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리용]

3년 연속 1위. 중앙일보 대학평가에서 우리 학교가 거둔 성과다. 대학교의 핵심 역량으로 꼽히는 연구와 교육 부문에서 좋은 평가를 받은 것이 이번 대학평가 1위에 일조했다. ‘교수연구’ 분야에서 1위, ‘교육여건 및 재정’ 분야에서는 2위를 차지한 것이다. 특히, ‘교수연구’ 분야 평가지표 9개 중 5개에서 1위를 받아 우리나라 최고의 연구중심대학임을 분명히 했다. ‘국제화’ 분야에서도 외국어 특화 대학인 한국외국어대학교에 이어 2위에 올랐다.

그런데 정작 학내 사회의 반응은 미지근하다. 언론사가 막강한 영향력을 무기로 대학평가를 수익사업으로 이용하고 있다는 등 대학평가 자체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는 상황에서, 대학평가에 대한 관심이 그리 크지 않은 것도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학내 사회에서 대학평가 결과가 의미 있게 받아들여지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평가 지표가 학내 구성원이 느끼는 실제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연구 부문을 교수 1인당 연구비와 논문 수로 평가하고, 외국인 학생 수나 영어강의 수로 국제화 정도를 가늠하는 등 ‘수치화할 수 있는’ 지표로만 대학을 줄 세우는 것이 현재의 대학평가다. 물론 평가 지표를 다양화해 문제를 어느 정도 해소할 수는 있겠지만, 평가의 특성상 이러한 문제를 완전히 해결할 수는 없다. 이런 상황에서, 대학평가는 대학의 실제 현실을 제대로 담아낼 수 없다. 영어강의 비율이 높아 국제화 분야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지만, 영어강의 도입 과정에서의 수많은 논란이나 영어강의 때문에 생기는 어려움과 부작용 등은 평가에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 수치로 나타나는 교육여건은 국내 최고 수준인데, 정작 학우들은 수강 신청조차 제대로 할 수 없고 정원을 훌쩍 넘겨 사람이 가득한 교실에서 수업을 듣는다. 많은 개혁 정책들이 대학평가 순위를 끌어올렸지만, 그 과정에서 초래된 소통의 부재와 그 때문에 생긴 다양한 학내 문제들은 대학평가에는 전혀 드러나지 않는다. 3년 연속 1위라는 화려한 숫자에 학내 구성원들이 마냥 웃을 수 없는 이유다.

대학평가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는 것은 반가운 일이다. 그러나 대학평가가 보여주지 않는 현실에는 아직 해결해야 할 문제가 많다. 수치로 보이는 표면적인 발전을 넘어, 학내 구성원이 모두 공감하고 함께 노력하는 발전을 이루기 위해 앞으로 무엇을 해야 할지 고민해야 할 때다.

저작권자 © 카이스트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