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제유물 뿐만 아니라 다양한 문화공간 제공해

대전의 북쪽, 충청남도 동부 중앙에 있는 공주는 백제 22대 문주왕이 475년 고구려군에게 짓밟힌 한성을 떠나 새로운 도읍지로 선택한 곳이다. 공주는 538년 성왕 때 부여로 천도할 때까지 웅진이라는 이름으로 백제의 중심지 역할을 했다. 지난달 25일, 백제의 숨결을 느끼고자 세계대백제전이 열리고 있는 공주로 향했다. 가을이 왔음을 알리는 높고 푸른 하늘과 따뜻한 햇볕이 발걸음을 더욱 가볍게 해주었다.

백제의 역사를 보여주는 국립공주박물관

공주 버스터미널에서 택시로 십분 남짓한 거리에 국립공주박물관이 있다. 정문으로 들어서 큰 계단을 걸어 올라가면, 왼편으로 공주 대통사 석조와 대통사터 출토 돌사자가 세워져 있다. 정면으로는 넓은 앞마당, 야외 전시장과 함께 상설전시실 건물이 보인다.

상설전시실은 1층 무령왕릉 실과 2층 충청남도 고대문화실로 이루어져 있다. 이를 통해 웅진백제문화와 충청남도 역사의 주요 흐름과 변화 양상을 살펴볼 수 있다.

상설전시실과 마주한 기획전시실에서는 세계대백제전 기념 특별기획전 ‘세계의 관’이 진행되고 있다. 조명 아래 반짝거리는 화려한 금동관들이 백제의 찬란한 문화를 고스란히 담아낸다.

상설전시장의 뒤쪽으로는 문화공원이 조성되어 있는데, 공연장을 비롯해 연못, 야생화 단지 등으로 꾸며져 있다. 문화공원 한편에서는 바닥에 그려진 옛 놀이판 위에서 아이들이 손과 발을 짚어가며 놀고 있었다. 달팽이 놀이, 오징어 놀이, 8자 놀이와 망 줍기의 놀이판이 그려져 있는데, 설명판도 세워져 있어 옛 놀이를 알지 못했던 사람도 쉽게 즐길 수 있다. 바람개비가 꽂혀 있는 화사한 꽃밭 또한 마련되어 있어, 도시락을 싸들고 소풍 가기에도 안성맞춤이다.

맑고 트인 경관을 선사하는 송산리 고분군과 무령왕릉

국립공주박물관에서 10분 정도 가파른 언덕을 따라 올라가면, 초록 풀빛으로 봉긋하게 솟은 커다란 무덤들이 차례대로 보인다. 이것은 바로 송산리 고분군인데, 하늘과 맞닿은 탁 트인 경관이 고분들의 모습을 더욱 돋보이게 한다.

이곳에는 송산리 5, 6호분과 무령왕릉의 실물 크기 모형이 있어, 직접 내부에 들어가 관람할 수 있다. 또한, 절개모형을 통해 내부를 한눈에 볼 수 있다.

마침 세계대백제전의 프로그램 중 하나인 ‘무령왕 이야기'가 진행되고 있었다. 백제 옷을 직접 입어보고, 백제 왕관 모형을 직접 만드는 행사와 백가의 미스터리 극장, 마임 호위병 퍼포먼스 등이 눈과 귀를 더욱 즐겁게 한다. 또한, ‘백제에서 온 엽서' 행사에서는 자신이 쓴 엽서를 2011년에 직접 발송해주어 무령왕릉에서의 기억을 떠올릴 수 있도록 한다.

맛집 거리 백미고을과 늠름한 공산성

무령왕릉 정문에서 나와 또다시 10분 정도 걸어가다 보면, 분주한 도심 속에 자리 잡은 공산성의 늠름한 모습을 마주할 수 있다.

공산성 앞에는 공주의 맛집 거리 ‘백미고을’이 있다. 한정식으로 유명한 집들이 많은데, 우리가 간 곳은 ‘다래원'으로 손맛이 느껴지는 맛있는 음식들이 가득한 곳이었다. ‘다래원' 외에도 충청남도 지정 향토 맛집 ‘고마나루돌쌈밥'의 돌쌈밥과 ‘새이학 가든'의 공주국밥, ‘희가'의 한정식 등 다양한 음식이 어느 곳으로 가야할 지 행복한 고민을 하게 한다.

공산성 역시 세계대백제전 행사인 수문병 교대식 등으로 시끌벅적했는데, 행사가 없을 때에는 맛집에서 즐거운 식사를 한 뒤, 조용히 산책하며 탁 트인 경관을 감상하기에 좋은 곳이라고 한다.

 

공주에 있는 백제의 문화재를 돌아보며 정교하면서도 화려한 백제의 문화에 흠뻑 젖어 있었음을 깨달았다. 버스 안에서 해질녘에 반짝거리는 공주의 금강을 바라보니, 그것이 마치 백제의 찬란했던 역사를 그려 보이는 것만 같은 착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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