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고 싶은 것, 행복한 것을 해야 해요”

지난 2009년 6월 휴학한 권혁구 학우(항공우주공학전공 07)는 작년 3월 정식 음반을 냈다. 그리고 연이어 싱글 앨범과 EP 앨범을 발매했다.  음반의 모든 곡은 작곡, 작사부터 녹음까지 전부 권 학우 혼자의 힘으로 완성된 것이다. 음악을 좋아하는 학우는 많지만, 그처럼 휴학을 하고 음반을 낼 만큼 열정이 대단한 학우는 얼마나 있을까. 1년 반의 긴 휴학을 마치고 복학을 하려고 대전으로 내려온 그를 만나보았다

▲ 권혁구 학우(항공우주공학전공 07)

음악을 시작하게 된 동기는 무엇인가요

우리 학교에 합격하고 나서 노래를 많이 듣기 시작했어요. 힙합에 흠뻑 빠졌었죠. 성균관대학교에서 밴드부를 하는 친구가 있어 그 친구를 만나러 갔더니 전체 멤버가 한 멤버의 여자친구를 위한 곡을 써주고 있더라고요. 그 중 한 명이 저에게는 작사를 한번 해보라고 하더군요. 그래서 직접 작사하고 랩을 한번 해봤는데, 너무 재미있었어요. 듣는 거랑은 또 다르다는 걸 느끼고 그렇게 작사와 랩을 시작하게 됐죠. 이때까지는 작곡은 하지 않고 작곡하는 것에 대한 동경만 늘 가지고 있었어요. 제가 아는 음악이라곤 어렸을 때 잠깐 배운 피아노가 전부였거든요.


 

어떻게 휴학을 결심하셨나요


그렇게 시간이 흘러서 3학년이 되었는데 공부하는 것이 너무 힘들더라고요. 대학원까지 이렇게 공부만 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니까 공부가 너무 하기 싫어져서 휴학을 하기로 결심했죠. 그때 라이언 레슬리라는 미국 뮤지션의 음반 작업 동영상을 봤는데 너무 재미있고 쉬워 보였어요(웃음). 그래서 과외로 번 돈을 다 털어서 악기 구매사이트에 있는 입문자용 악기 세트를 사버렸어요. 쓸 줄도 모르는 걸 주문했는데, 그래도 한 번 제대로 해봐야겠다는 생각에 3학년 봄학기가 끝나고 휴학했어요.

 

학업을 중단하고 앨범을 내겠다고 했을 때 부모님의 반응은 어땠나요

두 분 모두 크게 말리시지는 않으셨어요. 어머니는 휴학하면 과 장학금이 잘리느냐고 먼저 물어보시더라고요. 복학하면 다시 준다고 하니까, 어머니는 크게 반대하지 않으시고 하라고 하셨어요. 대신 공부가 아니라 제가 하고 싶은 것을 하는 거니까 용돈은 안 주겠다고 하셨죠. 아버지는 조금 쓴소리를 하셨는데, 막상 앨범 내고 나니까 아버지 친구분들한테 자랑도 해주시고 하더라고요.


앨범을 낼 생각으로 휴학하신 건가요

휴학하고 음악을 혼자 책이나 동영상으로 공부하니 곡이 한곡 한곡 늘어가더라고요. 그래서 생각을 해봤는데, 복학하고 나중에 누군가 1년 반 정도를 왜 휴학했냐고 물어볼 수 있잖아요. 그때 “음악 하려고요”라고 하면 누가 봐도 그냥 겉멋 든 학생처럼 보일 거라고 생각했어요. 제 나름대로 휴학기간이 알찼다는 걸 증명할 결과물이 필요했던 거죠. 그래서 뭘 해야 할까, 하고 생각하다가 ‘아, 앨범을 내야겠다'라고 생각해서 앨범 작업을 시작하게 됐어요.

 


음반 작업을 혼자 하기 힘드셨을 것 같은데요

독학으로 공부하다 보니 주변에 밴드 하는 친구 4명 말고는 음악 하는 사람이 없었어요. 제가 잘해서 앨범 작업을 전부 혼자 한 게 아니라, 도와줄 사람이 없어서 혼자 하게 됐던 거에요. 휴학하고 나서는 용돈 한 푼 못 받았으니까 월세도 내야 해서 돈도 빠듯했고요.


곡은 집에서 쓰면 되니까 돈은 안 드는데 녹음할 마이크가 없는 거에요. 곡을 써놓고 돈이 모일 때까지 기다렸다가 좋은 마이크를 사서 녹음을 했어요. 그리고 나서 믹싱을 하려면 스피커가 필요한데, 이것도 만 원짜리 스피커로 대충 할 수는 없잖아요. 그래서 또 돈이 모일 때까지 기다렸다가 스피커를 사서 하고 그랬어요. 혼자 공부하다 보니 프로처럼 곡을 뚝닥뚝닥 만들어내지는 못하니까, 한 곡이 만들어질 때까지 한 달이 걸렸죠.

 


작업을 하면서 뿌듯했던 일이 있다면

앨범을 내고 나서 다른 사람들이 제 음악을 많이 들어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앨범 곡들을 친구들한테 막 뿌렸어요(웃음). 보통은 친구들이 앞의 2곡을 듣고는 안 듣더라고요. 그런데 어떤 친구가 앨범을 끝까지 듣고 뒤의 2곡이 너무 좋다고 하면서 미니홈피 배경음악으로 해줬어요. 또, 모르는 사람들이 미니홈피 배경음악으로 해놓는 것을 보면 정말 좋았죠. 예전엔 제 노래에 시큰둥해하던 동생이 이번 앨범을 듣고 미니홈피 배경음악으로 해도 되느냐고 묻더라고요. 그런 얘기들을 들을 때 정말 뿌듯해요.

 


진로는 어떻게 계획하고 계신가요

제가 친구들에게 휴학을 추천하는 이유가, 휴학하면 길이 되게 많이 보여요. 저는 예전부터 박사를 해야 한다는 말을 많이 들어서 머릿속에 ‘난 무조건 박사하고 연구원 해야겠다’ 이런 생각밖에 없었어요. 그래서 휴학 전에도 매일 스트레스를 받았죠. 앞으로 공부를 몇 년이나 더 해야 하는지 기약도 없고……. 그런데 휴학을 하고 보니까 길이 너무 많은 거에요. 재미있는 길도 많고, 좀 더 잘 살 수 있는 길도 많고, 행복하게 살 수 있는 길도 많죠. 아직은 길을 찾고 있는 것 같은데, 음악 쪽으로 할 생각은 없어요. 제가 여러 사람을 만나면서 느낀 건데 아무리 좋아하는 일도 돈벌이가 되면 행복하지가 않더라고요. 저는 음악처럼 하면서 즐거울 수 있는 일을 정말 어렵게 찾은 거거든요. 그런데 이걸 하면서 그렇게 또 스트레스를 받고 싶지는 않아요.

 


학우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무엇이 되었건 간에, 나 아닌 다른 것들에 휩쓸리지 않고 정말 자신이 행복한 길을 찾아서 그 길을 걸어갔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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