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체 친화적인 나노발전기, 인체 내에 이식 가능해

 

신소재공학과 이건재 교수팀이 인체 내에 삽입되는 마이크로 센서의 전력공급 문제를 해결할 새로운 형태의 ‘유연한 나노발전 기술’을 개발했다.

이 나노발전 기술은 압전 효과를 이용해 전력을 생산한다. 압전 효과란 압력이 가해졌을 때 전위차가 발생하는 것인데, 체내에서 압력을 받아 전위차가 생성되면 나노발전기가 이를 전기 에너지로 변환해 마이크로 센서에 전력을 공급한다. 이번 연구 결과는 나노 기술 분야의 학술지인 ‘나노 레터스(Nano Letters)’ 온라인 판에 게재되었다.

전력 공급 문제가 지적된 마이크로 센서

심장병, 당뇨병 환자처럼 급작스럽게 건강상태가 악화될 수 있는 사람들은 주기적으로 병원에 가서 건강 상태를 점검해야 한다. 만약 마이크로 센서를 인체 내에 이식해 혈압, 혈당, 심전도, 심박수 등을 주기적으로 측정한다면 검사가 수월해진다. 또한, 갑자기 건강에 이상이 생겼을 때, 빠른 시간 내에 외부에 알릴 수도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는 이러한 마이크로 센서에 지속적인 전력 공급이 불가능해 상용화가 어려웠다.

이를 해결하고자 미국 조지아 공과대학교의 왕종린(Wang, Zhong Lin) 교수는 나노발전기의 개념을 제안했다. 왕 교수는 발전기에 압전특성이 있는 산화아연 나노선을 이용했다. 하지만, 이것은 체내에 삽입되는 마이크로 센서를 작동시킬만큼 높은 전력을 내지 못했다.

산화아연 나노선보다 효율 높지만 깨지기 쉬워 체내에서 사용 불가능해

왕 교수가 제안한 산화아연 나노선보다 더 많은 전력을 생산하는 압전 물질은 이미 여러가지가 알려져 있었다. 하지만, 이 물질들은 깨지기 쉬워 실제로 사용하는데 어려움이 많았다. 나노발전기가 전력을 생산하기 위해서는 체내에서 유연하게 구부러져야 하기 때문이다.

또한, 이 물질을 사용하려면 유연한 플라스틱 기판에 막을 형성하게 하고 700℃ 정도의 고온에서 열처리해야 한다. 하지만 플라스틱 기판은 300℃ 이상의 온도에서 녹아버리기 때문에 압전소자를 만드는 것이 불가능했다.

압전 물질 기존 한계 극복해 고효율 유연한 나노발전기 개발하다

이 교수팀은 압전 물질의 하나인 티탄산바륨이 깨지기 쉽다는 문제점을 극복해 높은 전력을 생성하는 나노발전기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 이 공정은 티탄산바륨을 박막의 형태로 만드는 과정과 이를 유연한 플라스틱 기판에 옮기는 과정으로 나눌 수 있다.

▲ 그림 1. 유연한 나노발전기 개발을 위한 핵심 공정 / 이건재 교수
판형으로 존재하는 MIM 구조는 이 공정을 거쳐 최종적으로 무수히 많은 작은 MIM 조각으로 쪼개진다

먼저, 그림 1에서와 같이 고온에서 잘 견디는 실리콘 기판에 금, 티탄산바륨, 백금을 막의 형태로 부착해 MIM(Metal-Insulator-Metal) 구조를 만든다.(증착) 그리고 티탄산바륨이 압전 현상을 일으키도록 열처리한다. 열처리된 MIM 구조는 에칭 과정을 거쳐 무수히 많은 마이크로미터 크기의 MIM 패턴이 된다. 그 후, 실리콘 부분만 화학적으로 제거해 MIM 패턴을 공중에 뜬 상태로 만들고, MIM 구조에 잘 달라붙는 스탬프를 이용해 공중에 떠있는 작은 MIM 구조를 뜯어낸다. 마지막으로, 뜯어낸 MIM 구조를 유연한 플라스틱 기판에 옮기고 복잡한 공정을 거치면 나노발전기를 제작할 수 있다.

페로브스카이트 구조로 압전 현상 발생

이번 연구에서 사용된 고효율 압전 물질인 티탄산바륨은 그림 2에서와 같이 ‘페로브스카이트(Perov-skite)’ 구조를 지닌다. 이 결정에 압력이 가해지면 결정의 중앙에 있는 티타늄 이온이 한쪽으로 치우치게 된다. 이때 특정 전하가 MIM 구조의 표면에 쌓이는데, MIM 구조에서는 티탄산바륨을 감싸고 있는 금과 백금 부분에 양극과 음극이 형성된다. 이를 통해 전극에 존재하는 자유전자가 움직이게 되고, 전류와 전압이 생성된다.

▲ 그림 2. 페로브스카이트 구조를 지닌 티탄산바륨 / 이건재 교수
P는 압력을 가했을 때 생성되는 압전 정도이다. 그림에서 +는 이 구조를 당기는 경우이며, -는 누르는 경우이다

체내에서 영구 작동하는 로봇 개발될 것

이번에 개발된 나노발전기는 생체 친화적인 소재로 이루어져 있어 체내에 이식될 수 있다. 이를 몸속에 삽입하면 심장 박동, 혈액의 흐름, 근육의 수축과 이완 등에서 발생하는 압력으로 전력을 생산할 수 있다. 따라서 이 나노발전기를 장착한 마이크로 센서나 로봇이 개발된다면 인체 내에 삽입되어 영구적으로 작동할 수 있을 전망이다.

이번 연구의 총괄 책임을 맡은 박귀일 학우(신소재공학과 박사과정)는 “실제로 우리 연구실에서는 미세 로봇을 심장에 이식해 영구적으로 작동하게 하는 연구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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