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산 중합효소의 ‘착각’ 이용해 논리 게이트 구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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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산 중합효소의 ‘착각’ 이용해 논리 게이트 구현하다
  • 배수정 기자
  • 승인 2011.02.13 22: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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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속 이온에 의한 비 상보적 결합 통해 분자 수준의 회로 소자 개발 방향 제시

생명화학공학과 박현규 교수팀이 금속 이온으로 핵산 중합효소(DNA Polymerase)의 활성을 조절하고, 이를 이용해 분자 수준의 논리 게이트를 개발했다. 논리 게이트란 논리 연산을 실행할 수 있는 디지털 회로의 기본 요소다. 이번 연구로 기존보다 더 미세한 회로를 제작할 수 있으며, 분자 수준의 컴퓨터 개발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연구는 화학 분야의 학술지 <앙게반테 케미>에 게재되었으며 표지 논문으로 선정되었다.
 

구조에 따라 특정 염기끼리 결합해

DNA는 뉴클레오티드라는 단위가 반복되어 이루어진 고분자 물질이다. 뉴클레오티드는 염기, 당, 인산으로 이루어지는데, 아데닌(A), 구아닌(G), 시토신(C), 티민(T)이라는 네 종류의 염기가 서로 다른 뉴클레오티드를 만들어낸다. 주형 DNA로부터 새로운 가닥이 만들어질 때 아데닌은 티민과, 구아닌은 시토신과만 쌍을 이루고, 이를 상보적 결합이라고 한다.
 

특정 금속 이온 존재하면 염기 간에 비 상보적 결합 일어나

기존에는 핵산 중합효소에 의해 새롭게 만들어지는 염기서열이 언제나 주형 DNA의 염기서열에 상보적인 것으로 알려져 있었다. 박 교수팀은 이번 연구에서 특정 금속 이온이 존재할 때 그림 1과 같이 티민-티민, 시토신-시토신의 비 상보적 결합이 가능하다는 것을 밝혀냈다.

▲ 그림 1. 티민-티민(T-T), 시토신-시토신(C-C)의 비 상보적 결합. 특정 금속 이온이 존재하면 티민-티민, 시토신-시토신이 비 상보적 결합을 한다 / 천민지 기자

DNA 복제 과정에서 수은 이온(Hg2+)을 첨가하면 티민-티민이 안정적으로 비 상보적 결합을 하게 된다. 이때, 핵산 중합효소는 이를 상보적 결합으로 착각해 핵산 증폭반응이 이루어진다. 위와 비슷한 방법으로, 은 이온(Ag+)은 시토신-시토신과 상호작용해 안정화된 비 상보적 결합을 가능하게 하고, 이에 따라 핵산이 증폭된다. 이는 금속 이온에 의한 안정화된 염기쌍 유도를 통해 핵산 중합효소가 이 인공적인 염기쌍을 수용하도록 해주기 때문이다. 즉, 특정 금속 이온을 이용해 핵산 중합효소의 활성을 조절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비 상보적 결합을 논리 게이트로 이용

박 교수팀은 나아가 금속 이온과 염기쌍의 결합을 DNA 기반 바이오 논리 게이트의 입력신호로 이용했다. 박 교수팀은 ‘YES’, ‘PASS1’, ‘AND’, ‘OR’라는 네 개의 불린(Boolean) 논리 게이트를 만들었다. 이 게이트는 금속 이온의 존재 여부를 입력 신호로, 핵산 증폭 여부를 출력 신호로 한다. YES 게이트와 PASS1 게이트는 한 개의 입력을, AND 게이트와 OR 게이트는 두 개의 입력을 받는다. 입력 신호가 한 개이면 한 가지의 금속 이온을, 두 개이면 두 가지의 금속 이온을 사용한다.  

▲ 그림 2. YES 게이트의 연산. 수은이 존재하지 않을 때(입력 0) 결과 값이 없고, 수은이 존재할 때(입력1) 결과 값이 나타난다(출력 1) / 천민지 기자

그림 2와 같이 YES 게이트에서 수은 이온을 넣으면(입력 1) 핵산이 증폭되므로 출력이 1이 되며, 수은 이온을 넣지 않으면(입력 0) 핵산이 증폭되지 않으므로 출력은 0이 된다. 다른 세 가지 게이트도 이와 같은 방식으로 결과를 도출한다. PASS1 게이트는 입력에 관계 없이 1을 출력한다. AND 게이트는 두 개의 입력이 모두 1일 때만 1을 출력하고, OR 게이트는 적어도 하나의 입력이 1이면 1을 출력한다.  


다중 게이트로는 더 빠른 연산 처리 가능

기존 실리콘 기반 컴퓨터는 트랜지스터를 조립한 집적회로로 게이트를 구성하는 반면, 이번 연구에서는 DNA 복제 과정을 통해 게이트를 만들었다. 이를 이용하면 기존 탑-다운 방식보다 더 집적된 회로를 만들 수 있을 전망이다. 박 교수팀의 박기수 학우(생명화학공학과 박사과정)는 “이 연구에서는 PCR을 이용해 논리 게이트를 구현했기 때문에 소량의 DNA를 이용해 증폭된 신호를 얻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라며 “이번에는 단일 게이트만을 구현했지만, 앞으로 여러 게이트를 연결해 더 복잡한 연산을 빠르게 처리할 수 있게 할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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