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정욱의 미술 이야기 1

<편집자 주> 이번 호부터 3회에 걸쳐 서정욱갤러리 대표 서정욱 씨의 미술 칼럼이 연재된다. 학우들이 미술을 좀 더 편한 시선으로 바라보고, 미술 작품에 친숙하게 다가갈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누군가를 사랑하게 되면 평범하게 보이던 세상이 영화로 바뀐다. 들리지 않았던 노랫말도 내 이야기처럼 들리고, 들판에 핀 들꽃에 ‘어머 예쁘다’라는 감탄사가 절로 나오고, 얼굴엔 미소가 가시지 않는다. 다른 것은 바뀐 것이 없는데… 다니던 학교도, 회사도, 월급도, 집도. 바뀐 것은 그저 한가지, 누군가를 사랑하고 있다는 것뿐인데 말이다. 바로 사랑이 가지고 있는 힘이다.

그런데 이러한 힘을 가지고 있는 것이 또 있다. 바로 미술이다. 미술도 사랑처럼 자꾸 만나다 보면 관심을 갖게 되고, 관심을 가지면 하나하나 알게 되고, 그러다 보면 나도 모르게 미술과 사랑에 빠지게 된다. 미술을 사랑하게 되면 삶이 아름다워질지도 모른다. 이 가을, 미술과 한번 사랑에 빠져 보자. 그렇다면 어떻게 미술과 사랑에 빠질 수 있을까?

미술을 향한 첫걸음, 전시장 찾아가기

먼저 가까운 미술전시장에 직접 가는 것을 권한다. 우리나라에는 약 120여 개의 미술관이 있다. 서울에서만 수백 개의 갤러리에서 매일같이 전시가 이루어진다. 2007년 국내에서 이루어진 전시는 시각예술 분야에서만 9,606회이며, 이것은 순수 아마추어에 의해 열린 전시를 뺀 수치다. 이처럼 생각보다 많은 미술전시회가 가까운 곳에서 열리고 있지 않은가? 미술은 책으로만 보아서는 안 된다. 미술은 직접 보아야 그 아름다움을 실제로 느낄 수 있다. 그렇다면 미술을 보러 어디로 가야 할까?

제일 먼저 미술관이 떠오를 것이다. 하지만, 미술관은 보통 현대 작가전시보다는 20세기 이전 작가들의 전시를 하는 경우가 많고, 전시가 목적이므로 입장료를 내야하는데다 작품을 팔지 않는다. 그런 이유로 나는 근처에 있는 갤러리를 이용하라고 권하고 싶다. 보통 갤러리는 그림 판매가 목적이므로 입장료를 받지 않는다. 게다가 갤러리에는 그림을 설명해 줄 수 있는 큐레이터나 도슨트, 작가가 상주하고 있다. 그러므로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오래 감상해도 되고, 자세히 질문해도 된다.

미술품, 가격책정의 비밀

지구상에서 가장 비싼 작품은 무엇일까? 바로 모나리자다. 그렇다면 가격은 어떨까? 그 작품의 금액은 매겨지지 않는다. 루브르에서 절대 팔지 않을 테니 말이다. 그렇다면 작품의 가격은 정해지지 않는 것일까? 보통은 그렇지 않다. 팔 수 있는 작품들은 가격이 정해지게 된다. 그 가격은 경매에서 정해지기도 하고, 작가가 정하기도 하고, 갤러리에서 정하기도 한다.

지금까지 공식적으로 가장 비싸게 팔린 작품은 2006년 소더비 경매에서 거래된 잭슨 폴록의 ‘No.5 1948’이다. 경매가는 1억 4000만 달러다. 어림잡아도 우리 돈 1600억이 훨씬 넘는 금액이다. 2위는 빌럼 데쿠닝의 ‘WomanⅢ’로 1억3750만 달러다. 3위는 구스타프 클림트의 작품으로 1억 3500만 달러에 거래되었다. 그렇다면, 왜 이 작가들의 작품은 이렇게 비싼 가격으로 거래되는 것일까? 이를 이해한다면, 작품의 미래가치를 볼 수 있는 안목을 가질 수도 있다.

눈부신 재능에 매겨지는 가격

비싼 가격에 거래되는 작가와 작품을 살펴보면 몇 가지 특징을 찾을 수 있다. 우선 천부적 재능을 가진 작가가 있다. 성악으로 비유한다면, 아름다운 목소리를 타고난 성악가다. 여러 작가의 작품을 접하다 보면 간혹 그 작가만이 가진 표현 능력에 압도되는 경우가 있다. 예로 고흐가 있는데, 보통 그를 자신의 귀를 자른 광기 어린 작가로 기억하지만 그건 자신의 섬세한 마음을 주체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가 그린 작품을 보면 지금도 전율이 느껴질 정도로 탁월한 표현능력을 가진 작가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가장 비싸게 팔린 그림 10개 중 3점이 고흐의 작품이다.

두 번째는 작품의 완성도다. 매우 공을 들였거나 한 발 더 나가 다른 작가들이 할 수 없는 작업을 한 경우다. 예로 화가 쇠라의 ‘그랑드 자트 섬의 일요일 오후’를 들어 보자. 대부분 그를 점묘법화가로 기억할 텐데, 쇠라는 2~3미터의 캔버스에 수백만 개의 점을 몇 년에 걸쳐 찍어 작품을 완성했다. 이는 그가 아니고서는 할 수 없는 기법이었고 작품이었다. 당시 인상파 화가로 인정받던 피사로가 점묘법을 시도하다가 포기하기도 했다.

세 번째는 미술사에 획을 그은 작가를 들 수 있다. 앤디 워홀이 그 예다. 팝아트라는 말을 만들었으니 말이다. 지금도 미술경매시장에서 랭킹 1위를 놓치지 않는다. 잭슨 폴록 역시 액션페인팅으로 미술사에 큰 의미를 남겼다.

스스로 몸값을 높이는 작가도 있어

네 번째로 작가의 생각이나 신념을 아는 것이 중요하다. 모네는 처음부터 유명해지려는 큰 꿈을 갖고 있었고, 한 번도 그 생각을 버린 적이 없었던 화가다. 처음에는 마네와 비슷한 이름으로 덕을 보았고, 작품이 팔리지 않을 때도 자신의 그림을 사준 화상에게 ‘내 작품 값은 오를 테니 절대로 싸게 팔지 말라’라고 말했다. 마네가 죽은 후 모네는 마네의 ‘올랭피아’를 구입한 다음 미술관에 기증해 인상주의의 가치를 올렸고, 자신의 수련연작을 기증해 자신의 명성을 관리했다.

다섯 번째로는 작가와 작품의 독창성을 들 수 있다. 대부분 모딜리아니를 ‘목을 길게 그린 화가’라고 기억한다. 모딜리아니는 영화로도 만들어질 정도로 독창성과 이야깃거리가 많았던 화가다.

작가의 시대성과 화제성도 살펴 보아야

여섯 번째로는 작가와 작품의 시대성을 들 수 있다. 시대를 잘 타고난 작가로는 바스키아를 들 수 있다. 당시 앤디워홀의 팝아트로 대중의 사랑을 받았던 미술계는 어떤 새로움이 필요했다. 때마침 바스키아가 시기적절하게 나타났던 것이다. 젊은 흑인 작가 장 미셸 바스키아의 ‘검은 피카소’라는 별명을 보면 당시 언론과 대중의 분위기를 알 수 있다.

일곱 번째로는 이슈를 만드는 작가와 작품을 들 수 있다. 가장 먼저 떠오르는 작가는 데미안 허스트다. 그는 첫 전시부터 지금까지 끊임없이 미술계를 혼란에 빠뜨려 왔다. 현재 40대 중반인 그의 작품 값은 이미 오를 대로 올라 있다.

 

지금까지 작가와 작품의 미래가치를 가늠해 볼 수 있는 사항들을 정리해 보았다. 미술도 사랑처럼 관심을 가지고 가까이 하면 많은 재미와 유익한 이야기들을 서서히 보여주기 시작할 것이다. 그리고 또한 미술은 여러분들에게 생활의 여유와 지혜와 기쁨을 안겨 줄 것이다. 미술은 다가서야 재미있다. 그리고 미술에는 재미 이상의 그 어떤 힘이 있다. 한 번쯤 경험해 보고 싶지 않은가? 미술을 즐겨보기 바란다.

서정욱 서정욱갤러리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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