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과 멋으로 잡는 식탁 위의 행복

보기 좋은 떡이 먹기도 좋다는 속담이 있다. 먹음직스럽게 잘 차려진 음식은 그만큼 식감이 좋고 먹는 사람의 식욕을 돋운다. 소득 증가로 식사에 대한 인식이 바뀌면서 음식을 단순히 영양섭취의 수단이 아닌 즐거움을 느끼는 기회로 보는 사람이 많아졌다. 푸드스타일링(Food Styling)은 시각적, 미각적 효과를 극대화해 요리를 더욱 맛있게 보이게 하고, 식재료의 특징을 살리면서 색상, 소품 등을 고려해 짜임새 있게 구성하는 작업을 말한다. 음식에 대한 인식 변화와 더불어 각종 방송, 잡지 등에서 음식을 다룬 기획을 여럿 선보이기 시작하면서 푸드스타일링이 더욱 주목받고 있다.
 

▲ 비다스튜디오 이은정 푸드스타일리스트


이왕이면 다홍치마

음식을 즐기는 것은 후각과 미각에 의해 맛을 음미하는 것이 기본이지만, 요리 자체의 색채와 배치뿐만 아니라 테이블 세팅, 분위기 등 시각적 요소를 비롯한 다양한 부분에도 영향을 받는다. 즉, 음식 자체의 질도 중요하지만, 맛과 함께 멋도 즐길 수 있도록 해야 비로소 먹는 사람을 충분히 만족시킬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푸드스타일링은 식공간의 이해를 바탕으로 아름다운 음식문화를 창조하는 작업이라고 할 수 있다. 푸드스타일리스트로 활동 중인 인천문예전문학교 식공간연출학부 송원경 교수는 “푸드스타일리스트는 요리 실력을 바탕으로 색채와 조형원리에 근거해 맛있는 요리를 연출하는 능력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음식, 혀보다 눈으로 먼저 맛본다

사람은 혀로 느끼기 전에 눈으로 85% 이상의 맛을 느낀다고 한다. 사람이 음식을 보기만 해도 시상하부의 뉴런이 자극된다. 음식이 눈에 들어오는 순간, 음식을 맛볼지 말지를 결정하게 된다. 이때 시각적인 맛의 감동을 크게 좌우하는 것이 색채다. 따라서 색채를 잘 고려해 차려낸 음식은 더욱 맛깔스럽게 보인다.

식욕을 자극하는 붉은색으로 식감 살려

식재료는 주로 빨강, 주황, 노랑, 초록, 흰색 등의 색을 띤다. 식욕은 붉은색을 볼 때 왕성해지고, 주황색에서 최대치에 이른다. 노란색에서는 조금 떨어졌다가 초록색에서 다시 왕성해진다. 파란색에서는 식욕이 급격히 저하된다. 따라서 푸드스타일링을 할 때는 식감을 만족시키는 색을 잘 사용하고, 식감을 떨어뜨리는 파란색을 피한다.

크리스마스를 테마로 스타일링한 케이크. 초콜릿 케이크를 기본으로, 붉은 색은 크리스마스와 궁합이 잘 맞아서 석류로 장식했다. / Orange egg's Food Design Space 푸드아트디렉터 조아라


음식의 색채 비율 공식

색채학적으로 가장 조화로운 배색의 비율은 주색 70%, 보조색 25%, 강조색 5%이다. 요리 역시 이 비율을 이용해 식감을 배가시킬 수 있다. 주색은 음식의 주재료로, 전체의 70% 이상을 차지한다. 보조색은 음식에 들어가는 소스 색 등으로, 주색 다음으로 넓은 공간을 차지한다. 강조색은 고명이나 당근, 파 등 적은 양으로 음식의 식감을 높이는 색이다.
주색, 보조색, 강조색을 선택할 때 보색대비를 이용하면 음식을 훨씬 더 돋보이게 할 수 있다. 돼지고기 보쌈에 붉은 보쌈김치와 노란색 배춧잎을 곁들인 것이 맛있어 보이는 것은, 회색의 고기 색을 붉은색과 노란색이 받쳐줘 식감을 불러일으키기 때문이다. 냉면 위에 올리는 삶은 달걀 역시 흰자위만 보이는 것보다 노른자위가 보이도록 올려놓을 때 냉면이 훨씬 더 먹음직스러워 보이게 된다. 송 교수는 “연어샐러드 위에 녹색 케이퍼나 무순을 올리면 식욕이 높아진다”라며 “보색을 사용한 연출은 일상생활에서 따라 하기 쉬운 스타일링”이라고 말했다.

그릇, 음식의 색도 담아내야

음식을 담아내는 그릇의 색도 중요하다. 일반적으로 흰 그릇이 무난한데, 음식의 색과 차이가 작은 동일 배색과 유사 배색으로 그릇을 선택하면 안정적이며 정적인 통일감이 느껴진다. 음식과 보색인 그릇을 선택하면 강한 식감을 불러일으킨다.
요리를 담아낼 때 음식이 그릇크기의 70~80% 이상을 차지하면 답답한 느낌이 든다. 보통 그릇과 음식의 비율이 8:3, 8:5, 5:3 정도일 때 보기 좋다. 다만, 이 비율이 절대적인 것이 아니다. 송 교수는 “전통 한식은 풍성하게 담아주는 것이 더 맛있게 느껴진다. 시간, 장소, 상황에 맞는 연출이 가장 중요하다”라고 전했다.

▲ 비다스튜디오 이은정 푸드스타일리스트


대중매체 속 푸드스타일링, 기본 원칙에 +α까지

지면이나 영상으로 접하는 푸드스타일링은 보통 기획, 시안 상의, 메뉴 선정, 준비 및 촬영의 순서로 이루어진다. 이렇게 매 순간 전문가의 손길을 거친 음식은 더욱 맛있어 보인다. 이에 대해 송 교수는 “흔히 방송 매체에서 보는 요리는 화면에서 아름답게 보이기 위한 연출을 하므로 실제 조리와는 약간 차이가 있다”라고 귀띔했다. 라면은 덜 끓여 얼음물에 담근 면발을 사용하고, 우동 국물은 기름기가 없도록 간장으로 색을 낸다. 맥주나 커피 거품은 촬영 시간 중 사라지지 않도록 달걀흰자를 이용하기도 한다. 비다스튜디오의 이은정 푸드스타일리스트는 "오븐 광고를 찍을 때, 노릇 노릇 잘 구워진 통닭은 완전히 익혔을 경우 크기가 줄어들고 겉면이 많이 수축되기 때문에 닭 속에 식빵이나 채소를 넣어 부피가 줄지 않게 한다. 통닭 겉면을 토치로 적당히 그을려 주고 간장이나 오일 등을 추가해 반질반질하고 먹음직스러운 색감을 낸다."라고 말했다. 송 교수는 “백화점 식품 브로슈어 촬영 때, 바싹 말라있던 옥돔을 먹음직스럽게 표현해달라는 광고주의 요구 때문에 옥돔 속에 페이퍼타월을 채우고 물감으로 윤기를 냈다”라며 사진이기에 가능했던 일화를 전했다.


푸드스타일링에는 고려해야 할 요소가 많아 막상 이를 부담으로 느끼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전문가가 아닌 이상, 푸드스타일링은 친구나 가족 또는 손님에게 음식을 더 맛있고 멋있게 내놓을 수 있는 방법이라고 이해하면 쉽다. 오렌지에그의 조아라 푸드스타일리스트는 “촬영 등으로 밤새 힘들지만, 항상 보람을 느낀다. 사람들이 보는 즐거움, 먹는 즐거움에 기분이 좋아지는 것을 보면 아무리 힘들어도 일을 계속하고 싶다”라고 자신했다. 푸드스타일링으로 먹는 사람과 차려낸 사람이 함께 행복해지는 장면이다.
 

 

TIP 쉽게 따라하는 생활 속 푸드스타일링

두 가지 음식을 한 접시에 낼 때, 어울리는 잎사귀의 야채를 한 음식 아래에 끼워 넣어 경계선을 주면 음식이 훨씬 산뜻해 보인다. 고명도 꼭 얹어 준다.




색이 서로 다른 음식은 먼저 중심에 포인트가 될 음식을 놓고, 양쪽에 다른 음식을 담는다. 단, 둥근 접시 가운데에 포인트 음식을 놓고 다른 음식을 둥글게 담아내면 개성이 없어 보인다. 나물은 흐린 색을 가운데로, 진한 색을 양쪽으로 두는 것이 좋다.




요리는 1인분씩 개인 접시에 담는 것이 좋다. 생선을 한 토막씩 따로 담아내면 먹기 좋을뿐더러 장식하기도 수월하다. 국수는 작고 오목한 그릇에 면을 돌돌 말아서 담고 국물을 조금 못 미치게 담아 낸다.




일품요리는 나란히 병렬식으로 배열하면 지루하다. 음식의 옆이나 위에 입체적 장식이나 어울리는 고명을 올려야 식감이 난다. 모둠전은 평평한 접시에 4~5개씩 위로 쌓아서 담아내면 입체감이 생겨 시각적 자극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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