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재래시장’하면 보통‘번잡함,’‘지저분함,’‘남루함,’‘소란스러움’등의 단어를 떠올린다. 10여 년 전부터 해일처럼 들이닥친 대형 할인 마트 때문에 소비자들로부터 외면 받아오던 재래시장, 하지만 최근 재래시장이 변하고 있다. 지금껏‘재래시장’하면 떠올랐던 낡고 허름한 이미지를 벗어 던지고 젊은 층의 소비 동향에 맞게 제품과 서비스, 가격 경쟁력을 높이고 있다. 뿐만 아니라 리모델링, 아케이드 설치 등의 시설 현대화를 통해 예전의 활기찬 모습을 되찾고 있다

중부권에서 세 번째로 큰 시장대덕구 중리동에 위치한 중리시장은 중부권에서는 대전중앙시장과 한민시장에 이어 세 번째로 큰규모의 재래시장이다. 총 면적12,316㎡에 200여 개에 이르는 점포가 들어와 있으며, 2004년 4월설립된 상인회 회원은 140여 명에달한다. 오전 9시에 개점해 오후10시에 폐점한다. 하루 고객 수는약 2,500여 명 정도다.

 명품시장으로 거듭나다

 우리는 재래시장을 인정이 넘치고 흥정의 묘미를 느낄 수 있는곳인 동시에, 지저분하거나 소란스러운 장소라고 생각한다. 이에장점은 그대로 살리면서 대형 마트와 경쟁할 수 있는 현대적인 시장으로 거듭나기 위한 다양한 노력을 시도하고 있다. 특히, 상인회의 역할이 돋보인다. 경영현대화를 위한 각종 친절교육 및 상인정신 개선 등에 상인회가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어 이용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명품 재래시장’으로 발돋움하고 있다.
 김연구 상인회장은 중리시장의가장 큰 장점으로 상인 간의 단합이 잘 된다는 점을 꼽았다. 그는아케이드 설치사업 시행부터 완공까지 전례를 찾을 수 없을 정도로신속할 수 있었던 것도 단합된 상인들의 노력과 희생 없이는 불가능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생존과 발전을 위한 차별화 전략


 중리시장은 채소와 반찬류, 생선 등의 1차 식품을산지 직거래 방식으로 들여와 소비자에게 판매하는시스템을 구축해 놓았다.일부 농산물의 경우 농수산 전문시장보다 더 싼 품목도 있다. 여느 시장과마찬가지로 중리시장도 1차 식품을 중심으로 형성되어 있지만 다른 곳과 차이점이 있다면 상인들이대형 슈퍼마켓의 입점을반대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때문에 시장의 주요 길목에는 3곳의대형 슈퍼마켓이 대부분의 점포가영업을 마친 늦은 시간까지 손님을 맞고 있다. 중리시장 개설자인석종훈 대전상인연합회장은“이제는 대형 슈퍼마켓이 있어야 고객유입 효과가 발생하고, 이에 따른부가적 판매가 이루어져 시장이더욱 살아난다”라며“시장의 다른점포와 대형 슈퍼마켓은 충분히상생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단,서로 간의 약속 하에 이들 슈퍼마켓에서는 1차 식품은 구입할 수없고, 주로 공산품이나 가공식품을 취급한다. 소비자가 편리함을보장받는 동시에 상인 간에는 상생이 이뤄지는 것이다.
 중리시장은 상인회 차원에서소비자를 상대로 폭리를 취해서는절대 안 된다는 지침 하에, 원가의 10% 이상 이윤을 붙이지 못하게 했다. 그 결과 2008년에는 전체 매출이 전년 대비 15% 정도더 늘었다. 3개의 전용주차장을 보유한 것도 중리시장만의 장점이다. 1시간무료주차가 가능해 이용객의 편의성을 높였다.


 MT 장도 시장에서
 대부분의 학우는 MT준비를 위한 장을 보기 위해 가까운 대형 할인마트를 이용한다. 시장에서 파는 물건은 어쩐지 믿음직스럽지 못하고 품질도 떨어질 것이라는 생각에서다. 하지만 이제 그런 편견은 버려도 좋다. 원산지 표시 의무화로 시장에서 파는 물건에도 원산지를 표시한다. 또한, 여러 업체들이 경쟁해양질의 물건을 저렴한 가격에 구입할 수 있다. 여기에 대량 구매시 몇 개 더 얹어주는 이른바‘덤’까지 더해서, MT 장 보기에적격이다. 매번 MT때마다 먹는라면, 김치찌개, 삼겹살이 지겹다면, 골목 끝에 위치한 반찬 가게에서 다양하고 맛깔스러운 반찬을한 팩에 1,000원에 살 수도 있다.자주 찾는 MT 필요 물품의 가격을 마트와 비교해 표로 정리했다.

항목

할인마트

시장

귤(1상자)

12,000원

8,500원

딸기(1팩)

6,000원

4,000원

상추(20장)

2,000원

1,000원

깻잎(5단)

3,000원

2,000원

삽결살(1근)

16,000원

12,000원

라면(5개입)

3,400원

3,000원

반찬류(1팩)

2,500원

1,000원

먹거리. 먹음직스럽고 가격도 싼, 정이 넘치는 먹거리를 소개한다

전국적으로도 유명한 만두, 찐빵

시장 한가운데 위치한‘불티나 찐빵, 만두’는 이 곳에서 가장 유명한 맛집이다.2004년 서울 AT센터에서 열린 제1회 전국 우수시장박람회에서 가장 인기 있는점포로 선정, 전국적으로 유명해졌다.이 가게의 최경환 사장은“우리 집 찐빵의 인기비결은 찌고 나서 3분 후에 가장맛있다는 점이다”라고 말했다. 고기, 김치만두 한 판에 1,000원, 찐빵 5개를 1,000원의 저렴한 가격에 판매한다.


즉석에서 구워내는 도너츠와 빵
 시장을 돌아다니다 어디선가 나는 고소한 냄새를 따라가보면, 갓 구워내 바삭한도너츠는 물론 여러 제과류를 파는 곳을발견한다. 이곳은 유혹을 뿌리치지 못한사람들로 항상 북적댄다.


단골손님들이 북적대는 순대, 족발 집

찐빵 집 맞은편의 ‘엄마 순대 족발’도시장의 명물로 널리 알려져 있다. 대전지역 전역에서 순대와 족발로 인기가 높은이 곳의 사장 안병일 씨는“조미료가 넘쳐나는 시대, 오히려 이를 최소화해 담백함을 살린 것이 맛의 비결이다”라고 말했다. 이 곳에서는 미니 족발을 2,500원에즐길 수 있다.

색다른 분식

 중리시장에는 서너 곳의 분식집이 자리잡고 있다. 떡볶이, 순대, 튀김, 라면 등기본적인 메뉴에 각자 개발한 새로운 메뉴를 더해 눈길을 끈다. 어묵과 함께 익힌 가래떡, 손가락만한 김밥, 수수빈대떡,앙념 어묵, 상추 튀김 등 다른 곳에서는쉽게 볼 수 없는 메뉴들이 인기가 높다.

흥정이 가능하다는 점은 대형 할인 마트에서는 경험할 수 없는 시장만의 매력 중 하나다. 흥정에 대해 상인들은 어떻게 생각할까. 기분좋은 흥정 방법에 대해 상인들에게 직접 들어봤다흥정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시장과 흥정은 떼려야 뗄 수 없는 상생관계다. 터무니없는 가격만 아니라면 적정한 선에서 흥정하는 것은 우리도 환영이다. 흥정을 통해 정이 오고 가는데, 특히 단골 손님의 경우 다시 오고 싶게 하는 데 큰 역할을 한다. 우리도 적정한 이득을 얻고 또 소비자는 합리적인 가격에 좋은 상품을 살 수 있다면 그야말로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일이다.

손님들을 대하면서 알게 된 흥정 노하우가 있나
흥정에 서툰 손님들은 보통 반값을 부르곤 하지만 그 가격을 받아들일 상인은 없다. 어느 정도 숙련된 손님들은 적당히 70% 정도의 가격을 부른다. 많이 쓰는 방법은 원하는 가격이 아니면 그냥 가는 척을 하는 것이다. 다른 가게와 비교하는 경우도 자주 있다. “저기 저 가게에서는 얼마에 팔던데”라며 가격을 흥정한다. 혼자보다는 다른 사람과함께 오면 흥정이 더 쉬워지기도 한다. 옆에서 일행이 부추기면 상인들은 못이기는 척 져주기도 한다. 마지막으로, 물건을 하나 이상 구입하면서 대신 얼마 깎아달라는 요구도 자주 한다. 합당하다고 생각되면 보통 흥정이 성사된다. 또, 지금 가진 돈이 이것밖에 없으니 이만큼만 받으라는 등의 애교 섞인 흥정 방법도 많이 봐 왔다.

흥정을 하면서 불쾌했던 경험은 없나
가끔 손님들이 정말 터무니 없는 가격에 물건을 달라고 하는 경우가 있는데, 거절하면 화를 내며 가기도 한다. 물건을 살 생각도 없으면서 불합리한 가격을 요구하고, 이것 저것 뒤적이며 만졌다 놓았다 하는 손님들을 대하면 속이 상한다. 또 흥정을 하다 갑자기“뭐 이런 데가 다 있어? 이렇게 폭리 취하는 가게에 내가 다시 오나 봐라”라며 삿대질 하시는 손님들도 아주 가끔 있는데, 이런 손님들은 정말 사양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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