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관성 없는 '그들'의 시선을 되짚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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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관성 없는 '그들'의 시선을 되짚는다
  • 송석영 기자
  • 승인 2011.04.11 1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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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이은 학우들의 자살에 차등 수업료 부과 제도, 영어강의 등 우리 학교의 제도, 생활 등이 학내 구성원뿐 아니라 외부에서도 뜨거운 감자다. 우리 학교의 특수성과 더불어 서남표 총장의 개혁이 실패한 것이 아니냐는 것을 초점으로 많은 언론이 연일 기사를 내고 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제멋대로 추측해 기사를 작성하거나 고인에 대해 선정적으로 보도하는 등 문제가 많다. 아울러 학사 정책에 대한 비판 기사가 여러 각도에서 실리고 있지만 사건 전후의 논조가 다른 등 보도 태도에 흠이 보인다. 이에 대해 짚어보고, 언론의 참역할을 모색한다


연이은 자살에 보도, 분석기사 이어져

언론들은 지난 1월 8일 故조민홍 학우의 죽음을 입학사정관제의 비극으로 다뤘다. 기사 대부분이 공업고등학교를 졸업해 입학사정관제로 우리 학교에 입학한 故조 학우가 영어강의에 어려움을 느끼는 등 학교 수업을 따라가지 못해 힘들어했다는 학우의 인터뷰나 경찰 관계자의 말을 인용했다. 아울러 여러 기사에 우리 학교 등에서 시행하는 입학사정관제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함께 담겼다.

매일신문은 지난 1월 12일 사설을 통해 “이 제도(입학사정관제)의 맹점은 대학이 이들을 키울 여건을 준비하지 않은 데 있다”라고 말하며 “제도를 철저하게 점검해 이들을 정말 영재로 키울 체제를 갖추지 못한 대학은 입학사정관제나 수시전형을 통해 학생을 뽑지 못하게 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지난달 21일 자살한 故김경현 학우의 죽음에 대해 유서 내용과 故김 학우가 우울증을 앓고 있었다는 사실을 단신보도로 다뤘던 언론들은 지난달 29일 故장민석 학우의 자살 이후 학우들의 자살 원인 등을 다룬 심층기사를 내기 시작했다. 연합뉴스는 지난달 22일 우리 학교 상담센터 관계자의 말을 빌려 성적문제로 고민하는 학우가 많다는 내용의 기사를 냈다.

지난달 31일, 경향신문은 학우들의 인터뷰를 통해 성적과 등록금 문제로 부담을 느끼고 있는 학우들의 모습을 그렸다. 같은 날 뉴시스는 상담센터와 클리닉, 튜터링이나 멘토링, 리더십과 인성 프로그램 등을 학우들이 학교에 적응하는데 도움을 주는 학교의 노력이라고 다루면서 “학교에서도 나름의 노력을 하고 있는데 이같이 불행한 일이 연이어 발생해 당혹스럽고 할 말이 없다”는 이승섭 학생처장의 말을 빌렸다.
 

심층 보도로 확대되어

학우들의 자살과 학교의 정책 등에 대한 언론의 심층보도는 지난 5일 서남표 총장이 학우들에게 서신을 보낸 이후, 이에 대한 학우들의 반응을 다룬 기사로 이어졌다. 헤럴드경제는 지난 6일 서 총장이 학우들에게 보낸 서신 일부를 인용하며 “이 글에 대해 많은 학생들은 근본 원인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채 학생들이 극단적인 선택을 한 원인을 정신적인 나약함으로 몰아갔다며 반발하고 있다”라고 학내 분위기를 풀어냈다. 조선일보는 지난 7일 학부식당 앞에 붙은 ‘카이스트의 진정한 주인은 바로 우리 사천 학우다’라는 제목의 대자보를 사진기사로 다뤘고 다른 언론들도 대자보 내용 중의 ‘이 학교에서 우리는 행복하지 않다’라는 말을 제목으로 쓴 기사들을 실었다.

지난 7일 故박상훈 학우의 죽음과 총장의 긴급 기자회견 이후 각 언론은 차등 수업료 부과 제도에 대한 비판의 여론과 경쟁을 과열하는 정책과 분위기를 성토하는 내용의 기사를 쏟아냈다. 연합뉴스는 “가혹하리 만치 매서운 개혁 정책에 피로감을 느낀 학생들 사이에서 올해 들어 네 명이나 스스로 목숨을 끊는 등 개혁에 대한 심각한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라며 사건의 원인을 정책의 부작용에서 찾았다. 또 프레시안은 “카이스트 학생들은 경쟁에 내몰리는 자신들의 상황을 두고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라며 비판했다.
 

교육정책에 찬성하거나 잠잠하던 언론, 극단적인 사건 이후에야 비판

그러나 이같은 비판은 서 총장의 개혁 이후 지난 5년 간의 보도를 볼 때 일관적인 태도라고 보기 어렵다. 다시 말해 이번 사건 이전과 이후, 언론에서 학교의 정책에 대해 전혀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다는 뜻이다. 차등 등록금 부과 정책으로 대표되는 서 총장의 학부 교육 정책에 호의적인 기사를 잇따라 냈던 언론들이 자살사건 이후 논조를 180도 바꾸었기 때문이다. 특히 입학사정관제에 대해 사설과 기사를 통해 참신하고 용기 있는 제도이며 더 많은 대학에 확산되어야 한다고 말했던 언론들이 이제는 입학사정관제의 타당성을 묻고 있다.

▲ 학교의 정책에 대한 무책임한 보도 - 중앙일보는 처음 개혁이 시작된 2007년 9월 기사(위)에서 서 총장의 제도 개혁이 다른 학교와 달리 큰 잡음 없이 이루어지고 있으며, 이것을 서 총장의 준비된 리더십의 결실이라고 봤다. 이에 반해 지난 9일의 사설(아래)에서는 서 총장의 개혁 정책을 비판하며 "징벌적 등록금제를 폐지하는 정도로 끝날 일이 아니다. 서 총장은 구성원의 신임을 다시 묻고, 교육 시스템 개선에 장애가 된다면 용퇴하는 것이 옳다"라고 주장했다

실제로 중앙일보는 2009년 3월, ‘KAIST식 ‘면접 전형’ 입시개혁 본보기다’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새로운 입시안이 사교육을 줄이고 점수 위주 대입을 변화시킬 바람직한 모델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故조 학우의 자살 이후 내놓은 사설에서 는 “KAIST는 입시 제도상의 문제점은 없는지 면밀히 검토하길 바란다”라고 밝혔다. 2009년 3월 “입학사정관제 도입 대학 느는 건 바람직”이라는 사설을 낸 매일신문은 지난 1월 12일 사설에서 故조 학우의 죽음을 언급하며 “각 대학이 경쟁적으로 시행하고 있는 입학사정관제의 허구가 고스란히 드러난다”라고 말했다. 이러한 급작스런 변화는 처음부터 정책에 대한 어떠한 고찰도 없이 보도했다는 뜻이다.

또한, 언론들은 지난 5년 간의 개혁에 대해 정책 대상자인 학우들의 목소리와 분위기에는 조금의 관심도 두지 않았고, 서 총장을 비롯한 정책 시행 측의 입장으로만  정책의 장점만을 부각해 왔다. 이번 사건 이후에야 학교로 와 학우들의 말을 듣거나 학내의 분위기를 기사에 담고 있다. 연일 매일경제나 국민일보 등 많은 언론이 학내의 과도한 경쟁 분위기에 일침을 놓고 있으나 뒤늦은 분석이다.

경향신문은 2008년 9월 ‘KAIST 개혁 2년, 사람과 돈이 모인다’의 제목의 기사로 서 총장의 정책을 긍정적으로 평가했으나 지난 9일 ‘“카이스트 실패한 개악… 사과하라” 난타당한 ‘서남표식 개혁’’이라는 제목의 기사나 ‘카이스트 학사관리 방식 전면 혁신해야’라는 제목의 사설 등으로 서 총장의 개혁에 부정적인 의견을 낸 바 있다.

한겨례 등도 일련의 자살 사건과 관련해 서 총장의 정책에 대해 ‘서남표식 경쟁주의의 비극’이라는 제목의 사설 등으로 현 학사 정책을 비판했으나 사건 이전에 학사 정책의 문제점을 다룬 기사는 찾아보기 어렵다.
 

입맛대로 쓰는 기사, 학우들 불만 드러내

외부 언론이 이렇게 자살 사건을 크게 다루자, 언론에 반감을 보이는 학우들이 많아지고 있다. 외부 언론에 대한 논란은 ARA에 故김 학우의 친구라고 밝힌 닉네임 ‘개미반장’ 학우의 글이었다. 故김 학우의 동생과 인터뷰하던 기자가 故김 학우의 가정에 문제가 있다는 말을 들었다며 이에 대해 질문했다고 밝혔다. 故김 학우의 동생은 “누군가 연락이 온다면 제발 허위사실은 말하지 말아 달라고 부탁해주세요”라고 부탁했다고 덧붙였다.

더 나아가 ARA의 몇몇 학우들은 기자들이 ARA의 말을 따서 기사화하며 처음의 의도나 뜻과는 다르게 해석하는 것에 대한 반감도 드러냈다. 한 학우는 기자들이 아라를 보며 극단적이거나 입맛에 맞는 말만 기사에 쓰는 것에 불만을 표하며 학교 내부인만 볼 수 있는 게시판을 요구했다. 다른 학우들도 우리 학교 안에서만 접속할 수 있는 게시판의 필요성을 제시했다.

▲ 인위적인 해석 보도 - 지난 4일 한국일보의 '징벌적 등록금 거센 논란' 기사에서는 우리 학교 동측 식당의 모습에 대한 설명으로 "다른 학교와 다르게 학생들이 따로따로 밥을 먹고 있다"라고 적었으며, 한 학우의 걷는 뒷모습을 담은 사진에서는 "학교 점퍼를 입은 한 학생이 고개를 숙이고 걸어가고 있다"라고 썼다

이같은 외부 언론에 대한 학우들의 좋지 않은 시선은 지난 8일 열린 총장과 학우들의 간담회 때 외부 취재진을 내보내는 여론 형성에도 기여했다. 그러나 이에 대해 간담회 이후에는 의견이 엇갈렸다. ARA에서 진행된 논쟁에서, 일부 학우들은 꼭 서 총장의 의견을 따라 외부 언론을 내보내야 했는가에 대한 불만을 나타냈고, 몇몇 학우는 만약 취재진이 있는 상태에서 간담회를 진행했다면 외부 언론이 사실을 왜곡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반박했다.

우리 학교에 대한 외부 언론의 관심은 높다. 그러나 단편적인 해석과 추측 일변도로는 근본적인 문제를 파고들 수 없고, 학우들에게는 언제나 ‘그들’의 시선으로 외면당할 것이다. 성급한 상황 보도보다 좀 더 깊은 본질 고찰이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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