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들 위해 하는 일, 힘들지 않아요”

구성동에서 문지동, 화암동, 전민동을 잇는 우리 학교 셔틀버스는 1년 365일, 하루 20시간 학우들의 생활 터전을 27회 오간다. 호우가 쏟아져도, 폭설이 내려도 버스는 멈추지 않는다. 버스에는 다양한 삶이 공존한다. 그리고 그 곳에는 언제나 버스 기사 송광용 씨가 있다. 학위수여식이 열린 11일 오후, 문지동에서 구성동으로 향하는 버스에 올랐다

“10년 넘게 버스 운전을 했죠”

많은 버스 기사들은 업무가 힘들다고 토로한다. 운전으로 쌓인 피로에다 식사 시간과 화장실 갈 시간도 빠듯해서다. 하지만 셔틀버스 기사 송광용 씨는 이 일이 전혀 힘들지 않다고 말한다.
작년 봄 학기부터 우리 학교 셔틀버스를 운전했다. 올해 2년차로, 교내 셔틀버스 기사 중에서 가장 고참이다. 총무팀과, 다른 기사들과 연락하며 운행 상황을 확인하고 지휘한다. 버스 운전을 한 지는 10년이 넘었다. 지금의 노선을 운행하기까지 시내버스와 시외버스, 관광버스를 거쳤다.


학생 위한 많은 배려 숨어있어

승차인원이 많은 아침 7시 40분부터 밤 8시 40분까지는 주간 조 4명이 근무한다. 이후 새벽 3시 40분까지는 야간운전을 전담하는 기사 1명이 한 시간 간격으로 버스를 운행한다.

“점심, 저녁 20분 씩 식사 시간이 있어요. 문지캠퍼스의 구내식당에서 식사하는데, 식사 시간대가 곧 학생들이 많이 이동하는 시간대라서 식사를 느긋하게 하고 있다가는 그 시간대의 많은 학생들을 수송하기 어려워요. 대신 점심과 저녁 사이에 1시간 씩 휴식 시간이 있어요”

문지캠퍼스의 한편에는 셔틀버스 기사를 위한 숙소가 마련되어 있다. 피곤할 경우 휴식 시간을 이용해 새우잠을 자고, 그렇지 않으면 휴식이 겹치는 기사와 장기 한 판을 즐긴다. 셔틀버스 구석구석에는 학생들을 위한 배려가 숨어있다.

“2년도 안 된 새 차인 만큼 깔끔하게 관리해야죠. 운행하면서 틈날 때마다 쓰레기를 치우고 바닥을 닦아요. 담배도 거의 안 피워요. 기사  한 분이 가끔 피는데, 다른 기사들이 차내에 냄새가 난다며 피우지 않게 하지요. 아, 그리고 학생들이 음료수 캔을 버스에 두고 내리지 말아주었으면 좋겠어요. 캔이 뒤집어져 내용물이 바닥에 떨어지면 심하게 끈적거리거든요. 청소하기 전에 타는 다른 학생들이 불쾌함을 느끼니까요”
 

지난해부터는 전민동에 추가로 정차

차량 앞쪽에는 전민동에 하차하려면 안전을 위해 미리 알려달라는 안내문이 있다. 지난 여름이었다. 화암 기숙사 주변에 음식점이 거의 없어 식사나 야식을 먹지 못한다는 불만이 들어왔다. 총무팀에서는 화암동에서 문지동으로 향할 때 전민동에 추가 정차할 것을 제안했다. 어은동 못지않은 식도락을 화암 기숙사에서도 맛볼 수 있는 길이 열렸다. 돌아올 때는 전민동에서 승차해 문지캠퍼스에서 반대 방향으로 갈아타면 된다.


일 년 내내 멈추지 않는 셔틀버스

“버스는 좀처럼 멈추는 법이 없어요. 조금 늦을지언정 버스는 와요. 기다리는 학생들이 있으니까요. 학교가 그만큼 쉼 없이 돌아간다는 소리죠. 그런데도 지난 연말에는 운행을 못 한 적이 있었어요. 갑작스레 눈이 펑펑 오니까, 버스는 가는데 버스 앞의 승용차들이 언덕을 못 오르는 겁니다. 운행구간을 단축하기를 두 번, 결국 운행이 멈췄죠. 그 뒤로도 큰 눈이 몇 번 왔는데, 대기하던 버스를 투입하고 경사가 작은 길로 돌아가니 그나마 되더라고요. 그런 날은 시간표가 의미가 없어요. 최대한 쉴 새 없이 움직여보는 거지요”
버스를 타고 동행한 금요일, 2,389명의 학우가 학위를 받았다. 밀려드는 차량에 버스는 좀처럼 정문을 빠져나가지 못했다. 차량 행렬은 갑천을 따라 과학공원네거리까지 이어졌다. 문지캠퍼스에 대기 중이던 버스를 화암동 방향으로 투입하도록 지시했다.

“이런 날은 1년 중에 도로상황이 가장 어려워요. 학내뿐만 아니라 주변 도로까지도 마비가 되는데, 지금은 눈 오는 날 만큼이나 흐름이 좋지 않네요. 이대로라면 시간을 못 맞출 것 같아 무전으로 연락했습니다. 무전기로 지금처럼 배차를 지시하기도 하고, 교통상황을 공유하기도 하죠. 가끔 학생이 물건을 차내에서 분실했을 때 분실물을 찾아주는 역할도 해요”


“아들같은 학생들이 정말 대견해요”

송 씨의 아들은 경기도 수원에 산다. 전문계고에 입학해 치열한 공부 끝에 삼성전자에 입사했다. 대리를 거쳐 과장까지 올랐다.

“다들 매우 바른 학생들인 것 같아요. 차를 타는 학생들을 보면 아들 생각도 많이 나죠. 열심히 공부하면서 착하기까지 한 학생들이 참 대견합니다”

셔틀버스 노선을 한 바퀴 도는 데는 1시간이 걸렸다. 학생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을 묻자 세 가지를 지켜달라고 했다.

“버스에 내려서 도로를 횡단할 때 차량 앞보다는 뒤로 건너 주세요. 심야시간대 가끔 애정행각을 지나치게 하는 학생이 있는데, 주위를 불편하게 할 수 있으니 자제해 주시구요. 학내에서 자전거가 불쑥 튀어나올 때가 있는데, 버스는 급정거가 어려워 사고로 이어질 수 있어요. 좌우를 잘 확인하세요. 학생들이 대체로 질서 있게 이용하다보니 제가 강하게 부탁드릴 건 없네요”

저작권자 © 카이스트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