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한국 국적도 갖고 싶습니다"

"안녕하세요. 23살 데니스라고 합니다. 저는..." 말하는 것만 들으면 한국인으로 착각할 정도로 우리말을 잘하는 외국인 학우가 있다. 그는 바로 라트비아 출신의 데니스(Denis Guzanov, 건설및환경공학과 09). 3년 전 단지 호기심으로 한국에 온 그가 이제는 다양한 TV 프로그램에도 출연하고 김치 없이는 밥도 잘 못 먹겠다고 한다. 데니스를 만나 어떻게 한국에 왔고, 무엇을 하고 있는지 들어보았다

/ 데니스 학우 제공

한국에는 어떻게 오게 되신 건가요
한국에 온 지는 3년 되었습니다. 라트비아에서는 한국인을 한 번도 못 봤어요. 그런데 러시아에서 고등학교를 다니다가 고려인 친구를 만나게 되었어요. 한국인처럼 생겼는데 한국어는 못 하더군요.
그 친구와 친해졌는데, 그러다 보니 한국에 관심이 생겼어요. 그래서 인터넷으로 한국에 대해 알아보았는데 정말 좋은 곳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한국에 오기로 결심했어요.

제가 본 외국인 중에 가장 한국말을 잘 하시는 것 같은데요. 한국어 공부는 언제부터 시작하셨나요
그렇게 말씀해 주시니 정말 고맙습니다. 한국어 공부는 한국에 와서 시작했죠. 라트비아나 러시아에서는 한국어를 공부할 기회가 없었거든요. 처음에 한국에 왔을 때는 고생을 정말 많이 했어요. 1년 동안 아는 사람도 없고, 말도 안 통하고…. 너무 우울하고 힘들었죠. 그래서 대학교에 있는 어학센터에서 한국어 공부를 했고, 지금도 우리 학교에서 하는 한국어 수업을 열심히 듣고 있어요.

외국인 학우들이 한국인 학우들과 친해지는 데 어려움이 있는 것 같아요.
우리 학교에 재학 중인 한국인 학우나 외국인 학우 모두 서로와 친해지고 싶어도 못 친해지고 있는 것 같아요. 한국인 학우들도 외국인 친구를 사귀고 싶을 텐데, 워낙 바쁘게 지내다 보니 그럴 기회가 쉽게 생기지 않는 것 같아요. 외국인 학우들도 마찬가지에요. 한국인 들과 어울릴 기회가 많지 않고, 언어 문제가 있다 보니 같은 고향 친구들하고만 지내고. 외로워하는 친구들이 상당히 많아요.

어떻게 우리 학교 건설및환경공학과에서 공부하게 되었나요
아버지와 형 모두 건축가라서 어렸을 때부터 디자인과 설계와 관련된 정보를 많이 접했어요. 그러다 보니 이제 다른 분야 공부는 못 하겠더라고요(웃음). 처음 한국에 왔을 때는 한서대학교에 들어갔어요. 한서대학교에서 1년 반 동안 건축학과에 다니다가 KAIST에 다니는 친구의 권유로 KAIST로 오게 되었어요.

아이리스, 미수다 등 여러 TV 프로그램에 출연했다고 들었는데 어떻게 TV 프로그램에 출연하게 되었나요
예전에 아는 형이 피팅 모델 일을 알려주었어요. 옷 광고 책자에 들어갈 사진을 촬영하다가 기획사를 소개 받았어요. 그 후 여러 가지 드라마와 영화, 광고를 찍다가 드라마를 통해 알게 된 형이 ‘쾌적한국 미수다’라는 프로그램의 작가를 소개시켜 주었어요. 작가에게 프로필을 보냈고, 출연 요청이 들어와 미수다 촬영을 시작했죠. 처음 2년간 드라마나 광고 촬영을 할 때에는 TV에 잠깐씩 출연한 것이 전부였는데 요즘에는 미수다에 고정으로 출연하고 있어요.

주위에서 TV 나왔다고 많이 알아보나요
지난달에 중간고사가 끝나고 친구들하고 서울에 놀러 갔는데, 지나가던 고등학생들이 “와, 미수다에 나오는 오빠다”라면서 사인을 부탁했어요. 정말 깜짝 놀랐죠. 하지만, 지금 이렇게 피곤한 모습을 본다면 누군지도 못 알아볼 것 같네요(웃음).

혹시 친한 연예인이 있으신가요
미수다에 나오는 이탈리아 출신 크리스티나, 독일에서 온 마리안 씨와 친하게 지내요. 저번에는 2PM의 닉쿤, 택연 씨하고 사진도 찍었어요. 닉쿤 씨는 저랑 동갑인데 얼굴도 정말 작고, 동안이더라고요. 저랑 같이 있으니까 닉쿤 씨는 고등학생, 저는 대학교 졸업생 같이 느껴졌어요(웃음).

방송 활동 하면서 공부하는 거 힘들지 않으세요
지난 주말에도 이틀 동안 5시간밖에 못 잤어요. 방송 촬영이 끝나고 기차를 타고 학교로 돌아오면서 물리숙제를 했어요. 그날 열두 시까지 숙제를 제출해야 했거든요. 밤 11시쯤에 학교에 도착해 숙제 제출하고 바로 다른 숙제를 시작했어요. 그렇게 바쁘게 지낼 때가 많아요. 하지만, 전 바쁘게 사는 게 참 좋아요.

졸업 후에는 무엇을 하시고 싶으신가요
처음 한국에 올 때와 지금 생각이 너무 많이 바뀌었어요. 원래는 한국에 잠시 있다가 독일이나 프랑스에 가서 일을 하고 싶었어요. 유럽에서 건축가로 일할 계획이었죠. 그런데 한국에 와서 3년 동안 살다 보니까 너무 좋은 거예요. 우리 학교 졸업하고 계속 한국에 있을 생각이에요. 지금은 국적을 바꾸고 싶은 생각도 들어요. 만약, 라트비아와 한국 국적 두 개 모두 가질 수 있으면 그렇게 할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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