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역단계에서 생체리듬을 조절하는 새로운 작용 메커니즘을 찾아내

 생명과학과 최준호 교수팀이 초파리의 일주기성 생체리듬 조절에 관여하는 투엔티-포(Twenty-four) 유전자를 발견해 작용 메커니즘을 밝혔다. 미국 노스웨스턴대학교 신경생물학과 라비 알라다 교수팀과 공동으로 밝혀낸 이번 연구는 <네이처> 2월호에 게재되었다.

 
일상을 지배하는 일주기성 생체리듬

일주기성 생체리듬이란 생물체가 하루 24시간의 주기에 적응하는 것을 말한다. 대부분 동물이 낮에는 활동하고 밤에는 휴식을 취하는 행동을 유지하는 것을 예로 들 수 있다. 행동, 먹이 활동, 생리적 현상, 수면 등이 이러한 일주기성 생체리듬의 지배를 받는다.

일주기성 생체리듬 조절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유전자로는 클록(Clock)과 피리어드(Period)가 있다. 클록 단백질이 사이클(Cycle)이라는 단백질과 함께 중합체를 형성해 피리어드 유전자의 전사를 촉진 한다. 반대로, 이 과정으로 생성된 피리어드 단백질은 클록-사이클 중합체의 활성을 저해한다. 이와 같은 생체리듬 조절 단백질들의 상호작용으로 각 단백질의 활성화 정도가 바뀌어 생물체의 생체리듬 주기가 완성된다.
 

생체리듬 주기에 관여하는 유전자, 투엔티-포의 발견

최 교수팀은 지난 4년간 생물체의 생체리듬 주기에 관여하는 유전자를 찾고자 약 17,000여 마리의 초파리로 실험했다. 32개의 적외선 채널이 설치된 유리관에 초파리를 넣고 사흘 동안 빛을 조절해 낮과 밤을 구분시켰다. 실험 중 초파리가 행동에 변화를 보여 움직이면 적외선을 차단하고, 센서가 이를 감지해 컴퓨터에 저장한다.

최 교수팀은 위 실험에서 행동 양상에 큰 변화를 보인 초파리를 중심으로 생체리듬이 변한 몇 가지 돌연변이체가 나타났다. 그중 유전자가 손상된 돌연변이체를 발견했다. 최 교수팀은 이 유전자가 하루의 주기인 24시간에 연관되어 있고, 유전자 기호 번호(CG4857)에 있는 수의 합이 24라는 점에 착안해 이 유전자의 이름을 투엔티-포라고 붙였다.

 

▲ 그림 1. 초파리의 일주기성 생체리듬을 나타내는 현상반응곡선이다. 야생형 초파리는 24시간 주기에 맞춰진 표에서 23.5시간의 주기를 보이며(좌), 투엔티-포 유전자가 파괴된 돌연변이 초파리는 27시간의 늘어난 주기를 보인다(우)

 
번역과정에서 생체리듬 조절해

기존의 생체리듬 유전자가 피리어드 단백질의 전사단계에서 발현하는 것과 달리 투엔티-포 유전자는 번역단계에서 발현한다. 최 교수팀은 투엔티-포 유전자가 파괴된 초파리가 생체리듬이 바뀌어도 피리어드 단백질 전사단계에서는 아무런 변화가 없었다는 것을 발견했다. 이에 최 교수팀은 번역 과정에 초점을 맞춰 실험을 진행했다. 그 결과, 투엔티-포 유전자가 파괴된 초파리의 뇌에서는 피리어드 단백질이 발현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그림2>를 보면 투엔티-포 유전자가 존재하는 야생형 초파리에서는 붉은 점으로 표시된 피리어드 단백질을 확인할 수 있지만, 투엔티-포 유전자가 망가진 돌연변이체에서는 피리어드 단백질을 볼 수 없다. 이는 번역과정에서 발현되는 투엔티-포 유전자가 생체 리듬을 유지하는데 핵심적인 피리어드 단백질 합성에 관여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 그림 2. 투엔티-포 돌연변이 초파리 뇌의 피리어드 단백질의 변화 모습. 좌측 사진은 투엔티-포 유전자가 파괴되지 않은 야생형 초파리의 뇌이며, 우측 사진은 투엔티-포 유전자가 망가진 돌연변이체의 뇌이다

 
생체리듬 기작을 규명하는 연구는 계속

이번 연구는 일주기성 생체리듬에 관여하는 새로운 유전자를 처음 발견했고, 그 유전자의 기능이 전사단계가 아닌 번역단계에서 생체리듬을 조절한다는 것을 밝혔다는 데에 생물학적으로 큰 의미가 있다. 최 교수는 이번 연구에 대해 “투엔티-포 유전자는 사람에게 없지만, 비슷한 역할을 하는 유전자가 사람에게도 있을 것이라 예상한다”라며 “이번 연구 결과를 시작으로 다양한 단계를 조절하는 더 많은 유전자가 밝혀질 것이다”라고 밝혔다. 또한, 앞으로 연구 계획에 대해 “투엔티-포 유전자 외에 생체리듬에 영향을 주는 다른 유전자들의 작용 메커니즘을 밝힐 계획이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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