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로 독서의 새로운 면을 찾아

우리 학교 독서마일리지 프로그램에서 최초로 플래티넘 인증서를 받은 학우가 있다. 입학에서 졸업까지 많은 책을 읽어온 김예은 학우(생명과학과 07)이다. 수업과 과제로 바쁜 캠퍼스 생활 속에서도 독서의 즐거움을 느끼고, 꾸준히 독서마일리지 프로그램에 참여한 원동력은 무엇이었을까.  그에게 독서를 하는 이유와 추천하고 싶은 책을 물었다

졸업 축하드려요. 독서마일리지 플래티넘 인증서를 받은 최초의 학우라고 들었습니다

엊그제 입학한 것 같은데 벌써 졸업이네요(웃음). 제가 1학년 가을 학기를 보내고 있을 때 독서마일리지 프로그램이 처음 생겼어요. 책에 관심이 많아서 프로그램이 생기자마자 참여했고요. 독서마일리지 프로그램은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것이라 부담감을 느낄 필요도 전혀 없을뿐더러 제가 좋아하는 독서에 덤으로 마일리지까지 받을 수 있어서 좋았어요. 


독서마일리지 프로그램으로 어떤 도움을 받았나요

독서량이 많아지는 만큼 마일리지가 쌓이는 것이 꾸준하게 독서를 하게 만드는 동력이 된 것 같아요. 독서마일리지 프로그램에서 주기적으로 열었던 ‘책 읽는 밤’ 행사에서 제가 평소에 존경하던 공지영, 한비야, 김제동 씨를 직접 만나고 책을 받았던 기억도 큰 기쁨으로 남아 있어요.


매번 책을 읽고 서평을 쓰는 것이 부담되지는 않나요

홈페이지에 100자 정도로 서평이나 소감을 올리면 되는데 별로 길게 쓸 필요가 없어 시간상으로 많이 부담되지는 않아요. 사실 글 쓰는 것 자체에 부담감을 느끼거나 귀찮다는 이유로 책은 많이 읽어도 마일리지 프로그램에 참여하지 않는 친구들을 보았어요. 저는 글 쓰는 것을 좋아해서 그런 부담감이 없었지만, 다른 친구들에게도 글을 써보는 것을 권하고 싶어요. 아무리 기억력이 좋아도 읽었던 책들을 기록해놓지 않으면 나중엔 제목밖에 기억나지 않는 경우가 많을 거예요. 정말 책이 자신의 피와 살이 될 수 있도록 해주는 마무리 단계가 바로 기록을 하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글 쓰는 것을 좋아하게 된 이유가 있나요

원래 독서를 좋아하긴 했지만, 글을 직접 쓰기 시작하면서부터 독서의 새로운 면에 빠졌어요. 문학 동아리‘문학의 뜨락’활동을 하면서 시나 수필을 쓰기 시작했고요. 그전까지는 책을 통해 다른 사람이‘들려주는 이야기’만을 알 수 있었는데, 제가 직접 글을 써보면서부터는 책에 묻어 있는 작가의 말투, 성격과 마음을 느낄 수 있었어요.


학창 시절 때부터 문학 쪽에 관심이 많으셨을 것 같아요

네, 제일 좋아하던 과목이 문학이었어요. 중, 고등학교 때에도 학기 초에 교과서들을 받으면 문학책을 먼저 빼서 어떤 시나 소설, 수필이 담겨 있나 넘겨보곤 했었으니까요. 시도 문제집 해설에 실린 설명보다 소신껏 해석해보는 것을 좋아했고요. 문학시험을 보고 나서는 시에 관련된 문제를 가지고 제가 해석한 방식과 그 이유를 설명하면서 왜 이 답은 되지 않느냐고 선생님들을 곤란하게 해 드렸던 기억도 있어요. 시인이 직접 자신의 시를 해설한 적이 없는데 꼭 하나의 정답이 있느냐면서요(웃음).


존경하는 작가는

전 공지영 작가를 좋아해요. 공지영 작가는 제 마음에 가장 와 닿는 이야기를 들려주는 사람이에요. 책을 읽다 보면 공감해서 밑줄 치고 싶은 문장들이 참 많죠. 그래서 전 공지영 작가의 책 중에서도 긴 이야기를 풀어내는 소설보다 삶을 좀 더 직접적으로 들려주는 수필을 더 즐겨 읽어요.


학우들에게 이 책을 추천합니다!

김형경 작가의 ‘좋은 이별’이라는 심리 치유 수필을 추천하고 싶어요. 보통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는 숱하게 많은데, 아름다운 이별 이야기가 그에 비해 적은 것은 사람들이 이별을 부정적으로 생각하기 때문인 것 같아요. 이별의 방법도 모르고 그 슬픔을 유기하죠. 이 책에서 작가는 사랑의 다른 이름이 ‘좋은 이별’이라고 말해요. 단순히 이성과의 이별이 아닌,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자연스럽게 겪을 수밖에 없는 여러 가지 이별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보게 해주는 책이었어요.
 

마지막으로 남기고 싶은 말이 있다면

책을 어렵고 귀찮게 생각하는 친구들을 보면 답답하기보단 안타까울 때가 많아요. 독서는 문제를 풀 때처럼 해석하는 공부가 아니라 친구의 이야기를 들을 때처럼 마음으로 느끼며 즐기는 것 같아요. 저의 인터뷰가 아직 독서를 먼 취미로만 느끼고 있던 친구들에게 책 한 권씩 잡아볼 수 있게 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어요. 이미 작고하신 분이나, 너무 멀리 있어서 만날 수 없는 외국 사람들까지 책 덕분에 간접적으로라도 만나본다는 것은 엄청난 일 아닐까요?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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