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일과 7일, 첫 봄비가 내렸다. 봄비를 반기던 여느 해와 달리, 올해는 방사능이 섞인 비라는 생각에 사람들은 불안에 떨고 있다. 정부 기관과 주요 언론에서는 방사능이 미량 확인되었으나 인체에 위험을 줄 수준은 아니라고 일축했지만, 일각에서는 미량이라도 충분히 위험할 수 있다고 반박하고 있다. 모두가 일본에서 번진 방사성 물질이 국내로 얼마나 유입되고, 어떤 영향이 있는지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방사능에 대한 높은 관심과는 별개로 대다수 사람은 방사능이 정확히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 잘 모른다. 전문가들의 견해에도 차이가 있는 만큼, 방사능의 위험성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도록 하자.


방사능, 일상생활에서도 쉽게 노출되어 

방사선량은 시버트(Sv)라는 단위를 사용한다. 인체가 방사능을 받았을 때 영향을 나타내는 단위다. 일반적으로 병원에서 X-ray를 1회 촬영했을 때 1mSv를 받는다고 한다.

자연 상태에서 노출되는 방사선량은 어느 정도일까? 우주에서 오는 방사능으로부터 받는 방사선량은 0.37mSv이다. 지각에 포함된 천연 방사성 원소로부터 받는 양은 약 2mSv이다. 이처럼 연간 자연으로부터 받는 총 방사선량은 2.4mSv가 된다. 성인의 인위적인 방사능 연간 피폭 한도보다 높은 수치다.

바나나 한 개를 먹으면 방사성 칼륨으로부터 약 0.1μSv정도 피폭 받는다. 유럽여행을 하기 위해 15시간 정도 비행기를 타면 0.07mSv만큼 피폭 받는다. 담배는 어떨까? 담배 1갑을 피우면 방사성 폴로니움으로부터 0.02mSv만큼 피폭 받는다. 우리나라 성인 흡연자의 하루 평균 흡연량이 17개비라 하면 연간 7mSv에 노출된다. 이것만으로도 벌써 기준치를 7배나 초과한다. 방사능 하면 상당히 멀고 두렵게 느껴지지만, 이처럼 우리 일상에서 많이 겪고 있다.


초창기 문제가 되었던 플루토늄, 제논

이번 원전 사고 발생 초창기, 언론에서는 플루토늄, 제논 등의 방사성 물질의 위험성을 빈번하게 언급해 많은 대중이 불안해했다.

플루토늄은 방사성 물질 중 가장 위험한 물질이다. 플루토늄은 지옥의 신인 플루토를 그 어원으로 하고 있다. 반감기가 매우 길어 인체에 유입되면 영구적으로 문제가 될 수 있으며, 폐암 등을 유발한다. 그렇지만 플루토늄은 다행히도 원소 자체가 매우 무거워서 바람을 타고 우리나라까지 오는 플루토늄은 거의 없다.

학계에서는 앞으로 국내에서 플루토늄이 검출되었다고 해도, 계측기 오차 이내의 수준일 것이라고 확신한다. 또한, 일본 원전 사고 이전에도 플루토늄은 바다, 산 등에 존재했다. 냉전기에 수많은 핵실험을 바다, 대기에서 수행했기에 미량의 플루토늄이 우리 주변에도 존재한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지금 문제없이 잘 살고 있으므로 이번 원전 사태로 발생한 플루토늄은 그 영향력이 거의 없다는 것이 학계의 중론이다.

또 다른 방사성 물질인 제논은 어떨까? 제논은 그다지 위험한 물질은 아니다. 불활성 기체라 인체와 화학적 반응 없이 그저 통과만 하기 때문이다. 국내에서 검출되더라도 인체에 별 지장이 없는 물질이다.


요오드, 세슘, 스트론튬을 조심해야

우리가 유의 깊게 살펴야 할 물질은 요오드, 세슘, 스트론튬이다. 요오드는 반감기가 적어 큰 위험은 없지만, 지속적으로 노출되면 갑상선 암 등을 유발할 수 있다.

방사성 핵분열 생성물 중 오랫동안 환경에 큰 위험을 끼치는 것이 세슘-137과 스트론튬-90이다. 방사성 세슘은 우라늄이나 플루토늄이 핵분열할 때, 기체 물질인 방사성 요오드나 제논을 거쳐 만들어진다. 방사성 세슘은 바람이나 확산에 의해 멀리 떨어진 곳까지 이동하므로 처음의 핵분열 장소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서도 발견된다.

이들 물질은 국내에서도 미량 검출되고 있으며, 인체에 유입되면 암에 걸릴 위험성이 커지므로 유의할 필요가 있다.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KINS)에서는 지속적으로 국내 대기의 방사성 수치를 분석하고 있다. KINS에서는 “당분간 한반도 전역에는 극미량이지만 방사성물질이 계속 퍼져 있으리라고 예상된다”라며 “일본에서 방사성 물질이 유입되더라도 지금까지와 마찬가지로 인체에는 거의 영향을 주지 않는 미미한 수준이다”라고 밝혔다.


대기를 통해 국내로 유입된 방사능, 기준치에 미치진 않지만 조심해야

일본 당국이 발표한 자료를 보면 후쿠시마 발전소 부근의 사고 초기 방사선량은 시간당 10,000μSv이었으며, 지금은 시간당 750μSv까지 감소했다. 원전에서 약 50km 떨어진 후쿠시마 시내에서는 시간당 2.3μSv로 급격히 낮아졌다. 원전에서 약 120km 떨어진 이바라키 현에서는 시간당 0.169μSv, 원전에서 약 240km 떨어진 동경 신주쿠 거리에서는 시간당 0.089μSv의 방사능이 측정되었다. 신주쿠 거리에서 측정되는 방사선량을 연간 피폭량으로 환산하면 0.7mSv인데, 이는 기준치인 1mSv에 미치지 못한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미량의 방사능을 지속적으로 받게 되면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말한다. 특히, 의료계에서 방사능 문제를 주의깊게 생각한다. 일례로 미국 보건국(Na-tional Institute of Health)은 태평양을 건너온 방사능에 대해 “아무리 적은 양이라도 노출되면 해롭다고 가정해야 한다”라고 지침을 세우고 있다. 국내 보건의료단체연합에서는 어린이와 임산부가 특히 위험하다고 일축한다. 방사능은 분화하는 세포를 주로 공격하는데, 성장하는 어린이들은 세포의 분화가 활발하기 때문에 공격당할 위험이 크다.


관심을 두고 조심스럽게 지켜봐야

후쿠시마 원전에서 나오는 방사능은 아직도 계속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과거 체르노빌 사고보다 더 심각한 국면에 이르렀다고 경고하기도 한다. 이렇게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언제쯤 완전히 해결될지는 미지수다.

따라서 방사능 문제가 앞으로 우리나라에 어떠한 영향을 줄지는 학계에서도 의견이 엇갈리고 있으며 전문가들도 섣부른 판단을 하지 못하고 있다. 그렇다고 무작정 걱정하고 두려워하기보다는 정확한 과학적 배경지식을 바탕으로 조심스럽게 지켜볼 필요가 있다.

▲ 지난 7일, 한반도에 일부 상륙했던 방사능은 다시 편서풍 경로로 동쪽으로 이동해 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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