가 옛날식으로 돌아간다고 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 계속해서 개혁을 해서 세계적 명문대학이 되어야 한다는 것에는 목적이 같다고 본다.


'개선’이라면 서남표식 개혁의 후퇴인가

후퇴라고 하면 좀 심한 말인 것 같고, 초기화(reinitialize)다. 다음 5년은 어떻게 갈 것인가, 2025년까지는 어떻게 갈 것인가. 그런 걸 고민하는 거다.


“사태가 정리되면 용퇴할 수 있다”라고 언론 인터뷰서 밝혔다는 보도가 나왔는데, 개혁 완성되면 임기 중이라도 떠나나

(나는) 언제든 떠날 준비가 되어 있다. 의자도 없이 아침을 먹고, 빈약한 침대도 바꾸지 않는다. 취임한 날부터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 그렇지 않으면 일하지 못한다. 언제든 떠날 각오로 일을 해야 한다. (질문에서 언급한) 그런 말은 한 적 없다. 지금까지 내가 한 말은 “떠날 준비가 되어 있다”라는 말 뿐이다.


교수와 학생 사이에서 용퇴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상당수 나왔는데

그것은 그 사람들의 자유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무슨 얘기든지 할 수 있다. 일부가 퇴진을 요구한다고 거기에 좌우될 것은 아닌 것 같다. 떠나지 말라고 말하는 사람도 많다. 비교적 조용히 있어서 눈에 띄지 않지만, 굉장히 많다. 국회에 출석했다. 의원들이 집중적으로 추궁했다. 소명할 기회를 주지 않고, 가부로만 확답을 요구했다. 답답했다. 그게 싫으면 보따리 싸서 떠나면 되는데, 그렇게 하지 않았던 이유는 내가 보기에 우리 학교가 잘 될 것이라고 확신하기 때문이다.


비상학생총회에서 취임 이후 5년간 진행한 개혁에 평가팀을 구성하고 평가 보고서를 작성하라는 안건이 통과되었다. 그렇게 할 것인가

학생들이 하고 싶으면 하는 것이고, 교수들이 하고 싶으면 하고, 그것이 민주주의 사회다. (나도) 밤낮으로 무엇이 가장 좋은 방법인지 고민한다. (그러나) 여태까지 해온 것에 대해 옳으냐, 그르냐는 할 필요가 없다고 본다. 지금 다시 초기화(reinitialize)할 때 지금의 문제를 정의하고 방향을 잡아야 한다. 그렇지 않고 반동적으로 옛날에 이랬으니까 이를 반대로 하는 것만 생각하면 방향이 잘못되었다. 문제를 해결했으니 세상이 달라 보이는 것이다. 그렇지 않고 가령 연차초과자가 옛날처럼 많다면 어떨까. 상황이 달라진 것이다. 과거의 정책들은 다 했으니 잊고, 2011년에 우리가 봤을 때 앞으로 풀어야 할 문제가 무엇인지를 보아야 한다.


앞으로의 KAIST가 나아갈 발전 방향은

지금 우리가 가르치고 있는 방법은 19세기 중반에 공학 대학이 처음으로 시작하면서, 당시 주어진 상황에서 제일 잘 가르치려고 한 것이 교단에 50분 강의하고 학생 시험 보고 그랬던 것이다. 다시 말해 19세기 교육 모델이다. 지금은 인터넷이 있어서 질문이 있으면 인터넷에서 뽑아낼 수도 있고, 미디어가 있어 다른 나라에서 강의한 것을 들을 수도 있고, 잘 못 들었으면 영상을 재생할 수도 있는 것이고, 그런 것이다.지금 우리가 계획하고 있는 교육 목표는 내년부터 시작하든지 어떻게 해서 한 50~100명가량의 학생들을 자발적으로 받아 새로운 교육 시스템을 시범 운영해 보자는 것이다. 우리 학생들이 어떻게 생각하는지 알고 싶은데, 너무 많으면 감당하기 어려우니 100명 이하여야 한다. 그 100명한테는 교수님들이 50분 얘기하고 나가고 그런 것이 아니라, 가령 월요일 아침에 교수님이 강의실(에서) 학생들과 만나서 이번 주 주제가 이것인데, 이를 아는 사람은 이런 문제를 풀어봐라. 이번 것에 대한 강의는 꼭 우리 학교가 아니라도 어느 학교 교수가 기가 막히게 이걸 강의하는 사람이 있다. 들어봐라. 그러면 들어보면 된다. 금요일 오후쯤 교수님과 만나서 “이 문제를 풀려고 하다 보니까 이게 걸립니다”, “아, 네가 이걸 몰랐으니 못 했다” 모르는 것을 알아야 설명하기 쉽다. 덮어놓고 강의를 할 것이 아니다.


서남표식 새 개혁모델이 생기는 것인가

스스로 배우는 시스템을 만들자는 것이다. 개개인을 위한 교육을 시켜야 한다. 본인이 알아야 할 것을 다 알기만 하면 된다. 어떤 학생은 이미 어떤 것에 대해 다 알면, 학점(credit)을 받으면 된다. 학점(credit)도 꼭 성적으로 받을 필요도 없고, 패스(pass) 제도로 하든지 해서 산지식을 배우는 것으로 시스템을 바꿔 보는 것은 어떤가. KAIST 교육 센터(education center)를 만들었다. 강민호 전 (ICC)부총장이 책임자다. 우리 학교가 교육을 어떻게 하면 좋은가 (고민한다). 지금처럼 아날로그식 교육은 가장 좋은 교육 방법이 아닌 것 같다. 지금 발전된 기술을 이용해 (만든 새로운) 맞춤식 교육(individualized education), 이를 I4라고 부르고 있다.


어떤 총장으로 기억되고 싶은가

우리 학교에 온 이유가 세계에서 가장 좋은 대학 하나 만들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전에도 POSTECH과 KISTEP에서 불렀다. (그런데) 내가 (여기) 온 이유가 우리 학교가 비약해서 세계적인 대학이 될 단계가 왔다고 생각해서 왔다. 내가 떠나고 나서, KAIST가 그런 방향으로 가는 데 공헌을 했다고 하면, 만족할 것이고, 그렇지 않으면 만족을 못할 것이고 그렇다. 내 기분에는 목적지가 저기 있는 것 같은데, 그곳을 향해 지금 나가고 있는 것 같고, 전진하고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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