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틀간 애도기간 선포

“너무나도 비통할 따름입니다(한 석사과정 학우)” “뭐라고, 어떻게 말해야 할지…(한 10학번 학우)”
학우들의 잇따른 자살과 관련해 애도기간이 선포된 캠퍼스는 슬픔과 추모의 분위기 속에서도 해결책을 찾고자 분주한 모습이었다.

서남표 총장은 10일 오후 홈페이지와 포털에 게재한 글을 통해 “11일부터 양일을 애도기간으로 선포하고 기간 중 휴강을 시행한다”라고 밝혔다. 또한, “각 학과에서는 간담회 등을 통해 학생과 교수 상호간의 이해와 유대를 증진하고 학교의 발전방안을 도출할 수 있도록 협조해 달라”라고 당부했다.

이러한 내용이 발표되고 한 시간이 채 되지 않아, 학우들은 더는 듣고 싶지 않아 했던 소식을 다시 접해야만 했다. 이번에는 학우가 아닌 교수였다. 언론에서 생명과학과 故박태관 교수의 비보를 주요뉴스로 전하면서 소식이 빠르게 퍼졌다. 50여명의 학우가 모인 가운데 본관 앞에서 추모 집회가 열렸다. 트위터와 ARA에는 故박 교수를 회고하는 애도의 글이 이어졌다.

애도기간 첫 날인 11일 오전, 일부 실험과목을 제외한 대부분의 수업이 휴강되었다. 각 학과에서는 이날 있을 사제 간담회를 준비하거나 학생 개별면담에 착수하는 모습이었다. 학과별로 문자나 이메일을 통해 휴강을 알렸지만, 예비학과 학우를 중심으로 연락받지 못한 학우가 속출해 혼선을 빚기도 했다.

점심시간, 학과나 동아리별로 예정되어 있던 딸기파티는 그대로 진행되었다. 학생복지위원회가 판매하는 딸기 상자에는 ‘슬픈 사건들 속에서, 딸기파티를 통해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으면 한다’라는 쪽지가 붙었다. 학우들은 삼삼오오 둘러앉아 서로의 근황과 학내 사태 등에 대해 대화를 나눴다.

일부 학과에서는 사제 간의 대화를 위해 학과장, 교수와 학우가 한 자리에 모였다. 잔디밭과 강의실에서 참석자들은 상황을 진단하고 개선책을 제시했다. 교수협의회는 총회를 소집했다. 소집 3시간여 만에 200명에 가까운 교수가 모였다. 경종민 교수협의회장은 “학생들 아픔을 충분히 공감하지 못한 우리 교수들을 용서해 달라”라고 말했다.

저녁에는 故박 교수가 생전에 연구하던 자연과학동에 분향소가 차려져 제자의 발길이 이어졌다. 여러 거점 건물에도 ‘먼저 가신 학우들과 교수님의 명복을 빕니다’라는 조문과 함께 분향소가 설치되었다. 분향소는 일주일 간 운영되었다.

학부총학생회는 이례적으로 성명서와 애도문을 발표했다. 총학은 성명서에서 “우리들 마음에는 언제부터인가 그치지 않는 비가 내리고 있으며, 더 이상의 희생을 막기 위해 우리 스스로 바꾸어나갈 것이다”라고 밝혔다. 애도문에서는 “허망하게 친구들을 떠나보낸 것에 너무 가슴이 아프다”라며, “함께 서로를 향한 마음을 공유하며 어려운 시기를 이겨내자”라고 했다.

대화는 12일에도 이어졌다. 각 학과에서는 외국인이나 대학원생 학우를 대상으로 공청회를 여는 한편, 전날의 대화를 이어가는 등 의견 수렴과 소통에 전념했다. 신입생은 반별로 지도교수와 간담회를 가지며 대화했다. 오후 7시에 시작한 무학과 전체 간담회는 많은 논의 끝에 10시가 되어서야 끝났다.

캠퍼스에는 벚꽃이 한철이었지만, 애도기간을 맞은 학교는 화사함을 찾기 어려웠다. 학우들의 애통함과 문제해결 의지가 교차하는 이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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