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속 세상 돋보기, 국제만화예술축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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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속 세상 돋보기, 국제만화예술축제
  • 김슬기 기자
  • 승인 2011.03.02 2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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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부터 만화는 인생의 진리와 해학, 삶의 유머를 품고 대중과 가장 가까이 존재한 소박한 예술이었다. 만화는 미적 표현의 발전을 거듭해 예술의 영역에 더욱 가까워지고, 예술은 만화의 시각적 표현을 차용함으로써 만화와 예술 사이의 경계는 조금씩 무너지고 있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열린 이번 국제만화예술축제(ICAFE)에서는 ‘예술과 만화의 시각적인 교감’을 주제로, 관객들에게 현대 예술의 융합을 체험할 기회를 선사한다.
 

소시민의 일상부터 풍자적인 사회현실을 담아낸 국내 만화 작품이 한 자리에

이번 국제만화예술축제는 국내관과 해외관, 그리고 블랙유머관으로 구성되어 주제별로 개성 있는 볼거리를 제공한다. 그 중 제1관인 국내관은 현재 주목받는 젊은 현대미술작가 박소영, 찰스장, 이하, 함영미, 이순구의 작품과 함께 ‘예술과 유머’를 주제로 한 만화 작품을 전시한다. 한편, 기획전으로 한국 만화계의 두 거장인 ‘박재동·이희재 2인전’이 마련되어 관객들의 흥미를 더한다.
특히, 한국을 대표하는 만화예술작가로 유명한 박재동, 이희재 작가는 우리나라 소시민의 일상부터 사회적·정치적 이슈까지 유머 있게 그려내 관객들의 발길을 멈췄다.

▲ 인사동, 이희재

이희재 작가가 그려낸 중계동 남대문 시장, 인사동 법정 스님 다비식 등의 작품은 생활 속에서 본 우리나라 풍경과 삶에 대한 작가의 고찰을 느끼게 한다. 특히, 이 작가의 화첩 ‘인사동’은 서민의 일상적 풍경을 묘사해 관객의 감성을 자극한다. 작품 속 개개인은 인사동이라는 현실적 공간에서 저마다의 삶을 보여주고 있으며, 특히 포장마차에 쓰인 ‘인사동 명물 찹쌀 옥수수 호떡 900WON’은 보는 이로 하여금 재미와 현실성을 더한다. 가로수나 길거리 화단, 포장마차 옆에 놓인 수레 등 매일 볼 수 있는 소품을 작품 속으로 끌어들여 와 소시민들의 삶과 분위기를 더욱 잘 표현한다는 평이다.

▲ 아인슈타인, 박재동

또한, 박재동 작가 사진 콜라주 작품 등 독특하고 개성 있는 작품 20점으로 관객에게 새로운 작품 문화 및 예술적 기법을 선사한다. 콜라주란 질이 다른 여러 재료를 한 곳에 모아 붙여 화면을 구성하는 기법으로, 작가에 따라 헝겊, 비닐, 나뭇가지를 이용하기도 한다. 박 작가는 주로 그의 스케치와 삽화, 그리고 광고지 등을 이용하는데, 그의 대표작 ‘아인슈타인’은 삽화와 광고지를 이용한 재미있는 콜라주 작품이다. 왼쪽 면에서는 삽화로 그려진 아인슈타인이 ‘모든 물질은 결코 빛의 속도를 능가할 수 없습니다’라며 특수성이론을 자신 있게 주장한다. 반면, 오른쪽 면은 ‘광속 퀵서비스’ 광고지가 ‘웃기지 마라’라는 말풍선과 함께 붙어 있다. 인류의 ‘천재’라 일컬어지는 아인슈타인이 ‘바보’가 되는 순간이다. 관객들은 터무니없지만 허점을 찌르는 박 작가의 유머에 다시 한 번 작품을 들여다보게 된다. 또한, 평소에 예술이나 만화를 단순한 그림으로만 생각했던 관객들에게 다양한 재료로 구성된 콜라주를 보여줌으로써 사고의 틀을 깨는 장을 열어준다.

▲ 코메디, 이용호

주목받는 현대미술 작가들의 ‘젊은 활약’, 한국 현대미술계의 전환점

사회적으로 유명한 한국 작가들의 기획전뿐 아니라, 앞으로 한국 미술계를 짊어질 젊은 작가들의 작품도 여러 점 전시되었다.

이용호 작가의 ‘코메디’는 같은 그림 9장으로 구성된 작품으로, 한 남자가 ‘ART’라고 쓰인 종이를 찢고 있는 그림이다. 게다가 각각 그림에 쓰인 글자를 연결해서 읽으면 ‘나는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입니다. 여러분 예술이란 말이죠~’라는 문장이 만들어진다. 작품 속 주인공은 오묘하게 유인촌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의 외모를 닮아 관객들의 웃음을 자아낸다. 이 작가는 ‘코메디’라는 작품의 제목을 더해 사회의 이면을 적나라하게 표현한다.

▲ Robot Taekwon V, 찰스장

한편, 찰스장 작가는 1970년대에 흥행했던 만화영화 로봇 태권브이를 소재로 여러 작품을 전시했다. 그는 아크릴 물감으로 독특한 문양과 여러 보색을 사용해 태권브이를 재탄생시켰다. ‘Robot Taekwon V'는 여러 가지 색으로 불타오르는듯한 문양을 이용해 기존의 태권브이가 아닌, 색다르고 발전된 현대적인 로봇의 모습을 작품화했다.


유럽 최고의 국제유머축제 작품과 국제공모전 예술작품으로 본 세계의 대표 만화작품

해외관에서는, 유럽 최고의 예술만화축제인 프랑스의 생-쥐스트-르-마르텔(Saint-Just-Le-Martel) 국제유머축제 참가 작품, 동유럽 최고의 공모전인 폴란드 사트리콘 국제공모전의 수상작들을 국내 최초로 선보인다. 또한, 터키 대표 풍자만화가인 셀축 데미렐(Selcuk Demirel), 풍자 삽화로 국제적 입지를 구축한 폴란드 작가 파벨 쿠친스키(Pawel Kuczynski), 프랑스의 그래픽 노블 시리즈인 브로즈(Broz)와 함께 국내의 확고한 팬층을 구성하고 있는 애드리안 스미스(Adrian Smith)의 작품이 전시되었다.

▲ 밀러(Miller), 비아즈

생-쥐스트-르-마르텔 국제유머축제는 유럽을 대표하는 만화축제로, 이 날 전시에는 아트카툰, 일러스트, 캐리커처, 그래픽 노블 등 다양한 장르의 작품들이 선보였다. 비아즈(Wiaz) 작가의 ‘밀러’ 등과 같이 국제 정세 속 주요 국가 간의 관계를 해학적으로 표현하거나, 유명 정치인을 우스꽝스럽게 캐리커처해 관객들의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 What a Woman is Like..., 아가타 듀덱

특히, 사트리콘 국제공모전 수상작품이 대거 전시되어 있는데, 그 중 2009년도 수상작 아가타 듀덱(Agata Dudek)의 ‘What a Woman is Like...' 작품이 많은 주목을 받는다. 이 작품은 무뚝뚝하고 건조한 남성상의 모습과, 화려하고 관능미 넘치는 여성상을 적나라하게 대조한다. 작품 속 남성의 긴 트렌치코트와 서류가방은 그가 얼마나 진부하고, 틀에 박힌 삶을 살고 있는지 말해주는 듯하다. 무채색으로 칠해진 남성과는 달리, 작품 속 여성은 길고 가느다란 팔로 남성의 허리를 휘어 감으며 마치 분홍빛 사랑을 전하는 것 같다. 곱게 한 화장과 도발적인 그녀의 포즈에 작품 속 남성은 적잖이 당황한 듯하다. 이렇듯, 만화는 단순한 만화책과 애니메이션의 영역을 넘어, 하나의 작품으로서 우리 사회와 일생을 반영한다.

▲ 자화상(Autobiographie), 셀축 데미렐

이번 국제만화예술축제의 포스터를 장식한 셀축 데미렐의 ‘자화상’은 노란 바탕에 알파벳으로 사람의 형상을 구성한 작품이다. 터키를 대표하는 풍자만화가로 유명한 그는 1998년부터 뉴욕타임스, 월스트리트저널, 워싱턴포스트 등 미국 신문·잡지에도 그림을 싣기 시작했다. 단순히 만화로만 보기 어려운 그의 작품은 눈에 띄는 예술성과 동시에 높은 작품성을 보여준다. 최민 전국시사만화협회장은 “셀축의 만화는 회화 작품으로 볼 수 있을 만큼 완성도가 뛰어나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발전하는 아시아 만화예술과 과거 애니메이션 시장을 주름잡던 일본 만화가

중국 현대미술 부문에는 ‘레드아트 3세대’의 붉은 색채와 젊음을 주로 표현한 작품과 유럽 아트 카툰 및 일러스트 작가들의 최신 작품들도 함께 전시되었다.

한편, ‘일본만화의 신’이라고 불리는 테즈카 오사무의 원화가 한국 최초로 전시되었다. 로봇 애니메이션의 시초와도 같은 ‘우주소년 아톰(원제: 철완 아톰)’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테즈카 오사무는 당시 일본만화의 개념을 전환하며, 혁명적인 표현 방법으로 만화를 예술의 영역으로 끌어올렸다. 그의 손에서 탄생한 만화와 애니메이션은 문학과 영화를 비롯한 모든 장르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전 세계 어린이의 사랑을 받았던 테즈카 오사무의 캐릭터와 엄청난 성공 외에도, 그가 현재까지 높이 평가받는 이유는 그가 그의 작품에서 관철했던 철학 때문이다. 그는 ‘평화’와 모든 생명에 대한 ‘사랑’의 의지를 표현한 인류 보편적인 도덕과 정의를 애니메이션이라는 형태로 실현했다. 일본 소장처 측에서도 쉽게 반출하지 않는 테즈카 오사무의 작품을 국내에서 만나볼 수 있는 흔치 않을 기회라는 평이다.


웃음 속에 감춰진 인간의 불안한 심리를 날카롭게 파헤쳐

마지막 전시관인 제3관은 블랙유머작품을 소개한다. 블랙유머란 사람을 웃기면서도 인류 보편적인 불안, 불확실성을 날카롭게 느끼게 하는 것으로, 단순한 유머를 넘어 인간에 대한 불신, 절망이 숨겨져 있다. 이번 전시는 일본 블랙유머 대표 작가 아야자와 마코토 등의 작품을 바탕으로 현대인의 비참하고 부조리한 일면을 소개했다.


국제만화예술축제는 여러 작가의 다양한 만화를 통해 세상을 새로이 바라볼 시간을 즐길 좋은 기회다. 축제는 이번달 20일까지 고양시 고양아람누리에서 열린다. 관람시간은 화, 수, 목, 일요일 오전 10시에서 오후 6까지, 금, 토요일 오전 10시에서 오후 8시까지이며, 월요일은 휴관이다. 요금은 성인 기준 9,000원이다. 문의전화 031-960-0182
 

이미지 제공 / ICAF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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