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리용]

‘서울대학교 음악대학 교수, 제자 상습 폭행’, ‘고려대학교 의과대학 교수진의 폭행 및 노동착취’ 등으로 대한민국이 떠들썩하다. 그동안 음지에서 이루어져 공개되지 않았던 행위가 하나씩 밝혀지고 있다. 인터넷은 연일 보도되는 학내 비윤리적 대우 사례로 가득하다. 사람들은 소위 사회의 지식인이라 하는 교수들의 이러한 행위에 놀라움을 금치 못하고 있다.

얼마 전 우리 학교도 비슷한 일로 많은 사람의 구설에 올랐다. 모 교수가 여학우를 상습적으로 성희롱한 사실이 공개된 것이다. 그는 여학우에게 ‘나랑 잘래?’라며 성관계를 요구했고, ‘블루스를 추자’라며 신체를 더듬는 등의 행위도 서슴지 않았다고 한다. 이러한 사건은 지난 1월 대학원총학생회가 발표한 ‘2010 대학원 연구 환경 실태조사’를 통해 밝혀졌다. 해당 교수는 진상 조사를 시작하자마자 사직서를 제출했다.

900명의 대학원생 학우를 대상으로 진행된 위 실태조사에 의하면, 학내의 부정행위는 비단 성희롱 사건뿐만이 아니다. 연구실에서 공동 자금 조성을 명목으로 연구비를 회수해 대학원생의 실질적인 연구 인건비가 최저생계비에 미치지 못한다는 점이나, 지도교수의 부당한 요구에 응해야 하는 것도 문제가 되고 있다. 또한, 기여도와 관계없이 지도교수나 선배를 논문의 저자로 게재해야 하는 일도 빈번히 일어난다.(관련 기사 카이스트신문 제343호 “우리 학교 대학원, 연구 부정행위 상존”)

위와 같은 비윤리적 행위가 지속적으로 일어나고 있지만, 이번 성희롱 사건처럼 집중 조명되는 경우는 드물다. 이것은 사건이 이슈화되었을 때, 피해자가 자신이 받을 불이익 걱정해 문제를 쉬쉬하기 때문이다. 더 큰 문제는 이러한 잘못이 밝혀지더라도 가해자의 능력이 뛰어나면 과거의 행동과는 상관없이 다른 곳으로 쉽게 직장을 옮길 수 있다는 점이다. 이처럼 ‘유능무죄(有能無罪)’가 만연한 사회적 풍토에서, 그들은 또 다른 곳에서 같은 행동을 되풀이하지 않겠는가.

우리가 지금 해야 할 것은 단순히 교수 한 명을 처벌하자고 주장하는 것이 아니다. 그보다는 능력만 있으면 모든 것을 용서받을 수 있고, 잘못이 있어도 능력만 있으면 상관없다는 ‘능력만능주의’적 사고를 탈피하는 것이 먼저이다. 그리고 이 악순환이 반복되지 않도록, 자신의 권리를 찾을 용기를 낼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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