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행성 신경질환 조기 진단할 길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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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행성 신경질환 조기 진단할 길 열렸다
  • 손하늘 기자
  • 승인 2011.03.03 00: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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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노광학기술과 나노유체기술 최초로 융합… 도파민 등 1초 만에 측정

바이오및뇌공학과 정기훈 교수팀이 신경전달물질 등의 소분자 생화합물을 화학 처리 없이 빠르게 검출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측정 광선을 1만 배 이상 강화하는 나노광학기술과 소분자 생화합물을 유속이 느린 곳에 모으는 나노유체기술을 최초로 융합한 것이다. 이번 연구로 극미량의 신경전달물질을 쉽게 측정할 수 있어, 치매 등의 질환을 조기 진단할 수 있게 되었다.

이번 연구 결과는 나노과학분야 학술지 <스몰>의 1월 17일자 표지논문으로 게재되었다.


꼭꼭 숨은 ‘소분자 찾기’ 난관 넘어라

모든 다원자분자는 화학 결합을 하고 있는데, 결합을 분석하면 특정 물질의 존재와 그 양을 알아낼 수 있다. 이를 위해 분자에 광선을 쬐면 이것이 진동하며 에너지가 높아지고, 곧 안정화되면서 빛을 방출한다. 이 때 결합 구조에 따라 서로 다른 파장의 빛이 나오고, 입사한 파장과 방출된 파장의 차이를 측정하면 분자가 어떠한 화학 구조를 가지는 지 분석할 수 있다. 이 원리로 분자의 결합을 분석하는 것을 라만 분광법이라고 한다. 이 방법은 형광 표지를 붙이지 않고도 특정 물질을 검출할 수 있어 널리 사용되고 있다.
그러나 라만 분광으로 방출되는 빛 세기가 매우 약해, 신호를 측정하려면 빛을 강하게 입사해야 한다. 이 경우 액체가 끓거나 단백질이 변성되는 등의 난관에 봉착할 가능성이 있다. 최근에는 측정할 기판의 표면에서만 국부적으로 빛의 세기가 강화되는 표면강화라만분광법(SERS)이 개발되었다. 이를 이용하면 수 마이크로몰 농도의 소분자까지 측정할 수 있지만, 나노몰 농도의 극미량은 검출할 수 없었다.


특정 파장 증폭하고 한 곳으로 광선 모아

신경세포에서 방출된 신경전달물질은 농도가 매우 묽어 오랜 시간동안 측정해야 한다. 하지만, 이 분자들은 금세 다른 신경세포로 흡수되기 때문에 이를 측정할 수 있는 기간이 짧다.

▲ 은 증착된 실리카 - 실리카 기판의 전자현미경 단면도. 화살표로 표시된 부분이 나노 유체채널이다 / 정기훈 교수

구슬 모양의 실리카 위에 은을 증착시켜 나노플라즈모닉 거울 구조를 만든 뒤 광선을 비추면 실리카와 실리카 사이로 빛이 모인다. 이러한 ‘핫 스팟’에서는 빛의 세기가 국부적으로 가장 강하다. 실리카 기판 위에 은을 입힐 때, 은 원자를 쏘는 방향과 기판 사이의 각도에 따라 증착되는 은의 구조가 달라진다. 나노플라즈모닉 거울 구조는 입사광 중에서 특정 파장의 빛을 증폭시키고, 증착되는 은의 구조가 다르면 증폭되는 파장도 달라진다.

정 교수팀은 입사광으로 쓰이는 488nm에 근접한 광선을 증폭하는 각도를 조사했다. 기판의 각도가 75°를 이루자 입사광과 가장 근접한(490nm) 파장의 빛을 증폭해, 강한 라만 분광 신호를 방출했다. 이러한 나노광학 원리를 이용해 입사하는 특정 파장을 증폭하고 빛을 한 곳으로 모았다.


강 하구에 돌 쌓이는 ‘유체의 흐름’ 이용

한편, 신경전달물질은 체내에서 나노몰 수준의 극미량으로 존재한다. 도파민 분자의 농도는 물 1리터에 2㎍ 꼴이다. 때문에, 나노광학 기술을 이용해도 검출에 한계가 있다. 이 때 나노 유체채널을 이용하면, 나노분자를 함유한 유체의 이동 속도가 ‘정체점’에서 가장 느려져 국소적으로 은 표면에 나노분자가 쌓이게 된다. 나노분자가 한 곳으로 몰려 농도가 높아진 것이다. ‘핫 스팟’과 ‘정체점’의 위치가 일치하므로 효과는 극대화된다. 정 교수팀은 이를 이용해 도파민, 가바(GABA) 등의 신경전달물질을 1초 만에 구별하는 데 성공했다.

▲ 연구에서 사용된 나노플라즈모닉-나노 유체채널 플랫폼 - 나노플라즈모닉스의 '핫 스팟'과 나노플루이딕스의 '정체점'이 일치해 검출이 쉽다 / 정기훈 교수

퇴행성 뇌질환 진단과 신약 개발에 기여

치매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알츠하이머병은, 그 원인이 되는 소분자 생화합물이 초기에는 매우 작아 검출하기 힘들다. 이처럼 작고 농도가 낮은 신경전달물질을 이번 연구로 쉽게 검출할 수 있게 되어 신경질환의 조기 발견이 용이해졌다. 뇌기능 진단과 신약 개발에도 이번 연구가 활용될 전망이다.
정 교수는 “앞으로 신경세포가 활성화될 때 방출되는 신경전달물질을 실시간으로 측정하는 기술을 개발하고 싶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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