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과 마음으로 청각장애의 어려움 딛다

“도저히 안될 것 같은 성취라도, 이루고 싶은 것을 끊임 없이 시도하려는 마음을  가지고 노력하면 잘 따라갈 수 있어요.” 중증 청각장애를 극복하고 우리 학교에 입학해 방위산업 전문가를 꿈꾸는 A 학우(무학과 11)의 말이다. 어렸을 때부터 수학,  과학에 호기심이 많았던 그는 남다른 노력을 한 끝에 한국과학영재학교와 우리 학교에 최종 합격할 수 있었다. 봄이 온 학교 교정에서 그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 보았다

 

남다른 노력이 필요했던 어린 시절

양쪽 귀에 청각장애를 가지고 태어난 A 학우는 보청기에 의존하지 않으면 120dB(데시벨) 이하의 소리를 듣지 못한다. 120dB은 사람이 견디기 어려운 폭발음 수준의 소리로, 청력 손실이 90dB을 초과하면 2급 판정을 받는다.

A 학우는 2살 때 농아학교에 입학해 6년가량 발음연습을 했다. 다른 사람의 목소리가 명확하게 들리지 않았지만, 발음할 때의 구강 구조가 그려진 발성 교재를 펴고 쉼 없이 익힌 끝에 우리말을 무리 없이 말하는 것을 터득했다.

 

읽는 즐거움으로 이겨낸 청각장애

소리를 듣지 못하는 대신에 어릴 적부터 그는 손이 닿는 대로 책과 신문을 보고 학습서를 읽었다. 그 결과 다양한 분야의 수많은 지식을 접하게 되었고, 강남, 목동의 유명 강의를 들어도 어렵다는 한국수학올림피아드와 서울시수학경시대회 등에서 강사의 별다른 도움 없이도 뛰어난 결과를 냈다.

수학, 과학 실력을 더 쌓고 싶었던 그는 한국과학영재학교 입학전형에 응시했다. 서류전형과 지필시험은 무난히 통과했지만, 그가 자신의 능력을 마음껏 뽐내기 어려운 합숙면접이 기다리고 있었다. 면접관들에게 자신의 사정을 설명하고 이해를 구했다. 합숙기간 내내 남다른 노력을 한 끝에 합격증을 손에 쥐었다.

 

누구보다도 힘들었던 학창 시절

영재학교 합격의 기쁨도 잠시, 학교의 수업 수준은 높기만 했다. 15명 남짓한 친구들과 함께 수업을 듣는 작은 교실에서 그는 항상 앞쪽에 앉았다. 앞자리에서는 보청기를 착용하면 교사의 말을 어느 정도 들을 수 있었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했다. 보청기로 일상적인 대화 소리를 정확히 잡아내는 데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매시간 그는 책의 내용을 미리 읽고 해당 부분의 학습 목표를 파악했다. 비록 두 귀로는 다 들을 수 없었지만, 이런 노력을 통해 수업을 따라갈 수 있었다. 그러나 그가 원하는 만큼 학점은 나오지 않았고, 묻는 내용을 잘못 이해해 절도 사건의 관련자로 몰리기도 했다.

 

‘색다른 시선’으로 이겨낸 어려움

그럴 때마다 그는 자신이 할 수 없는 것은 과감히 제쳐 두고, 다른 방법을 찾을 수 있는 것은 어떻게든 그 방법을 찾아 성취해 보겠다고 다짐했다. 마침내 학점은 1.5점 이상 급상승했고 미술 동아리에도 가입해 동기들과 어울렸다. 올해 우리 학교에 입학해 다른 학우들과 같은 수업을 들으며 바쁜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그에게는 ‘조금 색다른’ 시선이 있다. 청각 대신 다른 방법들을 찾아 세상과 적극적으로 소통하는 것. 눈으로 입술의 모양만을 관찰해 상대방이 하는 말을 알아내는 연습을 했다. 10년간 입술 모양을 익힌 끝에 A 학우는 이 방법만으로 의사소통할 수 있다. 상황을 판단하거나 다른 이의 의도를 파악하는 감각도 몸에 배어, 상대방의 말이 절반 정도만 들려도 나머지 말을 오해 없이 유추하는 데 지장이 없다. 또한, 소리가 아닌 글자로 대화하는 것이 편해 휴대 전화와 컴퓨터의 자판은 전문 속기사 수준으로 빠르게 작성한다. 이처럼 다양한 감각을 계발한 결과 일상생활에 큰 지장은 없다. 하지만, 전화 통화는 소리도 작고 입술 모양도 보이지 않아 친구들에게 대신 해 달라고 부탁한다.

 

우리 학교 내에서 겪는 여러 장애물

학업의 길을 걷는 A 학우 앞에는 여러 장애물이 놓여 있다. 모든 기초과목 강의가 중, 대형 강의실에서 진행되어 어려움이 있었다. 소형 강의실과 비교해 교수의 강의를 제대로 들을 수 없고 입술 모양이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출석확인 때 이름을 부르면 잘 들리지 않아 차례를 그냥 넘어가기 일쑤인데, 옆의 친구에게 자신이 불리면 알려 달라고 부탁하는 식으로 문제를 해결한다.

졸업 필수요건인 영어회화 강의도 A 학우에게 곤란하기는 마찬가지다. 정통 영어 발음은 한국어와 체계가 상당히 다른 데다, 조별 토론과 발표 평가, 시청각 자료 상영 등으로 수업이 구성되어 있기 때문이다. 남들보다 수십 배나 높은 산을 넘고 있는 셈이지만 A 학우는 강의를 따라가기가 그래도 무난하다고 말한다.

“꽤 힘든 때도 있고 스트레스도 많이 받아요. 그런데 영어회화 수업에서는 강의실이 소형이고 조원 간 거리가 가까우니까, 조원들에게 크고 천천히 읽어달라고 하면 제가 몇 개의 단어를 알아듣고 이를 통해 대화 내용을 유추할 수 있어요. 이 방법이 어려우면 종이나 칠판에 써 달라고 하고요. 안 될 것 같아도, 해 보면 다 되더라고요.”

 

최고의 방위 산업 전문가가 되고 싶어

기계항공시스템학부 진학을 지망하는 A 학우의 꿈은 최고의 방위산업 전문가가 되는 것이다. 고등학교 때는 특기인 수학과 취미인 군사연구를 접목해 <란체스터 선형 방정식을 이용한 전투 모형 연구>라는 논문을 썼다.

“우리나라의 지정학적 특성과 급변하는 국제 정세 등 여러 위협 요인을 방지하려면 안정적인 군사력이 반드시 필요해요. 방위산업을 세계적 수준으로 발전시켜 자주적 국방력과 수출 증대에 이바지하고, 국익에 큰 기여를 한 학자로 남고 싶어요.”

저작권자 © 카이스트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