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조민홍 학우의 죽음으로 인한 충격이 채 가시기 전에, 세 명의 학우와 한 교수가 우리 곁을 떠났다. 학내 구성원들은 슬픔에 잠겼으며 사회적으로도 ‘수재들의 죽음’이라며 파문이 일었다. 언론들은 일련의 자살사건을 연일 다루고 있다. 특히 세 번째 죽음 이후부터는 우리 학교에 대한 언론 보도가 범람하고 있다. 그러나 안타까운 선택에 대한 이들의 보도 행태는 단순히 자극적인 것을 넘어 무책임한 수준이다.

한국자살예방협회, 한국기자협회, 보건복지부는 선정적인 자살 보도가 모방 자살을 부추길 수 있으므로 언론의 자살 보도 기준에 따라 신중하게 기사를 쓸 것을 권고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언론이 친구와 선후배, 스승을 잃은 슬픔을 ‘특종 기삿거리’로 생각해, 이러한 기준을 준수하지 않은 채 그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기사를 찍어내고 있다.

보도 기준에 따르면, 자살 보도가 베르테르 효과를 일으킬 수 있으므로 자살자의 이름, 자살 장소와 방법, 자살까지의 자세한 경위를 묘사하는 것은 매우 위험하며, 1면에 자살 보도를 싣거나 ‘자살’이라는 용어를 헤드라인에 사용하지 않아야 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언론은 우리 학교 학우들과 교수의 자살 사건을 1면으로 다루었고, 추가로 지면을 할애해 자살한 이의 신상 정보, 자살 방법 등에 대해 상세히 기술했다. 심지어 KBS, MBC 등 주요 방송국에서는 투신 현장의 핏자국 등을 아무런 여과 없이 보여주기까지 했다.

또한, 보도 기준은 자살이 사회적이나 문화적인 변화나 타락으로 인해 일어나고 있다는 식의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언급을 삼가야 한다고 말하지만, 이 또한 지켜지지 않고 있다. 미디어오늘의 한 평론가는 “카이스트 영재들 자살 이유... 등록금?”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고인의 자살 이유를 충분한 근거 없이 추측하고 단정했다. 학우들의 자살 원인이 모두 징벌적 수업료 정책 때문인 것처럼 묘사한 것이다. 이렇게 선정적인 보도는 자살을 생각한 사람들이 앞서 자살한 사람들의 예를 따르게 하며, 심각한 위기 상황에 빠져 시야가 좁아져 있는 사람에게 자살이라는 ‘해답’을 제시하는 것이다.

물론 자살은 언론의 정당한 보도 대상이다. 하지만, 언론은 그들의 보도가 사회적으로 어떠한 영향을 미칠지 다시 한 번 고려해야 하며, 보도에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 무책임하고 선정적인 기사가 상처받은 이들에게 또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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