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뛰어드세요"

‘색다른 유쾌함’이라는 구호를 내세우며 시의원에 출마해 4선 의원과 맞붙은 동문이 있다. 우리 학교 생명과학과에서 학부를 졸업하고 작년 2월, 문화기술대학원에서 석사과정을 마친 장주영 동문이다. 장 동문을 만나 어떤 계기로 이 일을 시작했으며, 어떻게 선거운동을 했는지 들어보았다

▲ 장주영 동문 / 피경은 기자
정치에는 언제부터 관심이 있었나요
제가 2002년 대선 때 처음으로 투표권을 얻었는데, 선거 때마다 공고물을 읽어보고 제가 원하는 사람을 뽑는 등 정치에 꾸준히 관심을 갖고 있었어요. 직접 정치에 뛰어든 것은 석사과정 중이던 2008년 5월이었어요. 총선 이후 진보신당에 들어가서 지금까지 활동하고 있어요. 여러 활동에 참여하면서 무언가를 바꾸기 위해서는 제도권 안에 직접 뛰어들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그래서 여러 모임에 참여하던 중 이 일을 정말 제대로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결국, 작년 10월에 지방선거에 출마하기로 다짐을 하고 올해 출마하게 되었어요.

지방선거에 출마했을 때 주변의 반응은 어땠나요
친구들은 조금 놀라긴 했지만 “너라면 그럴 것 같았다”라는 반응을 보였어요. 옛날부터 정치에 관심이 있었던 것을 알았기 때문인 것 같아요. 아버지께서도 처음에는 조금 반대하셨지만, 제가 이 일을 열심히 하는 것을 보시더니 나중에는 거래처 분들께 도움을 청하며 적극적으로 도와주셨어요. 선거가 끝난 후에는 오히려 아버지께서 “많이 도와주지 못해서 미안하다. 다음에는 꼭 더 많이 도와주도록 하겠다”라고도 말씀하셨어요.

선거운동이 힘들지는 않았나요
다른 사람들은 선거운동 때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피폐해진다는데, 저는 오히려 시간이 지날수록 펄펄 날았던 것 같아요. 학교 다닐 때는 9시 수업도 못 가서 쩔쩔맸는데, 선거운동 할 때는 매일 새벽 5시 40분에 일어나 6시부터 출근인사를 했어요. 선거운동 중 발을 헛디뎌서 허리를 다쳤던 적이 있었어요. 제가 원래 아프면 모든 일을 중단하고 회복을 위해 푹 쉬곤 했는데, 선거 운동을 하면서 여러 사람들을 만나서 그런지 전혀 아프지 않았어요.

어떤 분들에게 인기가 많았나요
어린이들에게 인기가 많았어요(웃음). 저도 모르게 어린이들에게 많이 어필한 것 같아요. 선거운동을 하고 있으면 어머니들이 오셔서 “우리 아이들이 너무 좋아한다. 저기 젊은 언니 꼭 찍으라고 한다”라고 말했어요. ‘마을에서 놀자’라는 표어를 외치고 다녀서 아이들이 좋아했어요. 대부분의 후보와 달리 젊은 여성이라 그런지 많은 사람들이 ‘아, 저런 사람도 출마하는구나’라는 생각에 관심을 주셨던 것 같아요. 특히, 30대 중반 이하의 어머니들이 좋아해주셨던 것 같아요.

이번 선거에서 4선 의원과 맞붙으셨다고 들었는데 힘든 싸움이었을 것 같아요
결국, 그분이 당선되었어요. 스스로 놀랐던 것이, 학교 안에서는 조금만 어려운 과제를 받으면 하기 싫어하고 쉽게 포기했었는데 선거 운동을 할 때는 그런 생각이 들지 않았어요. 어려운 상대인 만큼 투지가 불타오르고 정말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열심히 하게 되었어요. 하지만, 역시 오랫동안 지역 사람들과 큰 네트워크를 만들어 온 분을 단기간에 이기기는 어려웠던 것 같아요.

선거 결과에 대해 아쉬움은 없나요
당연히 아쉬워요. 하지만, 첫 출마에서부터 당선되기를 바라는 것은 과욕일 수도 있죠. 그래도 10.96%의 득표율을 얻었으니 예상보다는 꽤 선전했던 것 같아요. 다만, 좀 더 열심히 했으면 더 나은 결과가 나왔을 것이라는 생각에 아쉬움이 남아요. 그래도 이번 선거를 통해 다음 선거에서 당선되려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고, 어떤 전략을 세워야 할지 좀 더 고민할 수 있었어요.

선거 구호가 ‘색다른 유쾌함’이었는데, 무엇을 말하는 것인가요
우리 스스로 뭔가 만들 수 있는 것이 없나 생각해봤어요. 대부분 여가를 즐길 때, 영화를 보거나 맛있는 것을 먹는 등 누군가가 만든 것을 소비하고 있어요. 하지만, 이렇게 되면 소비자의 피드백이나 구상이 만든 사람에게 전달되기 어려워요. 그래서 동네 사람들의 이야기를 모아서 그림이든 영화든 연극이든 노래든 색다른 형태로 ‘색다른 유쾌함’을 표현할 수 있는 것을 직접 만들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마지막으로 학우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열심히는 살지만 아등바등 살지는 않았으면 좋겠어요. 홍세화 선생님의 “오늘 즐길 것을 불확실한 미래로 미루지 마라”라는 말씀을 듣고 깊은 감명을 받았어요. ‘내가 지금 하고 싶은 것이 있는데, 나중에 돈 벌고 자리 잡으면 해야지’ 이런 생각은 해서는 안 된다고 다짐했죠. 또한, KAIST 학생들이 자신만의 길을 찾을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물론 뭔가 새로운 것을 개척하는 일이 절대 쉽지는 않겠지만 정말 중요한 것이라고 생각해요.

저작권자 © 카이스트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