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게 먹어줄 때가 가장 기쁩니다”
언제부터 ‘옥라면’을 시작하셨나요
KAIST 학내 식당에서 일한 지는 7년쯤 된 것 같아요. 처음에 서측 식당에서 일하기 시작했고, 1년 정도 후에 동측으로 옮겨서 일하게 되었어요. 원래 동측에는 라면을 맡아서 하시던 분이 계셨는데, 개인적인 사정으로 일을 그만두시게 되었어요. 다들 어쩌나 싶어 걱정하던 찰나에 제가 한번 해보겠다고 해서 ‘옥라면’을 본격적으로 시작하게 된 거죠.
학우들이 아주머니의 라면을 얼마나 좋아하는지 몰라요
저야 감사할 따름이죠. 라면을 먹는 학생들은 점심시간을 놓쳐서 오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늦은 점심이라도 제가 끓인 라면을 맛있게 먹어주는 모습을 보면 저절로 힘이 납니다. 학기 중에는 하루 평균 140~150 그릇, 방학 중에는 학생들이 학교에 많이 없어서 그런지 약 50~60그릇 정도가 팔리는 것 같아요.
라면을 맛있게 끓이는 아주머니만의 노하우가 있나요
라면이 무슨 특별한 맛이 있겠어요(웃음). 그냥 학생들이 맛있게 먹는 것이 보기 좋아서 항상 정성으로, 사랑으로 끓여서 학생 여러분에게 보답하는 것이 제 노하우라면 노하우죠. 언제나 제게 반갑게 인사해주고, “아주머니 어제는 안 계시던데 무슨 일 있으세요?”라고 물어주는 학생들이 무척 고맙고, 예뻐요. 그런 친자식 같은 우리 학생들 덕분에 엄마의 마음으로 하나라도 더 먹음직스럽고, 정성스럽게 요리해서 보답하고 싶어요.
그래도 학생들이 특별히 맛있어하는 이유가 있을 것 같은데
사실은 학생들에게 더 맛있는 라면을 만들어주고 싶어서 집에 가서도 시험 삼아 라면을 끓여보곤 해요. 물은 얼마나 넣으면 적당할까, 스프는 언제 넣으면 더 맛있을까 생각하면서요(웃음). 그렇게 5년 동안 라면을 연구하고, 끓이다 보니 이젠 제 일상의 한 부분이 되어서 많이 익숙해진 것 같네요.
라면을 한 번에 여러 개씩 끓이시던데
네, 맞아요. 점심도 못 먹었을 학생들이 아주 배고플 텐데도 긴 줄을 기다리고 있는 걸 얼핏 볼 때가 있어요. 그래서 조금이라도 빨리 끓여주고 싶은 마음에 한 번에 대여섯 개씩 라면을 끓이고, 동시에 뚝배기에 물을 올려 최대한 빨리 물이 끓게 해요. 혼자서 이 모든 과정을 다 했다면 무지 헷갈리고 바빴을 텐데, 옆에 같이 일하는 동료나 조리장님들께서 잘 도와주셔서 일하기가 훨씬 수월해요.
식당 일을 하시면서 힘들지는 않으세요
아침 식사를 준비하려면 적어도 새벽 6시 30분까지는 출근해야 되요. 어둑어둑한 새벽에 나오기가 솔직히 어려울 때도 있어요. 하지만, 주방에서 같이 일하는 동료분들과 일을 시작하기 전에 서로 격려하고, 안아주고 하면서 정말 즐거운 마음으로 매일 하루를 시작하고 있어요. 또 식사 배식을 하면서 제가 웃는 얼굴로 학생들에게 “맛있게 드세요”라고 인사하면, 학생들도 처음에는 쑥스러워하다가 “안녕하세요! 항상 감사합니다”라고 대답해줘서 얼마나 기쁜지 몰라요. 그럴 때는 정말 피곤함이 싹 사라지는 기분이에요(웃음).
동측 식당이 리모델링되면서 일하시는데 더 편해지셨을 것 같아요
정말 예뻐지고, 편해졌어요. 그전에는 주방에 있는 탈의실에 선풍기도 없고, 주방환경도 매우 열악해 일하기가 어려울 때도 있었어요. 그런데 식당이 변한 후부터 깔끔하고, 밝은 환경에서 음식을 만들고 학생들도 만날 수 있어서 정말 행복해요. 리모델링한 후에 학생들도 더 많이 동측식당을 찾는 것 같고요(웃음).
학우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자랑스러운 우리 KAIST 학생들이 제가 만드는 음식을 항상 믿고, 맛있게 먹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식당에서 만났던 학생들이 앞으로도 더욱 좋은 환경에서 공부하고, 발전해서 우리나라를 이끄는 인재로 성장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앞으로도 ‘옥라면’을 많이 찾아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