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내 청소부 아주머니 인터뷰

학우들의 학교 생활을 위해 없어서는 안 될 사람들이 있다. 너무나 많은 도움을 주고 있지만 정작 우리는 그 고마움을 잘 깨닫지 못하는 분들, 바로 청소부 아주머니다. 아침 일찍 출근해서 하루 종일 청소하는 것이 만만치 않을 텐데도 아주머니들은 일하는 것이 즐겁다고 말한다. 오후 일과 전, 잠시 휴식시간을 가지려 모인 이연표(매점 담당,  이하 이), 소재화(태울관 담당,  이하 소), 최미영(교양분관 담당,  이하 최) 아주머니의 수다에 끼어 진솔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안녕하세요. 점심식사 하고 오셨나 봐요. 하루 일과는 어떤가요
최: 오전 8시부터 정규일과를 시작해요. 11시까지 맡은 건물을 청소하고, 11시부터 1시까지는 점심시간이에요. 1시부터 2시까지는 길거리에 떨어진 담배꽁초, 낙엽 등을 치우는 외부 청소시간이고, 2시부터 5시까지는 다시 맡은 건물을 청소하고 퇴근해요.

청소하시는 것이 힘드시진 않나요
최: 자기 마음먹기에 달려있다고 봐요. 쉬운 일도 힘들다고 생각하면 힘들고, 지겹다고 생각하면 지겹잖아요. 이 일이 보람있다고 생각하면 즐겁게 일할 수 있어요. 저는 정말로 이 일이 즐겁다고 생각해요. 학생들이 공부하는 데 깨끗한 환경을 만들어 줄 수 있잖아요.

이: 만약 제가 이 일을 오늘만 하고 그만둬야겠다고 생각한다면 이 일을 계속해서 못 하겠죠. 그렇지만, 일하러 학교에 오는 것이 정말 즐거워요. 물론 쓰레기가 너무 많을 때는 힘도 들지요. 하지만, 내일 또 여기 와서 일하면서 좋은 사람들을 만날 수 있다는 생각을 하면 힘이 생겨요. 게다가 KAIST에는 똑똑한 학생들만 모였는데, 이런 학교에서 청소한다는 것이 자랑스럽기도 하고요.

최: 학생들하고 함께 생활하기 때문에 젊어지는 느낌을 받아요. 학생들이랑 함께 생활한다는 건 정말 좋은 것 같아요.

평소에 쓰레기가 많이 나오나요
최: 교양분관에서는 스터디룸에서 쓰레기가 참 많이 나와요. 과자나 음료수 같은 것을 먹고 남은 쓰레기를 하나도 치우지 않고 나오는 학생들이 있더라고요. 그럴 때 참 속이 상합니다. 자기가 먹은 것만 그냥 들고 나와서 버리면 되는데 말이에요. 자신이 만든 쓰레기는 본인이 직접 책임지고 처리했으면 좋겠어요.

소: 교양분관은 그래도 동아리방이 별로 없잖아요. 태울관에는 3층에 동아리 방이 많아서 아침에 가면 전날 먹은 야식 쓰레기가 산더미입니다. 쓰레기가 많은 건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데 화장실에 쌓아 놓으면 정말 처치가 곤란해요. 어떨 때는 화장실 한 칸이 쓰레기로 가득 차서 문도 안 열리더라고요. 그냥 쓰레기통 근처에 쌓아두기만 해도 우리가 알아서 치울 텐데 말이죠. 선배 몰래 먹고 나서 감추려고 그랬나?(웃음)

학생들이 화장실에 쓰레기를 버리는 태도에 문제가 많은가봐요
최: 일부러 안 보이는 곳에다가 꼭꼭 숨겨서 쓰레기를 넣어 놓지는 않을 텐데 이상해요. 음식을 시켜먹고 남은 쓰레기를 쓰레기통 주변에 갔다만 놓아주면 남은 것은 우리가 다 처리를 해요. 화장실 같은 곳에다가 쓰레기를 넣어놓지 말고 쓰레기통 주변에다가 쓰레기를 버려줬으면 좋겠어요.

소: 하루는 변기 뚜껑을 닫아 놓고서는 그 위에다가 상을 차려서 먹은 것 마냥 쓰레기를 올려놓은 적도 있더라니까요.(웃음) 그래서 제가 음식물은 절대 화장실 안에다가 버리지 말아 달라고 써 붙인 적도 있었어요. 그랬는데도 화장실의 쓰레기들이 없어지질 않네요.

이: 어떤 학생들은 빈 병은 빈 병대로, 박스는 박스대로 쓰레기통 옆에 조르륵 정리해 놔요. 그런 학생도 있는가 하면, 음식물을 벽에 집어던져서 벽화를 그려놓기도 하더라고요.(웃음) 이 정도는 그래도 양호한 편이죠. 담배꽁초 불을 안 끄고 버려서 불이 날 뻔 한 적도 있으니까요.

담배꽁초 때문에 불이 난 적도 있다고요
이: 얼마 전에는 매점 쓰레기통에 불이 났었더라고요. 누군가 소화기로 끈 흔적이 있었어요. 월요일에 출근하자마자 놀랐지 뭐에요.

최: 예전에 교양분관 앞 쓰레기통도 담배꽁초의 불을 안 끄고 버려서 불이 났었어요. 지금은 흔적이 많이 없어졌지만 그땐 쓰레기통이 많이 그을렸어요.

소: 태울관에서는 핸드타올을 버리는 곳에 담배꽁초 불을 끄지 않고 버려서 불이 났던 적이 있어요. 깜짝 놀랐어요. 화재라도 나면 어쩌려고 그러는지. 학생들이 담뱃불을 잘 꺼서 버려줬으면 좋겠어요.
 
동아리 방이 많은 건물에서는 술 때문에 생기는 일도 많을 것 같아요.
이: 아침에 와보면 매점 앞에 학생들이 토해 놓은 경우가 많아요. 하루는 아침에 출근했는데 그때까지 학생들이 정신을 못 차리고 있더라고요. 화장실에 앉아 있는 학생도 있고, 바닥에 주저앉아 있는 학생도 있고, 쓰레기통을 끌어안고 있는 학생도 있고, 소파에 누워있는 학생도 있고.

최: 술을 너무 많이 먹는 건 아닌가 싶죠.(웃음) 그 학생들도 얼마나 힘들겠어요. 먹을 때는 즐겁고 좋은데 술을 이기지를 못하니깐 그런 거죠.

소: 태울관도 동아리 방이 많아서 그런 일이 많아요. 어떨 때 보면 학생들이 불쌍하더라고요. 동아리 활동을 하다 보면 선, 후배가 함께 어울리는 자리가 있는데, 그러면 어쩔 수 없이 술이 약해도 억지로 마시는 경우도 생기겠죠. 어쩔 수 없는 거죠 뭐.(웃음)

일을 하시면서 가장 큰 보람을 느끼시는 때는 언제인가요
최: 학생들이랑 친해져서 인사할 때 많은 보람을 느끼죠. 학생들이 다 자식 같으니깐 어려운 일이 있으면 많이 도와주고 싶어요.

이: 자주 보는 학생들은 이모님, 이모님이라고 하면서 인사하더라고요. 그럴 때마다 기분이 정말 좋아요. 다들 딸 같고 아들 같아요.

소: 맞아요. 안부도 물어주고, 도와주고 매우 고맙죠.

최: 청소하고 있을 때도 자주 만나던 학생이 자기 수업 갔다 온다고 인사하더라고요. 피곤할 때 드시라고 초콜릿을 주머니에 넣어주는 학생도 있고.

이: 한 학기 쉬고 다시 학교에 왔는데 저를 보며 반가워하면서 음료수를 사주는 학생도 있었어요.

혹시 특별히 기억에 남는 학생이 있나요
최: 파키스탄 학생이랑 친해진 적이 있어요. 언젠가 그 학생이 세수를 하고 닦을 게 없어 휴지로 닦더라고요. 근데 휴지가 얇으니깐 얼굴에 달라붙잖아요. 그래서 제가 키친타올 몇 장을 주머니에 넣어주면서 이걸로 닦으라고 했죠. 그때부터 그 학생이랑 친해졌는데, 하루에 열 번 만나면 만날 때마다 반갑게 인사하더라고요. 그런데 제가 영어를 못하니까 학생과 얘기하고 있던 한국인 학생에게 이 학생이 어디에서 왔냐고 물어봐 달라고 했어요. 그랬더니 파키스탄에서 왔다고 하더라고요.
하루는 그 친구가 이발하고 왔는데 너무 예쁜거에요. 그래서 제가 예쁘다고 표현을 했죠. 말은 안 통해도 자주 보게 되니까 더 친해지게 된 것 같아요.

이: 하루는 퇴근을 하는데 어떤 학생이 생수병 하나를 들고 복도에서 노래 연습을 하고 있었어요. 그런데 제가 노래를 못 알아듣겠는 거에요. 그래서 그 학생한테 “아줌마도 알아듣는 노래 좀 해봐라” 이랬거든요. 그 학생 입장에선 얼마나 당황스러웠겠어요. 나중에 그 학생을 다시 만났을 때 “내가 학생 노래 알아들을 수 있도록 한 번 노력해볼게”라고 했더니 막 웃더라고요.(웃음)

외국인 학생들과 마주치다 보면 영어로 의사소통해야 하는 경우도 있겠네요
최: 아침에 어떤 외국인 학생이 저한테 오더니 “Excuse me”라고 말을 건넸어요. 이런 기본적인 영어는 이해하겠어요. 그런데 뭘 실례하는지 그다음에 하는 말을 하나도 모르겠더라고요. 그래서 지나가던 한국인 학생에게 물어봤더니 그 외국인 학생이 열쇠를 잃어버렸다며 혹시 어제도 여기 청소하셨냐고 물어보던 거였어요. 열쇠 주운 적이 있느냐고 그런 거였죠. 안타깝지만 열쇠는 찾아주지 못했어요.

이: 방학 때였어요. 이른 시간에 매점 건물 바깥에서 정리하고 있었는데 어떤 학생이 손에 어떤 종이를 들고 기웃기웃 거리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학생. 뭘 찾고 있어요?”라고 물어봤죠. 그런데 그 학생이 한국말을 못해서 영어로 뭐라고 하더라고요. 하지만, 저는 영어를 알아듣지 못했죠. 필요한 것이 있으면 도와주려고 했는데 복잡하게 영어로 설명해서 포기했죠. 영어를 좀 배워서 외국인들을 도와주고 싶어요.

최: 돕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은데 만만치가 않죠. 생활영어를 배우고 싶어도 잘 안되요. 집에 가서 애들한테 “엄마 오늘도 바디랭귀지 하고 왔어” 이랬더니 막 웃더라구요. 외국인 학생 이야기를 해줬더니만 딸이 “엄마가 민간외교 하는 거다”라고 하더라고요.

이: 아줌마들은 그렇게 손짓, 몸짓으로 하더라도 다 말이 통하는 것 같아요(웃음).

마지막으로 개인적인 소망이 있으시다면 말씀해 주세요
최: 제 아들이 지금 중학교 3학년인데 KAIST에 입학했으면 좋겠어요. 아들한테 “엄마도 KAIST 다니니까 너도 공부 열심히 해서 KAIST 와야 한다”라고 항상 말해요. 정말 이뤄줬으면 하는 소망이에요.

이: 개인적으로 제 몸이 안 아프고 건강하게 정년까지 일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최: 그건 정말 여기 있는 모든 아줌마의 공통된 소망이에요. 건강이 제일 중요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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