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지난 몇 년간 우리 학교의 연구 역량과 교육 수준, 국제적 인지도는 획기적으로 높아졌다. 그러나 학교의 지속적인 발전을 뒷받침할 수 있는 연구와 교육 인프라의 확충은 상대적으로 소홀한 느낌이다. 대표적인 것이 도서관이다. 과학도서관, 교양분관 두 곳을 합쳐도 우리 학교의 도서관 수준은 세계 최고 수준의 이공계 대학의 도서관이라 하기에는 부끄러운 수준이다. 장서의 절대량이 부족한 것은 물론이고, 최신 정보는 더 부족하고, 데이터베이스 등 비도서 자료도 세계 유수의 대학은커녕 국내 대학과 비교해서도 떨어진다.

세계 초일류 대학들은 그에 걸맞은 수준 높은 도서관을 갖추고 있다. 학문이 지속적으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교수, 학생, 연구원 누구나 도서관에서 필요한 정보를 얻을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33만 권의 도서를 보유하고 있고, 한 해에 2,000권 정도의 도서를 구입하는 현재의 수준으로는 세계 초일류 대학은커녕 국내 대학들과도 경쟁하기가 어려울 것이다.

우리 학교는 이공계 중심 대학이기 때문에 도서관 장서량을 종합대학과 직접적으로 비교하는 것은 공정하지 못하다. 그럼에도, ‘과학도서관’이라는 이름이 부끄럽지 않기 위해서는 적어도 과학과 공학 영역에서만큼은 국내 최고 수준, 세계 초일류 대학 수준에 필적해야 하리라 본다. 인문·사회 서적의 경우, 전문서적은 역부족이라 하더라도, 교양서적 만큼은 영어와 한국어 서적 모두 대폭 확충되어야 할 것이다.

디지털 기술의 발전과 함께 도서관 환경은 가까운 미래에 크게 바뀔 것이다. 도서관은 종이책 중심에서 전자책과 디지털 데이터베이스 중심으로 변화될 것이다. 제한된 인력과 예산으로 운영되는 우리 학교 도서관이 이른 시일 내에 많은 양의 종이책 자료를 수집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이다. 그러나 ‘과학기술’로 특화된 우리 학교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디지털 도서관을 구축하는 것은 의지에 따라 불가능하지만은 않을 것이다. 제한된 인력과 예산으로 도서관 수준을 끌어올리려면 전자책과 디지털 아카이브 중심으로 특화하는 것도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

도서관 시설 확충과 함께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은 우리 학교 학생들의 도서관 이용 수준이다. 장서 구입비가 예산 우선순위에서 밀려나 우리 학교의 도서관 수준이 현재와 같이 낙후된 것은 그만큼 학생들의 도서관 이용이 활발하지 않았다고 볼 수도 있다. 장서의 양과 질이 떨어지니 학생들이 도서관 이용을 꺼리고, 학생들의 수요가 작으니 예산이 줄어들고, 예산이 줄어드니 도서관 수준은 더 떨어지는 악순환이 이어지는 셈이다. 우리 학교의 도서관 수준을 높이려면, 열악한 수준이나마 도서관을 최대한 활용하고, 필요한 도서는 구입 신청하는 적극적인 태도가 필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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