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남표 총장 “개교 이래 최대 위기”, 총학-교수협 정책 변화 촉구 … 혁신위서 결정키로

<편집자 주> 지난 3주간 우리 학교의 움직임은 시시각각 신문과 방송의 주요뉴스로 보도되고 국민들의 입에 회자되는 등 화제의 중심이었다. 그 동안 무슨 일들이 어떻게 진행되어 왔는지 정리했다.

지난 1월 8일, 故조민홍 학우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채로 발견되었다. 전문계고등학교 출신 ‘로봇 영재’가 우리 학교에 입학해 화제가 된 지 1년 만이었다. 입학사정관 전형을 통해 들어온 다양한 학생을 배려하지 못한 학사정책은 사회적으로 논란이 되었다. 故조 학우의 안타까운 소식에 학교는 충격에 빠졌다. 그를 죽음에까지 이르게 한 원인에 대해 학우들의 진단이 이어졌다. 제2, 제3의 꿈이 꺾이는 것을 막고자 공청회 ‘무엇이 문제였습니까?’도 열렸다. (관련기사 제343호 “한 새내기 학우의 안타까운 선택, 학생 사회가 자성의 목소리를 높이다”)

학교 당국은 당초 계획하고 있었던 ‘즐거운 대학생활’ 과목을 개설하고 ‘새내기지원팀’을 신설하는 내용의 대책을 바로 발표했다. 신입생들이 학교생활에 잘 적응하는 것이 비극 예방의 관건이라는 판단이었다. 이러한 대책에 대해 “실패를 용납하지 않는 정책이 근본적 문제다”, “진정 중요한 것은 소통이다”라는 등의 비판이 제기되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며 학교는 평온을 되찾는 듯 했다.

지난달 20일, 故김경현 학우가 경기도 자택에서 목숨을 끊었다. 학우들은 다시금 슬픔에 빠졌다. 자치단체와 동아리에서 적극적으로 활동했던 그였기에 학교와 멀리 떨어진 빈소에도 밤늦게까지 애도의 발걸음이 이어졌다.

중간고사가 진행되던 지난달 29일에는 故장민석 학우가 서울 자택에서 자살했다. 학우의 자살이 이어지자, 학교는 최병규 교학부총장을 위원장으로 하는 ‘학생사고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해 잇따른 불상사의 원인과 대책을 논의했다. 위원회에서는 ‘정신건강개선 소위원회’와 ‘제도개선 소위원회’를 꾸리고 장기적으로 개선 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또한 3달 사이에 세 명의 학우가 목숨을 끊자, 학내외에서는 서남표 총장의 경쟁 중심 학사개혁과 독단적 대학운영을 지적하는 여론이 높아졌다. 일련의 개혁을 비판하는 글이 ARA에 이어졌으며, 특히 추천인이 3백명보다 많으면 한주 간 1인 시위를 전개하겠다는 이준혁 학우의 글은 5백명이 넘는 추천과 3천명이 넘는 조회수를 기록했다. 이 학우는 지난 4일부터 본관 앞에서 1인 시위를 벌였다.

이에 서 총장은 ‘KAIST 학생 여러분께’라는 이메일을 학우들에게 보냈다. 여기서 서 총장은 이번 사태에 대해 사과했으나, ‘노력 없이, 고통 없이, 희생 없이는 아무것도 성취할 수 없다’, ‘나중에 이기기 위해 때론 지금 질 수 있다’ 등의 내용으로 오히려 학생들의 반발을 불렀다. 과학도서관에 게시한 총장 담화문 옆에는 이를 반박하는 한 학우의 목소리가 나란히 붙었고, 학부식당 앞과 창의학습관에는 학우들의 대자보가 걸렸다.

학내 갈등이 심화되던 지난 7일, 또다시 故박상훈 학우의 비보가 전해졌다. 휴학을 하고 집으로 올라간 지 하루 만이었다. 소식이 총장실에 전달된 지 한 시간, 서 총장은 긴급기자회견을 자청했다. “지금의 상황에 대해 학생들, 학부모님들과 국민들께 죄송하다”라며 사과했다. 큰 논란을 불러온 성적에 따른 차등 등록금을 폐지하는 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이어 8일에는 ‘총장과의 대화’가 열렸다. 창의학습관 터만홀은 소통을 희망하는 학생들로 통로까지 가득 찼다. 서 총장은 취재진을 이유로 1시간 10분 늦게 모습을 드러냈다. 이날 밤 11시 40분까지 진행된 간담회에 대해서는 “서 총장의 소통 의지를 확인했다”라는 의견과 “총장이 자신의 철학만을 되풀이해 실망했다”라는 의견이 맞섰다.

그러던 중, 10일 오후 생명과학과 故박태관 교수가 자택에서 목숨을 끊은 채로 발견되었다. 친근하던 교수님의 자살 소식에 학우들은 말을 잇지 못했다. 11일부터 이틀간은 고인들에 대한 애도기간으로 선포되었고, 대부분의 수업이 휴강한 가운데 학과별 공청회가 열려 정책 개선 방향을 논의했다.

11일 열린 교수협의회 총회에서는 ‘지금 카이스트에는 새로운 리더십이 필요하다’라는 안과 ‘서 총장의 용퇴를 촉구한다’라는 안을 놓고 투표했다. 교수 189명 중 106명(56.1%)이 ‘새로운 리더십’을, 64명(33.9%)이 ‘용퇴’를 요구했다. 학부총학생회는 비상학생총회 개최를 알리는 기자회견을 열고, 호소문과 성명서를 발표했다.

▲ "우리는 더이상 비극을 좌시하지 않을 것입니다" - 학부총학생회가 본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비상학생총회 소집을 선언하고 있다 / 양현우 기자

사태가 심각해지면서, 18일로 예정되었던 국회의 질의는 12일로 당겨졌다. 서 총장은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잇단 자살과 개혁 정책에 대해 여야 의원들의 집중 추궁을 받았다. 이날 저녁에는 ‘학사운영 및 교육개선안’이 학내 곳곳과 포털에 게시되었다가, 절차상의 이유로 5시간 만에 백지화되기도 했다.

13일에는 교수협의회 투표 결과가 발표되었다. ‘혁신비상위원회(이하 혁신위)의 구성을 총장에게 촉구한다’라는 안건에 대해 교수 355명 중 301명(84.8%)이 찬성했다. 서 총장은 “교수협의회의 제안을 받아들이겠다”라고 밝혔다. 혁신위는 총장 지명 5인, 교수 대표 5인, 학생 대표 3인으로 구성되며, 총장은 혁신위의 결론을 반드시 수용, 즉시 실행해야 한다. 이날 저녁 학부와 대학원의 비상학생총회가 소집되었고, 학부 비상학생총회에서는 학생요구안을 의결했다.

이사회는 15일 아침 긴급 임시이사회를 소집, 이번 사태와 관련해 학교의 보고를 받았다. 곽영출 학부총학생회장은 개회 직전 회의장을 기습 방문했다. 곽 회장은 “상정된 대책이 학생과의 조율 없이 만들어졌으며, 관련 기구에 학생들이 참여해 의견을 낼 수 있어야 한다”라고 호소했다. 그러나 이사회는 비공개로 진행되어, 곽 회장도 참관할 수 없었다.

19일 오전, 혁신위의 첫 회의가 열려 경종민 교수협의회장을 위원장으로 선출했다. 이날 회의와 22일 열린 2차 회의에서는 앞으로의 계획을 조율하고 서로의 입장을 확인했다. 특별한 결론이 나오지는 않았다. 앞으로 3개월간, 필요할 경우 1개월 연장해 학교 전반에 걸친 논의를 진행하게 된다.

한 달간의 ‘카이스트 사태’는 수습 국면으로 들어섰다. 혁신비상위원회를 중심으로 학교가 어떠한 변화를 겪게 될지, 온 학우와 국민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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