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토튠, 기술인가 기만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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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토튠, 기술인가 기만인가
  • 김영준 기자
  • 승인 2011.03.01 02: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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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턴가 라디오를 통해 나오는 가요에 순수한 육성이 아닌 기계음이 많이 들리게 되었다. 이런 기계음을 만드는 대표적인 방법 중 하나가 ‘오토튠'이란 프로그램을 이용하는 것이다. 오토튠이란 무엇이고, 어떻게 대중화되었으며, 장단점은 무엇인지 알아보자.

‘소리의 포토샵’, 오토튠

오토튠(Auto-Tune)이란 미국의 ‘안타레스 오디오 테크놀로지사’에서 1997년 음정 보정을 위해 개발한 프로그램이다. 오토튠에는 보컬, 베이스기타 등의 음정을 분석해 그래프로 표현하는 기능이 있다. 이를 이용해 조성 및 음계를 지정하면 음계를 이탈한 음정이 자동 혹은 수동으로 가까운 음계에 맞추어져 음정이 자연스럽게 보정된다.

오토튠은 원래 가수들이 스튜디오에서 녹음한 후 음정이 맞지 않는 부분을 바로잡기 위한 용도로 사용되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오토튠으로 노래 전체를 보정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또한, 목소리를 기계음처럼 바꿔주는 ‘보코더(vocoder) 효과'를 낼 수 있어, 마치 로봇이 노래를 부른 것처럼 바꾸는 데 쓰이기도 한다.


오토튠의 유행을 이끈 티페인

처음으로 오토튠을 이용해 인기를 끌었던 가수는 미국의 여가수 셰어(Cher)다. 그녀는 1998년 오토튠으로 음색을 변조한 ‘Believe'를 발표했고, 이 곡이 성공하면서 후에 많은 가수에게 영향을 끼쳤다.
본격적인 오토튠의 유행은 2000년대 중반 미국의 알앤비 가수이자 프로듀서인 티페인(T-Pain)으로부터 시작되었다. 그는 2005년 그의 데뷔앨범 <Rappa Ternt Sanga>에서 오토튠을 노래 전반에 적용해 새로운 보컬의 개념을 도입했고, 앨범 발매와 함께 매우 큰 인기를 끌었다. 기존과는 다르게 앨범의 일부가 아니라 모든 트랙에 기계음을 적용해 대중의 관심을 산 것이다. 티페인 이후 음악계의 판도는 크게 바뀌었고, 티페인의 방식을 이용한 음악이 무수히 쏟아졌다.

티페인으로부터 시작된 오토튠의 바람은 국내 가요계에도 큰 영향을 끼쳤다. 오토튠이 해외에서 큰 인기를 끌자 2000년대 후반부터 국내의 다양한 아이돌 그룹이 오토튠을 이용해 음반을 내놓기 시작했다. 대표적으로는 2009년 발매된 슈퍼주니어의 ‘쏘리 쏘리', 지드래곤의 ‘하트브레이커' 등이 있다. 이처럼 오토튠으로 음성을 변조한 음악들이 음반 차트 상위권에 자리 잡자 아이돌뿐만 아니라 발라드, 힙합 등 다양한 장르의 대중음악에 오토튠이 쓰이기 시작했다. 이러한 오토튠 열풍은 지금까지도 대중음악 전반에 걸쳐 이어지고 있다.


앨범 작업과 가창력 보완에 유용해

그렇다면 많은 가수들이 오토튠을 선호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첫째로, 앨범을 작업할 때의 시간과 노력을 크게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오토튠과 같은 보정 프로그램이 없던 시절에는 곡을 녹음한 후에 따로 보정할 수 없었기 때문에 완벽한 결과가 나올 때까지 녹음을 반복해야 했다. 하지만, 보정 프로그램을 쓰면 음정이 불안하거나 박자가 틀린 부분을 쉽게 고칠 수 있기 때문에 시간을 크게 단축할 수 있다.

또한, 오토튠은 가수의 부족한 가창력을 보완할 수 있는 장치이기도 하다. 음악을 녹음할 때 불안한 음정을 오토튠을 이용해 자연스럽게 보정할 수 있다. 가창력보다는 퍼포먼스 등에 치중하는 아이돌 가수들도 기계음을 섞으면 부족한 가창력을 숨길 수 있다.

보정 프로그램을 이용한 음악은 대중에게도 색다른 재미를 줄 수 있다. 오토튠으로 육성을 적절히 기계음처럼 변조하면 음성만으로는 제공할 수 없는 새로운 느낌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댄스 음악에서 장르의 특성에 맞게 보컬을 기계로 변조하면, 오히려 더 자연스러운 결합을 만들어 음악의 속도감이나 리듬감을 부각시킬 수 있다.


소비적인 음악을 양산할 수도

오토튠의 사용이 문제를 일으키기도 한다. 오토튠을 과도하게 사용하면 가벼운 음악만이 양산될 수 있기 때문이다. 대체로 오토튠을 이용한 효과는 일렉트로니카나 힙합, 업 템포의 알앤비에 많이 쓰이는데, 실험적인 곡보다는 주로 춤추기에 좋은 노래에 밋밋함을 들어내고자 사용한다. 프랑스의 일렉트로닉 밴드 다프트 펑크(Daft Punk)의 ‘One More Time', 미국의 힙합그룹 파 이스트 무브먼트(Far East Movement)의 ‘Like A G6' 등도 오토튠의 효과를 사용한 음악이다. 하지만, 이러한 곡들은 쉽게 질릴 수 있는 소비지향적 성질을 띤다. 대중음악평론가 한동윤 씨는 “오토튠 등의 유행에 의존하는 음악은 모두 재미에 목적을 두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감동이 빈약할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오래도록 듣기에는 무리가 있는 하루살이 음악이라는 의견도 있다.
 

라이브 무대와의 괴리감 형성

기계음 섞인 음악은 라이브 무대에서도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오토튠 등으로 목소리를 변조한 음악은 라이브 무대와 음원과의 괴리감이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몇몇 가수들은 라이브 무대에서 오토튠으로 만들어진 부분을 MR (Music recorded : 반주부분만 녹음된 음원)을 사용하지 않고 AR(All recorded : 노래까지 녹음된 완벽한 음원)을 사용한다. 그 부분만은 노래를 부르지 않고 기계로 변조된 목소리 그대로 틀어놓은 채 퍼포먼스만 보이는 것이다. 한 씨는 “오토튠으로 도색된 음악을 AR로 깔고 노래를 하는 것은 진정한 라이브 무대의 의미를 퇴색시킬 수 있는 행동이다”라고 말했다.


높아지는 오토튠 반대의 목소리

이에 따라 오토튠의 사용을 줄이자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2009년 미국의 유명 힙합 아티스트 제이지(Jay-Z)는 앨범 <The Blue-print 3>의 수록곡 ‘D.O.A(Death of Auto-Tune)'를 통해 오토튠을 직접적으로 비난했다. 기계의 힘을 빌어 가수에게 요구되는 최소한의 미덕인 가창력에 대한 노력마저 하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그는 자신이 오토튠을 사용하는 일은 절대 없을 것이라고 공언하기도 했다. 우리나라에서는 가수 싸이가 2010년에 발매한 자신의 앨범에서 기계음을 아예 넣지 않아 화제가 되기도 했었다. 립싱크를 지양하는 그는 “기계음 섞인 음악으로는 제대로 된 무대를 선사하기는 힘들기 때문에 아예 기계음을 음악에 넣지 않았다”라고 밝혔다.


더 새로운 활용성을 기대해야

최근에는 오토튠을 과용하는 음악의 유행이 어느 정도 사그라졌다. 하지만, 스튜디오 내에서 가수의 음정을 정확히 잡고자 오토튠 등으로 작업하는 행위는 끊이지 않을 것이다. 한 씨는 “오토튠의 남발은 댄스음악이 사라지지 않는 한 계속될 것이다”라면서도 “오토튠을 이용해 새로운 방식의 독특한 소리를 내는 음악도 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라고 밝혔다.
오토튠을 이용하는 행위 그 자체의 옳고 그름을 판단할 수는 없다. 신시사이저와 미디를 통한 음악이 테크노와 클럽 음악을 부흥시켰듯, 오토튠을 사용하는 음악도 그 완성도에 따라, 그리고 얼마나 독창적인 음악 세계를 개척하는가에 의해서 평가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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