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우리 학교는 창의성과 잠재력 있는 인재를 발굴하기 위해 학교장추천전형을 시행해 지난해 133명의 신입생을 선발했다. 이는 한국 교육의 고질적인 병폐로 지적되어온 입시 위주의 사교육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는 모범적인 대안으로 사회적으로도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21세기 과학계를 이끌어갈 다양한 분야의 잠재력 있는 학생을 선발하겠다는 취지와 방향은 옳다. 그러나 학교장추천전형이 성공적으로 정착하려면 학생 선발 못지않게 선발된 학생의 교육과 학교생활 적응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최근 몇 년 사이 많이 줄었지만, 우리 학교의 학생 대다수는 여전히 과학고와 과학영재고 출신이다. 2010년 전체 843명의 입학생 중 과학고와 과학영재고 출신 학생이 519명에 이른다. 신입생 선발을 다양화하고자 하는 것은 보다 많은 학생에게 우리 학교에서 공부할 기회를 제공하려는 의도뿐만 아니라 다양한 특기와 잠재력이 있는 학생을 선발해 교육과 연구의 경쟁력을 높이고자 한 의도도 적지 않다. 인문계고등학교 출신 학생들이 늘어나고 있는 것은 사회적으로 보나, 우리 학교로 보나 바람직하다.

그러나 학교장추천전형은 학생 선발에 더 큰 관심을 기울인 나머지 선발된 학생들의 입학 후 관리가 미흡한 느낌이다. 본지에서 조사한 바에 의하면, 학교장추천전형으로 입학한 학생들 대부분은 학업과 학교생활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학업 부담 중 가장 큰 것으로는 과학고 교육과정과 연계된 우리 학교의 수학과 과학 기초 과목이다. 물론 우리 학교에서는 인문계고교 출신 학생의 학습을 돕기 위해 브리지 프로그램과 튜토링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두 프로그램은 운영 미숙과 홍보 부족으로 실질적인 도움이 되고 있지 못한 것이 현실이다. 인문계고교 출신 학생들의 학습을 도울 수 있는 획기적인 대책이 시급히 모색되어야 할 것이다.

인문계고교 출신 학생들은 학업 이외의 대학 생활에서도 다양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동문이 없어 학교생활을 조언해줄 선배를 찾기도 쉽지 않고, 고민을 털어놓을 친구를 사귀기도 쉽지 않다. 학교에서는 학교장추천전형 출신 학생들을 연결할 제도를 마련할 계획이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기는 어렵다. 고등학교 동문이라는 좁은 틀을 넘어, 카이스트 학생이라는 더 큰 범위에서 인간관계를 형성하려는 재학생 모두의 노력이 필요하리라 본다.

과학고 출신 학생과 비과학고 출신 학생의 학습 성취도 차이는 학년이 올라갈수록 좁혀진다. 학교 내에서 인간관계도 마찬가지다. 그렇다고 어차피 시간이 지나면 해결될 문제로 생각하고 방치하는 것은 옳지 못하다. 대학생활의 1~2년은 시행착오로 잃어버리기에는 너무나 소중한 시간이기 때문이다. 출신 고등학교에 상관없이 누구든 즐겁고 행복하게 공부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하기 위해 학교와 학생 모두가 노력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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